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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의 괴물타자 테임즈 MLB에서 맹활약…KBO 위상 향상과는 거리 멀다

 귤화위지(橘化爲枳). 강남의 귤을 강북에 옮겨 심으면 탱자가 된다는 고사성어다. 기후와 풍토가 다르면 그 모양과 성질이 달라지듯, 사람 역시 주위환경이 달라지면 바뀐다는 뜻이다. 그런데 메이저리그(MLB) 밀워키 브루어스의 에릭 테임즈는 이 말을 비웃기라도 하듯 한국에서 괴물은 태평양을 건너도 괴물인 것을 숫자로 나타내고 있다. 테임즈는 NC 다이노스 유니폼을 입고 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KBO리그에서 신(神)으로 군림했다. 그도 그럴 것이 홈런과 타율 1위를 한 차례씩 차지했고, 2015년에는 파워와 스피드를 겸비한 선수임을 증명하듯 40홈런과 40도루를 달성했다. 또 통산 OPS(출루율과 장타율을 합한 것)는 1.172. 이것은 메이저리그 통산 최고 기록인 베이브 루스의 1.164보다 더 높은 수치다. 그런 괴물과 같은 활약을 펼친 게 인정을 받아, 밀워키와 3년간 1600만 달러의 계약을 맺으며 메이저리그에 복귀했다. 
KBO리그 출신 에릭 테임즈(밀워키 브루어스)는 메이저리그 홈런 선두(4월26일 기준)를 달리고 있다. © EPA 연합

 

홈런·득점·장타율·OPS 1위

 애초 대다수 야구 전문가는 테임즈가 KBO리그를 지배했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메이저리그의 빠른 공에 적응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그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시즌 개막부터 맹타를 휘두르기 시작해 공격 전 부문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대활약을 펼치고 있다. 4월26일(미국 시각) 현재, 그의 성적은 21경기에 출장해 타율 0.370, 11홈런, 19타점, 27득점, OPS 1.393을 기록 중이다. 그중 홈런과 득점, 장타율(0.904), 그리고 OPS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러한 활약으로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주목받는 선수는 클레이튼 커쇼(LA 다저스)도 브라이언 하퍼(워싱턴 내셔널스)도 마이크 트라웃(LA 에인절스)도 아닌 테임즈다. KBO리그에 오기 전 테임즈는 파워는 있지만 정확성이 떨어지는 타자였다. 즉, 나쁜 선구안이 약점이었다. 타자는 나쁜 공에 쉽게 배트를 휘둘러서는 좋은 성적을 거두기 어렵다. 그래서 2011년부터 2012년까지 2년간 메이저리그에서 181경기에 출장해 타율 0.250, 21홈런, OPS 0.727에 그쳤다. 특히 38개의 볼넷을 얻는 가운데 삼진은 175개나 당했다. 그런 타자가 현재는 16개의 볼넷을 얻어내면서 기록한 삼진은 19개에 불과하다. KBO리그에서 보낸 3년간,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런 극적인 변화를 일으킨 것일까. 여기에 그의 활약으로 KBO리그의 위상이 더 높아졌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정말 KBO리그는 무협지처럼 기연(奇緣)이 흔해 쉽게 환골탈태를 이루는 곳일까. 또한 그의 활약으로 세계야구계에서 KBO리그의 위상이 높아졌을까. 미리 결론부터 말하면 KBO리그에서 성장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KBO리그의 작품은 아니다. 그리고 그를 통해 KBO리그의 존재를 알리는 데는 큰 도움이 되고 있지만 위상 향상과는 거리가 멀다. KBO리그에서 보낸 3년간, 테임즈가 발전한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정신적인 성숙이다. KBO리그에 오기 전 마이너리그와 메이저리그를 오가던 시절에는 항상 조급했다. 코치진을 비롯한 구단 관계자에게 자기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마구잡이로 배트를 휘둘렀다. 현대 야구에서는 출루율의 중요성이 강조되지만, 그것은 주로 주전급 선수에게 해당한다. 후보 선수가 주목받기 위해서는 볼넷보다 안타가 필요하다. 그런 만큼 적극적인 타격을 앞세우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 폭풍 삼진을 당해 선구안이 나쁜 타자가 되고, 메이저리그에 어울리지 않는 선수로 낙인이 찍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미국에서 맛본 적 없는 경험

 테임즈 역시 그런 선수였다. 주목과는 거리가 먼 선수. 단지 자기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는 선수였다. 그런데 KBO리그에서는 팀에서의 위상도 주목도도 달라졌다. KBO리그에서는 대부분 외국인 선수가 팀 성적을 좌우한다. 투수라면 팀의 에이스이며, 타자라면 득점을 책임지는 주포의 역할을 맡는다. 그런 만큼 구단과 팬의 기대치도 높다. 여기에 상대 투수도 속구보다는 변화구 위주로 투구하며 철저하게 약점을 파고든다. 이것은 미국에서 한 번도 맛본 적이 없는 경험이다. 미국에서 그가 타석에 들어섰을 때 그에게 안타나 홈런을 기대하는 이는 가족이나 친구 등 극소수에 불과했다. 또 상대 투수도 그를 상대할 때 위기 상황이 아닌 한 대부분 정면 승부를 펼쳤다. 메이저리그에 계속 남아 있으려면 좋은 결과를 남겨야 한다는 부담감 속에서 뛸 수밖에 없다. 주위에서는 긴장을 즐기라고 하지만 그런 경험이 적어 긴장감은 조급함으로 이어지고 타격 부진으로 나타났다. 그런 악순환의 반복이 KBO리그에 오기 전 테임즈였다. KBO리그에서는 항상 구단과 팬의 기대라는 부담감 속에서 플레이하면서 긴장에 익숙해졌다. 여기에 익숙해진 것은 긴장만이 아니다. 상대 투수가 속구보다 변화구 위주의 투구를 해, 타석에서 다양한 변화구에 익숙해질 수 있었다. 익숙해진 만큼 여유가 생기는 법이다. 그것이 좋은 타격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여유는 경기장 안팎에서 나타났다. 긴 안목에서 자기 타격을 바라보며 타격 폼을 조금씩 조정한 것이다. 물론 구단의 스태프 등 주위의 도움이 있었지만, 슬럼프 때도 자기 루틴을 철저히 반복하는 것으로 이겨냈다. 
테임즈는 NC 다이노스 유니폼을 입고 뛴 3년간 KBO리그에서 신으로 군림했다. © 연합뉴스

