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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국무총리·장관 절반 야당 배분’ 조언한 박찬종 변호사

 정계 원로이자 평론가인 박찬종 변호사는 제9·10·12·13· 14대 등 5선 의원 출신이다. 1992년 제14대 대통령선거에 출마해 6.4% 득표하기도 했다. 현재는 매스컴을 통해 정치권을 향해 강한 일침을 가하고 있다. 그의 화법은 직설적이다. 여느 정치인처럼 에둘러 표현하지 않는다. 거침과 막힘이 없다. 특정 정치인에 대해서도 실명을 거론하며 쓴소리를 날린다. 요즘도 후배 정치인들과 자주 접촉하며 조언하고 있다. 시사저널은 5월3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박 변호사를 만났다. 그에게 ‘새 대통령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을 묻자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은 부패종식과 정치개혁이다”며 “새 대통령은 헌법의 틀 안에서 정치개혁과 부패종식에 올인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찬종 변호사 © 시사저널 최준필

새 대통령은 당선 확정 순간부터 국정을 운영해야 하는데, 산적한 과제가 많다.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현안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외교·안보 위기는 남북 분단 상황에서 일상적인 것이다. 경제 위기도 일상적인 것이다. 언제나 있는 위기들이다. 따라서 새 대통령은 외교·안보와 경제 위기는 일상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그런데 부정부패로 인해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됐고 조기대선이 실시됐다. 이에 새 대통령은 부패종식과 정치개혁 과제를 1순위에 놔야 한다. 마지막 대선후보 TV토론까지 그것을 핵심적으로 지적한 후보가 없어서 아쉬웠다.  

그렇다면 부패종식은 어떻게 해야 하나.

 대통령과 그 주변 사람들로부터 부정부패가 근원적으로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새 대통령이 대국민선언을 통해 ‘저는 대기업으로부터 매수당하지 않을 것이며 제가 먼저 대기업에 돈을 요구하지도 않을 것이다’고 천명해야 한다. 새 대통령은 ‘제가 임명하는 장·차관, 청와대 수석비서관 등에게 임명장 줄 때 백지사임서도 미리 받아놓겠다. 부정부패에 대한 합리적 의심이 들면 해임하고 수사에 넘기겠다’고 선언해야 한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없앤다는 공약도 나왔는데, 왜 없애느냐. 오히려 특별감찰관제를 확대 강화해야 한다.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신설해 그런 문제를 다루면 되지 않나.

 공수처는 신설되기 힘들다. 당장 국회에서 법률이 통과되지 못할 것이다. 누가 대통령이 돼도 국회 과반 의석을 확보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공수처의 수사 대상에 국회의원이 포함돼 있을 것이다. 그 법률이 국회에서 통과되겠나. 이에 대통령 직속으로 반부패특위를 구성했으면 한다. 특위 활동에 대통령도 관여하지 않아야 한다. 특별감찰관제와 반부패특위가 함께 가야 한다. 특위에서 조사하다가 감찰관실에 넘기는 사건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새 대통령은 이전 정권의 비리 의혹을 파헤치면서 자신의 정권 비리 의혹도 파헤치겠다고 하면 된다. 부패종식의 두 번째는 사법정의를 이루는 것이다. 사법정의는 전관예우를 없애는 것이다. 검찰과 법원 출신 전관이 재벌이나 고위공직자 사건을 맡아 뭉개는 일을 없애야 한다. 유전무죄, 유권무죄(有權無罪) 부패를 없애야 한다. 강단 있는 대통령이라면 전관예우를 없애야 한다. 검찰도 개혁해야 한다. 대통령이 검찰총장 인사부터 관여하지 말아야 한다. 검찰총장 인사위원회를 만들어 그 의견을 따르면 된다.   

“공수처 신설 힘들어…반부패 특위 만들어야”

 

새 대통령이 역점을 둬야 할 정치개혁 사안은 무엇인가.

 국회 의석 과반수 정당이 없기 때문에 아무리 대통령이 좋은 안을 내놔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할 것이다. 정당은 중앙집권적 관료 조직화돼 있다. 국회의원을 정당의 부속품으로 만들어놨다. 헌법 8조에 나오는 정당의 활동은 민주적이어야 한다고 하는 조항을 위배한 것이다. 대통령은 헌법 수호 최고책임자다. 여야 불문하고 각 정당은 국회의원 자율권을 보장해야 한다. 국회의원을 정당의 족쇄에서 풀어줘야 한다. 내년 지방선거도 광역단체장과 의원은 놔두고 기초단체장과 의원은 없애야 한다.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을 왜 없애야 하나.

