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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家 후계자들 (11) 태광그룹]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건강 악화에 실형 확정 등 악재 겹쳐

 “징역 3년6개월에 벌금 6억원.” 4월21일 열린 파기환송심에서 재판부는 1400억원대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에게 이처럼 선고했다. 2심의 4년6개월보다 형량이 1년 줄긴 했지만, 태광그룹 입장에서 보면 여전히 만족스러운 결과는 아니었다.  

이호진 전 회장 아들, 초등 6년 때부터 승계 작업

 이로써 태광그룹의 오너 공백은 기약이 없어졌다. 재벌가(家)를 통틀어도 최장기다. 이 전 회장은 2011년 기소돼 2012년 1심에서 징역 4년6개월을 선고받으며 구속됐다. 이후 정상적으로 수감 생활을 했다면 이미 형기를 마쳤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전 회장은 구속된 지 두 달여 만에 건강에 이상이 발견돼 형집행이 정지됐다. 이로 인해 지금까지도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오고 있다. 
© 시사저널 박정훈·연합뉴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2012년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회장직을 내려놓은 상태다. 현재 그룹 내 직함은 없지만, 이 전 회장이 그룹의 최상위 지배자라는 사실엔 이견이 없다. 핵심 계열사인 태광산업과 대한화섬은 물론 티시스·한국도서보급·서한물산·흥국생명보험·흥국증권·고려저축은행 등 주요 계열사들의 지분을 직접 보유하며 굳건한 지배체제를 갖추고 있어서다. 문제는 그런 이 전 회장을 대체할 인물이 그룹 내에 없다는 데 있다. 태광그룹의 회장직이 여전히 공석으로 남아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런 가운데 다시 한 번 이 전 회장에게 실형이 내려지면서 그룹 내부에선 오너 부재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로서 오너 공백을 매울 수 있는 인물로 유일하게 거론되는 것은 이 전 회장의 장남 현준씨뿐이다. 태광그룹의 차기 후계자로 유력하게 지목되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준씨는 올해 24살에 불과하다. 현재 대학생으로 경영수업에 참여하고 있지도 않다. 그룹 내부에서도 벌써부터 3세 경영을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이 전 회장의 건강 상태를 감안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그는 간암 3기 환자다. 이로 인해 간의 35%를 절제하는 대수술을 받고, 현재 간이식 수술 대기자 명단에 올라 있다. 2015년 5월 모친이 감옥에서 생을 마감했을 때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못할 정도였다. 이로 인해 빈소는 맏사위인 허승조 GS리테일 부회장이 대신 지켜야 했다. 이 전 회장은 또 심각한 우울증과 감정기복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랜 기간 서울 장충동 자택과 병원만을 오가며 ‘철창 없는 감옥’ 생활을 해 왔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 전 회장은 건강에 대한 관리와 더불어 지속적인 정신상담도 받아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태광가(家)의 3세 경영체제 전환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나마 회사 입장에서 볼 때 다행인 점은, 3세인 현준씨에 대한 승계 작업이 상당부분 진행돼 있다는 점이다. 이런 사실은 2010년 태광그룹에 대한 검찰수사에서 드러났다. 현준씨에 대한 승계엔 비상장사 주식을 저가에 매입, 계열사들의 지원을 통해 덩치를 불린 뒤 핵심 계열사의 지분을 확보하는 방법이 동원됐다. 그동안 재벌가 승계 과정에서 애용돼 온 방식이다. 현준씨에 대한 승계가 본격화된 시점은 2006년 전후다. 그가 초등학교 6학년일 때다. 승계의 중심에 있는 것은 티시스·티알엠·한국도서보급이었다. 이들 회사는 모두 이 전 회장과 현준씨가 지분을 각각 51%와 49%씩 보유하고 있었다. 이 전 회장이 설립한 티시스와 티알엠은 2006년 유상증자를 통해 현준씨가 지분을 인수토록 했다. 한국도서보급의 경우는 태광그룹 계열사들이 보유하던 지분을 전량 이 전 회장과 현준씨에게 넘겼다. 이외에도 현준씨는 동림관광개발 지분도 39% 보유하고 있었다. 이처럼 현준씨에게 비상장사의 지분이 넘어가는 과정과 관련해 ‘헐값 매각’ 내지는 ‘편법 승계’ 논란이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이후 이들 회사에 그룹 계열사들의 지원사격이 이어졌다. 이로 인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수직상승했다. 이렇게 마련된 재원은 핵심 계열사 지분 매입에 투입됐다. 티시스와 티알엠은 태광산업 주식 4.51%와 4.63%를 각각 매입했다. 한국도서보급도 대한화섬의 지분 16.74%를 경영권 프리미엄 없이 사들였다. 2013년에는 티알엠·티시스·동림관광개발을 합병했다. 현준씨가 티시스와 한국도서보급을 통해 태광산업과 대한화섬은 물론, 그 산하의 계열사들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졌다. 

