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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여성, 한약 한 달 복용 후 회복

 72세 G 여사는 모 대학병원에서 정상압수두치매로 진단받았다. 한 달 뒤 다시 검사해 호전되지 않으면 수술을 받기로 했다. 그는 수술할 때까지 시간이 있으므로 그 사이에 먼저 한약으로 치료해 보기를 원했다. 오랫동안 중국에서 목사인 남편과 함께 선교활동을 해 왔는데 얼마 전부터 머리가 매우 아프고 니글거릴 때도 있으며 눈의 힘이 빠져 사람이나 물건을 똑바로 바라보기도 힘들어졌다. 감정이 둔해지고 얼굴 표정이 줄어들고 활동은 많이 위축됐고 짜증이 늘었다. 정신이 맑지 못하고 이치에 맞거나 논리적인 표현을 제대로 못하고 말도 어눌해졌다. 기억력도 많이 떨어졌고 일에 집중하거나 일상생활을 꾸려 갈 수 있는 능력도 감소했다. 결국 선교활동을 중단하고 귀국해 딸집에서 요양해 왔으나 증상이 점점 악화돼 검사를 받았다. 
© 시사저널 최준필

뇌나 척추의 척수(등골)처럼 중요한 중추신경은 손상을 받으면 거의 재생이 되지 않으므로 보호가 철저해야 한다. 뇌척수액이라는 물이 이런 역할을 하며 뇌와 척수를 보호한다. 뇌척수액은 대부분 측뇌실에서 만들어지고 제3뇌실과 뇌수도관을 지나 제4뇌실에 들어가며, 여기서 3개의 구멍을 통해 두개골과 뇌 그리고 척추뼈와 척수 사이에 들어가 뇌와 척수를 두개골과 척추에 바로 닿지 못하게 한다. 이런 척수액은 정맥동이라는 경막(뇌와 척수를 둘러싼 3겹의 뇌막 중 바깥쪽 막)의 정맥으로 흡수돼 혈관으로 들어간다. 척수액의 생산이 과하거나 흡수가 약하거나 통로가 막히면 뇌실이 커지게 된다. 뇌실이 천천히 커지면 뇌압에 영향을 적게 줘 정상 압력 상태의 뇌수두증이 생긴다. 뇌압이 상승해 나타나는 심한 두통이나 구토 같은 증상은 심하지 않지만, 뇌실이 팽창하면서 주위 조직이 압박을 받거나 손상되면서 걷기가 어렵고 소변을 못 가리거나 치매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G 여사가 한약 치료를 위해 처음 방문했을 때 제대로 걸을 수 없어 남편과 딸이 각각 한쪽 팔을 부축해 다리를 질질 끌다시피 했다. 입가에 흰 거품이 묻어 있고 입에서는 악취가 나고 소변을 가리지 못해서 지린내가 진동했다. 얼굴은 부어 있고 검고 피부가 거칠어 보였다. 머리를 다쳤거나, 뇌수막염을 앓았거나, 뇌졸중이나 뇌종양 같은 뇌수두증의 원인이 될 만한 병을 앓은 적이 없다. 병력을 심층 분석해 보니 오히려 선교활동을 오래 하면서 영양부족이나 육체적 피로가 누적된 것이 병을 일으켰을 가능성이 커 보였다. 체력이 고갈됐고,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로 부종이 발생하고 독소가 많아졌고, 혈전이나 병든 혈액으로 인한 어혈이 병의 원인으로 분석돼 여기에 합당한 치료를 했다. 한 달간 열심히 한약을 복용한 후 증상이 완전히 회복됐지만 수두증이 남아 있으면 수술을 받아야 할 수도 있었다. 검사 결과, 다행히 수두증도 사라져 수술을 받을 필요가 없게 됐다. 희한한 것은 생일잔치를 하듯 일 년쯤 지나면 증상이 조금 재발돼 그때마다 치료해 회복되곤 했다. 수두치매는 수술로 완치할 수 있지만 때로는 약으로도 치료되는 경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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