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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경제 사정’…공정위가 첨병 나설 듯

 문재인 정부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권력 분산을 통한 상호 견제’다. 검찰에 집중된 권력을 분산시켜 상호 견제가 가능하도록 사정(司正) 관련 조직을 대대적으로 손보는 것도 그런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 경제 분야도 마찬가지다. ‘J노믹스’(문재인 대통령 경제정책)의 핵심 어젠다인 ‘반부패’와 ‘재벌개혁’을 완수하기 위해 ‘투명성’과 ‘공정성’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각론으로 들어가면, 문재인 정부는 특혜 철폐로 공정하고 정의로운 생태계를 구성한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선거 기간 중 문 대통령이 “역대 정부의 ‘재벌 자본주의’를 깨고, ‘포용적 자본주의’로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고 말한 것은 소수 대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중소·중견 기업의 역량을 키우겠다는 의지라고 봐야 한다.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검찰·경찰·공정위·감사원·중소기업부(신설 예정) 등으로 ‘을지로위원회’(가칭)를 구성, 재벌에 대한 경제력 편중을 막는다는 것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 사진=연합뉴스

 

검찰·경찰·공정위 총망라한 ‘을지로委’ 신설

 관전 포인트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을 추진할 공정거래위원회의 위상이다. ‘재벌 검찰’로 불리는 공정위의 위상은 지금보다 한층 높아질 거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재벌의 범죄에 대해서는 ‘무관용의 원칙’을 세우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따라서 대기업에 대한 감시 수위가 높아지는 것이 불가피하며, 그러다 보면 자연히 공정위의 권한은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로선 공정위의 권한 강화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오히려 수위가 어느 정도일지가 관심거리다. 현재 청와대 주변에서는 과거 공정위 출범과 함께 생겼다가 2005년도에 없어진 ‘조사국’의 부활이 거론되고 있다. 조사국은 과거 특정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를 집중 조사하는 권한을 갖고 있어 ‘공정위 내 중수부’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이유로 당시 4대 재벌을 비롯한 주요 대기업들은 조사국 폐지를 강력하게 요구했다. 노무현 정부는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위해서는 관련 조직을 반드시 없애야 한다는 재계의 의견을 수용해 조사국을 폐지했다. 하지만 달라진 시대 상황은 오히려 더 막강한 권한을 가진 조사국의 부활을 요구하고 있다. 조사국에 대한 향수가 짙어진 것은 그만큼 우리 경제의 특정 기업 쏠림 현상이 심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 독과점도가 높고 가격 규제만으로는 독과점 폐해를 바꾸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공정위가 직권으로 기업분할을 명령하는 기업분할제가 시행될지도 관심거리다. 대신 공정위의 전유물이었던 전속고발권은 폐지될 가능성이 높다. 전속고발권 폐지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4당 후보 모두 도입 필요성을 공감한 바다.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여러 차례 ‘공정 경쟁’을 약속했다. 5월10일 취임사에서 문 대통령이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밝힌 것에서도 이러한 의지는 충분히 읽힌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전속고발권 개정은 그동안의 공정위 활동에 대해 새 정부가 썩 맘에 들어 하지 않는다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전속고발권이란 공정거래법 관련 사건을 오직 공정위만이 고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2013년부터 감사원·중소기업청·조달청 등 다른 기관들도 이에 준하는 ‘의무고발요청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강력한 제재 수단인 ‘고발’은 오로지 공정위만이 가능했었다. 전속고발권이 폐지되면 기업의 불공정 행위에 피해를 본 대상은 누구나 고발할 수 있다. 일원화된 창구가 사라지면서 재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전속고발권이 없어지면 기업 관련 분쟁이 대폭 늘어날 것”이라면서 “여러 기관이 고발에 나서는 것보다 창구를 단일화하는 것이 효율성 측면에서 더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전속고발권 폐지가 오히려 문재인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중소기업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대기업은 자체 법무팀을 두거나 로펌에 사건을 맡기기가 쉬운 반면, 중소기업은 상대적으로 변호사 선임 등의 법적 대응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아울러 증거를 고의로 없애고 거짓 자료를 제출하는 등 공정위의 조사를 방해하는 기업에 대한 처벌은 지금보다 한층 강화된다. 재벌의 불법적인 경영권 승계를 막는 차원에서 공정위를 통한 전방위 압박도 충분히 예상해 볼 수 있는 시나리오다. 
주요 대기업 회장들이 2016년 7월 청와대에서 열린 창조경제 간담회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거론되는 공정위원장 후보들마다 ‘강성’

 하지만 공정위의 권한 강화만이 재벌개혁의 능사가 아니라는 주장도 심심찮게 나온다. 재벌개혁의 의지만 있다면 지금의 권한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권오인 경실련 팀장은 “재벌개혁의 핵심은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이며, 이는 정부의 입법 행위만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김남근 참여연대 변호사도 “조사국 신설과 을지로위원회처럼 행정조치만으로 가능한 것부터 먼저 시행하고, 전속고발권과 같은 법 개정 사항은 중장기 과제로 둬 국민적 신뢰를 쌓아가며 차근히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오히려 공정위 권한 강화가 경제 회복을 바라는 새 정부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사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대기업의 도움 없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공정위를 통한 재벌 압박이 심해지면 경제 활성화와 재벌개혁이라는 두 정책이 서로 충돌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재계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 새 정부의 개혁 수위가 어느 정도일지를 놓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대기업 대외협력 담당자는 “대선 기간 중 문재인 대통령 경제참모들을 상대로 현실적인 고충을 여러 차례 설명하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면서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 가동할 수 있는 인적 네트워크를 모두 동원, 애로사항을 전달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대선 기간 동안 문재인 후보의 경제참모로 활약했던 김상조 한성대 교수와 최정표 건국대 교수, 전성인 홍익대 교수, 홍종학 전 의원(가천대 교수) 등이 모두 재벌개혁에 대한 해박한 이론에다 실무적 감각도 갖췄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새 정부의 공정위원장 후보로 거론된 점도 재계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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