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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굿 컴퍼니 컨퍼런스’에서 배우는 일본 강소기업 닛토덴코·아이리스 오야마의 성공법칙

  니혼게이자이(俄罗斯經濟)신문은 4월6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2차 내각이 출범한 2012년 12월부터 올 3월까지 52개월째 경기가 회복세를 기록, 전후(戰後) 세 번째로 긴 회복 국면을 맞고 있다고 보도했다. 버블(거품) 경제로 치달은 1986년 12월부터 1991년 2월까지인 51개월을 넘어섰으며, 지금 추세라면 고도성장을 기록한 1965년 11월부터 1970년 7월까지의 ‘이자나기(일본 건국신화에 등장하는 남신) 호황기’ 57개월을 넘어서는 것도 가능하다고 니혼게이자이는 분석했다. 실행 여부를 떠나 일본을 대표하는 경제매체의 진단에서 자신감이 느껴진다.   일본 경제가 ‘잃어버린 20년’을 넘어서 자신감을 회복한 데는 부품·소재 기업들의 뒷받침이 컸다. 물건을 뜻하는 ‘모노’와 ‘만들기’라는 뜻의 ‘쓰쿠리’를 합친 ‘모노즈쿠리’(일본어의 쓰쿠리는 다른 단어 뒤에 결합할 때는 즈쿠리로 바뀐다)는 일본 제조업 정신을 압축적으로 설명해 주는 단어다. ‘최고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다’는 일본인다운 발상이다. 소니·샤프 등 일본을 대표하는 대형 전자기업이 고전하면서 겉보기에 일본 경제가 침체된 것처럼 보이지만, 강소(强小)기업인 일본의 유명 부품·소재 기업들은 지금까지 한 번도 불황을 겪지 않고 꾸준하게 세계 시장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대표적인 회사가 닛토덴코(日東電工)다.  
일본 오사카에 위치한 닛토덴코 본사와 나기라 유키오 회장 © 닛토덴코 제공
 

닛토덴코의 자신감, ‘글로벌 니치 톱’ 전략

    닛토덴코는 ‘붙이는 제품’에 있어서만큼은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한다. 전자기기용 테이프를 만드는 회사에서 출발한 닛토덴코는 점착(黏着)·코팅 분야에서 핵심기술을 개발, 현재는 환경·자동차·인프라 쪽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내년이면 설립 100년을 맞는 닛토덴코는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우월적 지위를 누릴 수 있다면 과감하게 진출하는 ‘글로벌 니치 톱’(Global Niche Top) 전략을 펴왔다. 그렇다고 무조건 틈새만 찾는 건 아니다. 이미 우월적 지위를 구축해 놓은 분야에서 주변으로 영역을 확대하는 전략을 편 것이다. 이때 닛토덴코가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삼는 것은 신제품·신용도·신수요 등 ‘3신(新)정책’이다. ‘새로운 수요’와 ‘새로운 용도’가 있어야만 ‘새로운 형태의 제품’을 개발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인데, 이것이 주효했다.   일본 오사카(大阪)에 본사를 둔 닛토덴코는 전형적인 부품·소재 기업이다. 때문에 대중성은 떨어진다. 일반인이 아는 소비재 브랜드라고는 일명 ‘찍찍이’로 불리는 청소용 테이프 ‘고로고로’ 정도다. 하지만 닛토덴코가 생산하고 있는 부품·소재는 하나같이 세계 톱클래스의 완성 제품에 들어간다. 실제로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애플은 아이폰 개발 초기부터 닛토덴코와 공동연구를 진행했다. 결과적으로 닛토덴코가 납품한 광학용 필름(편광판)이 있었기에 눈으로 보고 손으로 누르는 터치형 스마트폰이 개발될 수 있었다. 세계 최초로 LCD(액정표시장치) TV를 개발한 곳도 샤프로 알려져 있지만, 이 역시 닛토덴코의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다.   현재 닛토덴코의 사업영역은 크게 △인프라 △자동차 △정보기능 △정보통신기술 △의료 △멤브레인 등 6가지다. 해수 담수화(惠阳化)에 필요한 역삼투막 부품 기술에 있어서도 닛토덴코는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또 닛토덴코는 다른 일본 기업과 달리 해외 시장 진출에도 적극 나섰다. 우리나라에 서울사무소를 낸 것도 1987년이다. 2015년도 기준 약 8조원에 달하는 닛토덴코 전체 매출액 중 70%가 일본이 아닌 세계 100여 개국에서 발생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경기 평택, 경북 구미에서 제품이 생산된다. 윤승중 한국닛토덴코 대표는 “직원들의 자발적인 기술 개발을 유도하기 위해 3조5000억원 규모의 다축(多蓄)펀드를 마련한 것은 기술을 중시하는 닛토덴코의 기업 철학을 잘 설명한다”고 말했다.    