 기초단체는 특별히 자치(村民自治)할 만한 일거리가 없다. 서울에 25개 구청이 있는데, 상수도와 하수도를 25개 구청별로 나눠놨나? 버스 노선 등 교통망도 서울시가 하고 있다. 전국 235개 기초단체장 절반이 각종 비리 등으로 사법 처리되고 있다. 기초단체장은 임명직으로 하면 된다. 기초단체장과 의원은 혈세의 낭비다. 하지만 새 대통령도 기초선거를 폐지하지 못할 것이다. 그 정당에 소속된 기초단체장과 의원들이 가만히 있겠나. 강하게 반발할 텐데.  

다른 정치개혁안이 있다면.

 300개에 달하는 국영·공기업의 상임감사직을 폐지해야 한다. 낙하산으로 비전문가가 가서 업무에 관여한다는 게 말이 되나. 그러나 이것도 쉽지 않다. 대통령 후보를 따라다니는 사람들 가운데 그 자리를 노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그래도 과감히 폐지해야 한다.  

정치개혁을 얘기하면서 개헌도 언급되는데.

 그동안 헌법대로 안 했기 때문에 개헌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국회의원 자율권 등 헌법에 명시된 조항조차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계속 개헌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국회의원인데 친박(親박근혜)이 뭐고, 친문(親문재인)이 뭐냐. 친(親)국민만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국민을 위한 호위무사가 돼야지 왜 대통령을 위한 호위무사가 되느냐. 
© 시사저널 최준필

“기초단체장·의원, 공기업 상임감사 폐지해야”

 

대통령 4년 중임제, 이원집정부제 등 권력 형태를 바꾸는 개헌안도 나오는데.

 대통령 4년 중임제가 되면 이 썩은 정당 체제로 제대로 될 것 같은가. 중임제를 하더라도 정당 체제를 바꾸고 나서 해야 한다. 정당을 민주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특별법이라도 만들어야 한다.  

새 대통령은 5당 체제에서 국정을 운영해야 한다. 그런데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야당들이 새 정부에 협력하지 않을 것 같은데.

 비민주적인 정당 체제이긴 하지만 새 대통령이 국정을 잘 운영하려면 각료를 배분할 수밖에 없다. 연정(聯政)을 해야 한다. 국무총리와 장관 자리 절반 정도를 야당에 배분해야 할 것이다. 거국적 탕평책을 써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국론이 분열됐다.

 국론을 꿰매기 위해 여야 간 협치를 할 수밖에 없다. 각료 배분도 해야 한다.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대통령 스스로가 제왕적 대통령이 아니라는 것을 천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부패종식과 정치개혁, 야당과의 협치(協治)를 하게 되면 저절로 해결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하는데 대통령에게 손가락질할 국민이 어디 있겠는가. 말이 아닌 실천을 통해 보여줘야 한다.  

바른정당 의원이 집단탈당해 자유한국당으로 복귀하려는 것에 대해 논란이 많다.

 바른정당에서 탈당해 자유한국당으로 가려는 의원들은 정계에서 축출해야 한다. 다음 선거에서 반드시 낙선시켜야 한다. 유승민 후보는 (바른정당에 가기 전에) ‘나는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에 남아서 개혁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먼저 탈당한 의원들이 유승민을 불러냈는데 100일도 안 돼 한국당으로 다시 돌아간다고 하니, 소신과 양심이 없는 철면피들이다. 정치를 희화화하고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사드 배치 비용으로 10억 달러를 요구하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도 폐기 또는 재협상하려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철저한 비즈니스맨이다. 안보도 비즈니스 차원에서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대등한 거래)’하려 한다. 동맹 관계도 비즈니스로 전환한다. 새 대통령은 ‘우리는 사드 배치 문제 때문에 10억 달러 이상을 손해 보고 있다. 사드 배치가 한국의 이익만이 아니라 미국의 이익도 있는 것 아니냐. 중국과 러시아 등을 견제하기 위한 전진기지로 만든 것 아니냐’고 트럼프 대통령한테 말해야 한다. 오히려 우리가 피해 본 청구서를 내밀어야 한다.  

끝으로 새 대통령에게 특별히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은 부패종식과 정치개혁이었다. 새 대통령이 헌법의 틀 안에서 정치개혁, 부패종식에 올인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통합이 된다. 북한은 정치권력의 3대 세습이고, 남한은 자본권력의 3대 세습이다. 이 자본권력에 의해 온갖 부패가 발생하고 조장되고 있다. 그걸 개혁하는 데 대통령이 목숨 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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