형제간 재산 다툼, 승계 과정서 부담 가능성

 뿐만 아니라 티시스는 현준씨 경영권 승계 자금 마련을 위한 ‘곳간’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가 사회적 이슈로 부상한 이후에도 계열사들의 지원사격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실제, 티시스의 내부거래 비중과 액수는 △2013년 68.6%(총매출 1175억원-내부거래액 806억원) △2014년 76.8%(1962억원-1508억원) △2015년 76.9%(2110억원-1623억원) △2016년 85.1%(2156억원-1836억원) 등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였다. 여기에 티시스는 그동안 상당 규모의 배당을 해 왔다. 최근 2년 동안 이 전 회장과 현준씨가 받은 배당은 134억원대에 달한다. 이처럼 승계 작업은 비교적 순조로운 편이지만, 마냥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전 회장과 형제들 간의 재산다툼이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2010년 검찰수사 과정에서 선대의 차명재산이 드러나면서다. 이런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형제들은 이 전 회장을 상대로 자신의 상속분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 전 회장의 누나인 이재훈씨(이임용 창업주의 차녀)와 이복형제 이유진씨, 그리고 장조카인 이원준씨(이 창업주의 장손) 등은 차례로 상속 재산과 관련한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고, 이 전 회장의 바로 위 누나인 이봉훈씨(이 창업주의 삼녀)도 주식인도청구 소송을 냈지만 각하판결을 받았다. 이처럼 소송은 모두 이 전 회장의 승리로 일단락됐지만, 추가적인 소송이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향후 이들이 합세해 실력행사에 나설 경우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특히 태광가의 장자인 이원준씨의 경우는 7%대의 태광산업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이 전 회장 일가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현준씨가 아직 대학생 신분이어서 승계나 경영 참여는 먼 미래의 일이 될 것”이라며 “현재 경영권 분쟁에 대한 조짐은 전혀 발견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태광그룹 가계도

막내 이호진 전 회장의 두 형 모두 일찍 타계​ 

 

고(故) 이임용 창업주는 고(故) 이선애씨(전 태광산업 상무)와의 사이에 식진·영진·호진 3형제와 경훈·재훈·봉훈 3자매를 뒀다. 유교적인 가풍에 따라 전통과 관습을 중요시하던 이 창업주는 3남3녀를 모두 명문가 자제들과 중매 결혼시켰다. 이 때문에 태광가(家) 2세들의 혼맥은 다른 재벌가와 비교해서도 화려하다. 장남인 고(故) 이식진 전 태광산업 부회장의 혼사가 그나마 평범한 편이다. 그는 개인사업가 진재홍씨의 장녀 임순씨와 결혼해 슬하에 정아·성아·원준 등 1남2녀를 뒀다.

 


그를 제외한 형제들은 정·관·재계 유력 인사 집안과 혼사를 맺었다. 차남 고(故) 이영진씨는 고(故) 장상준 전 동국제강 회장의 막내딸 옥빈씨와 결혼해 성준·성은 남매를 뒀다. 삼남인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을 통해 태광그룹은 롯데가(家)와 연을 맺었다. 그의 부인은 신선호 일본 산사스식품 회장의 장녀 유나씨다. 신선호 회장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여섯째 동생이다. 이 전 회장 부부는 슬하에 현준·현나 남매를 두고 있다.

 

이 창업주의 세 딸도 내로라하는 명문가로 출가했다. 장녀 경훈씨는 고(故) 허만정 LG그룹 공동창업주의 막내아들 허승조 GS리테일 부회장과 백년가약을 맺고 지안·민경 자매를 뒀다. 차녀 재훈씨는 고(故) 양택식 전 서울시장의 장남 원용씨와 결혼해 서윤·서정·서인·혁준 등 1남3녀를, 삼녀 봉훈씨는 고(故) 한광호 한국베링거인겔하임 명예회장의 아들 한태원 전 한국베링거인겔하임 회장과의 슬하에 동우·상우·정우 3형제를 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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