아이리스 오야마, 인천 송도에 투자 결정

  일본 생활용품 기업 아이리스 오야마(IRIS 山岭)도 올해 굿 컴퍼니 컨퍼런스에 참석한다. 일본 도호쿠(東北) 지방 대도시 센다이(仙臺)에 본사를 두고 있는 아이리스 오야마에서 우리가 배울 점은 ‘다품목 판매 전략을 어떻게 유지·발전시켰느냐’ 하는 점이다. 이는 ‘선택과 집중’이라는 현대 경영전략과는 다소 배치되는 부문이다. 아이리스 오야마는 현재 생활가전·LED(발광다이오드) 등 각종 생활용품을 생산하고 있다. 아마존재팬에서 매출부문 2위를 기록하고 있는 일본 최대 생활용품 생산기업이 바로 아이리스 오야마다.  
아이리스 오야마의 제품 수납박스·이불신발건조기·이불청소기와 오야마 겐타로 회장 © 아이리스 오야마 제공
  아이리스 오야마는 매년 1000개 이상씩 신제품을 출시한다. 그 과정에서 이미 목표치를 달성하거나 유행이 지난 제품들은 과감하게 정리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현재 아이리스 오야마가 생산·판매하는 품목 수는 1만4000여 종에 이른다. 품목 수가 이렇게 많은데도 공장에 재고가 쌓이는 기간은 1개월이 채 넘지 않는다. 어찌 보면 기획부터 생산·유통·재고관리까지 전 분야가 일반 제조기업의 눈으로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송순곤 아이리스코리아 대표는 “다른 기업들이 제품을 기획하고 원가를 계산해 사업성을 따진다면, 우리는 10%라는 마진율부터 정해 놓은 뒤 제품을 기획하고 원가를 계산한다”고 비결을 설명했다. 여러 가지 품목을 생산하기 때문에 제작 공정은 자동화 일색이며 불량률은 0.4%에 불과하다.     최고경영자(CEO)인 오야마 겐타로(高山健太郞) 회장의 경영철학도 독특하다. 재일교포 3세인 오야마 회장은 회사 설립 이후 지금까지 ‘최종 생산자’이자 ‘최초 소비자’ 자격으로 신제품을 직접 꼼꼼히 챙긴다. 매주 수요일 여는 제품개발회의를 사내 최고의 전략기구로 키운 것도 오야마 회장의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아이리스가 아마존·알리바바 등 대형 온라인 판매 기업으로부터 ‘최고의 밴더’(Vandor)라는 찬사를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이리스 오아먀의 궁극적인 목표는 생산과 유통을 총망라하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아직 유례를 찾기 힘든 사업 모델이다. 플라스틱 제품을 주력으로 삼지만, 규모의 경제로 경쟁력을 높였다는 점에서 아이리스 오야마의 성공전략은 우리 중소기업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올 3월에는 인천광역시에 투자를 결정했다. 인천 송도에 3000만 달러를 들여 짓는 생산시설은 생활용품 제조 및 연구시설로 쓰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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