 

KBO리그 알리는 계기 삼아야

 테임즈는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KBO리그 진출을 생각하는 마이너리거에게 열린 자세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코치들이 미국 코치들과 다르다고 짜증 내지도 말라”고 덧붙였다. 미국에서 대부분의 코치는 경기 때 1·3루 코치박스에서 타자와 주자에게 지시를 내거나 불펜에서 투수를 지도하는 역할을 맡는다. 물론 연습할 때도 지도는 하지만, 철저하게 선수를 살펴보지는 않는다. 그런데 한국에서 코치는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지를 고민하며, 그것을 모든 선수에게 똑같이 가르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분명히 선수 각자의 개성을 무시한 방식이다. 그런 만큼 외국인 선수와 옥신각신할 때도 적지 않다. 코치 경험이 풍부한 한 야구인은 “KBO리그에 오는 외국인 선수의 수준도 높아져 다들 자기만의 루틴과 방식이 있다. 지금까지 그렇게 야구를 해 왔고, 그것으로 결과를 남겨왔다는 자부심도 대단하다. 그런데 그 방식이나 루틴 등에 대해 자기주장이 강한 코치가 자기 방식으로 하라고 하면 당연히 아무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게 반복되고 그러면 팀 내 불화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테임즈가 KBO리그에서 성공한 원인 가운데 하나로 “자기 방식에 철저했던 점”을 꼽았다. 분명히 코치 등 지도자는 선수가 잘되기를 바라고 이리저리 지도한다. 하지만 그 선수의 단점을 없애려고 하다가 오히려 장점이 사라지는 등의 역효과로 이어질 때도 잦다. 특히, 시즌 초반 성적이 나쁜 새로운 외국인 선수에게 그런 경향을 쉽게 볼 수 있다. 성적이 좋지 않은 만큼 선수도 지도자의 조언에 귀를 기울인다. 그래서 잘되면 다행인데, 자기 폼을 잃어버리고 회복 불능 상태에 빠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테임즈는 KBO리그에 데뷔할 때부터 결과를 남기며 자기 방식과 루틴으로 일관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KBO리그를 거쳐 메이저리그에서도 맹타를 휘두르는 비결이 됐다. 즉, 테임즈가 성장한 것은 기연이 아닌 자기 노력의 결과였다. 지금의 테임즈는 KBO리그의 코칭, 혹은 시스템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KBO리그를 거친다고 해서 누구나 제2의 테임즈가 되지는 못한다. 테임즈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물론 마이너리거가 해외 리그를 경험하며 정신적인 성장을 통해 기량이 올라갈 여지는 있다. 그것이 꼭 KBO리그여야만 하는 것이 아닐 뿐이다. 또한, 그런 경험은 그 선수가 지도자가 됐을 때 크게 도움이 된다. 데이비 존슨 전 워싱턴 감독 등은 일본에서 선수로 뛴 적이 있으며, 테리 콜린스 현 뉴욕 메츠 감독은 일본에서 지휘봉을 잡기도 했다. 해외에서의 다양한 경험이 선수를 지도할 때 열린 자세로 나타날 때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테임즈가 대활약을 펼친다고 해도 KBO리그의 위상 혹은 KBO리그의 성적을 메이저리그와 똑같이 취급할 리는 없다. 한때 일본에서는 시즌이 끝난 뒤 메이저리거를 불러들여 미·일 올스타전을 개최했다. 2014년까지 30차례 열린 가운데 일본이 이긴 경기도 꽤 있다. 그런데 이 대회에서 일본이 승리했다고 해서 일본 야구의 위상이 올라갔을까? 그렇지 않다. 이 대회는 메이저리그 입장에서는 승패와 무관한, 어디까지나 가을 여행일 뿐이었다. 반면 일본은 자국에서 열릴 경우 시즌 때와 다르지 않은 몸과 정신으로 경기에 임했다. 그런 경기에서 이긴다고 해서 일본 야구가 세계 최고가 되지는 않는다. 미·일 올스타전은 말 그대로 ‘이벤트’인 것이다. 마찬가지다. 테임즈의 활약이 KBO리그를 미국에 알리는 기폭제가 될 것은 분명하다. 딱 거기까지다. 테임즈가 활약한다고 해서 “KBO리그는 역시 대단해!”라고 말할 이는 거의 없다. 게다가 앞에서도 말한 것처럼 테임즈는 KBO리그의 작품이 아니다. 테임즈의 성적이 KBO리그(혹은 선수 육성 시스템)의 우수성을 나타내지는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는 거의 없다. 그런 만큼 이번 기회를 KBO리그를 알리는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또 테임즈의 지적처럼 KBO리그식 코칭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한 외국인 선수는 자기가 경험한 한국 지도자의 코칭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다들 기술적으로 뭔가를 가르치려고 할 뿐, 정작 중요한 세 가지는 없었다. 그것은 인내와 격려, 그리고 암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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