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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성폭행 등 강력 범죄 페이스북에 생중계…뒤늦은 영상 삭제로 논란
페이스북의 느슨한 영상 관리로 유사 사건 잇달아
지난해 말 터키 남성과 미국 플로리다주의 14세 소녀 등이 페이스북 라이브로 자살 장면을 생중계하면서 ‘자살 중계 논란’의 가운데 있던 페이스북이 자살 방지를 하기 위한 노력을 하겠다는 것을 천명한 셈이다. 당시 페이스북 측은 “위급한 상황에서는 속도가 생명”이라며 이 모든 과정이 신속하게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딸을 살해하고 자신도 자살한 이번 사건에서도 이 대책은 효과가 없었다. 더군다나 18억이 넘는 이용자를 보유한 페이스북에서 해당 영상이 신고 이후에도 오랜 시간동안 게재돼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 파장은 세계적으로 더욱 커지고 있다. 페이스북이 잇따른 강력 범죄 중계를 막을만한 현실적인 대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신속함’을 강조했던 페이스북의 대응이 미온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범죄 생중계가 다른 범죄 중계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한 살인 중계가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태국 경찰 대변인 역시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살인 현장이 소셜 라이브로 방송된 태국 최초의 사건”이라며 “최근 미국에서 있었던 사건에 영향을 받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미국 클리블랜드의 스티브 스티븐스라는 30대 남성이 74세의 로버트 굿윈을 총으로 살해하는 장면을 페이스북으로 생중계한 사건을 언급한 것이다. 스티븐스는 휴대전화를 이용해 ‘조이 레인’이라는 여성에 대한 불평을 한 뒤 “여기 있는 이 남자를 죽일 것”이라는 살인 예고 영상을 올렸다. 그 뒤 로버트 굿윈에게 다가가 ‘조이 레인이라고 말해보라’며 총을 꺼냈으며, “조이 레인을 모른다”는 답변을 하자 총을 꺼내 방아쇠를 당겼다. 스티븐스는 이 영상을 올리고 10여분 뒤 페이스북 라이브를 이용해 자신이 13명을 죽였으며 앞으로 더 살해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영상을 본 목격자에 의해 페이스북에 신고가 접수됐지만 해당 영상은 3시간이 지나서야 삭제됐다. 당시 저스틴 오소프스키 페이스북 부사장은 “폭력적인 내용에 관한 정책을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불과 열흘 뒤, 살해 영상이 페이스북을 통해 중계되는 사건이 또 다시 일어났다.페이스북 통한 강력 범죄 막을 현실적 대안 시급
페이스북의 느슨한 영상 관리에 대한 지적은 지난해부터 나왔다. 지난해 6월에는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 IS에 충성을 맹세한 20대가 경찰관 부부를 살해하는 장면을 페이스북에 생중계했다. 성폭행과 집단 구타 등이 일어나고 있는 현장을 생중계하는 사례도 있었다. 지난 1월에는 4명의 흑인 청년들이 정신장애를 가진 백인 청년 1명을 48시간 동안 구타하고 욕설을 가하는 장면이 페이스북으로 중계됐다. 같은 달 스웨덴 웁살라에서는 집단 성폭행 현장이 3시간 동안 방송되기도 했다. 범행 생중계 당시 해당 페이지에는 200여 명이 동시 접속 중이었는데, 조작극으로 생각한 목격자들도 다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시카고에서는 여학생이 집단 성폭행 당하는 장면을 페이스북으로 실시간 중계한 10대 2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해당 영상에는 시카고 범죄조직원 5~6명이 여학생을 집단 성폭행하는 모습이 담겼다. 페이스북에 접속해 영상을 본 사람들 중 신고한 사람이 아무도 없어 온라인에서 범죄를 목격하고 신고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방임죄를 물을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