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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부 상대 소송 제기한 최열 환경재단 대표

 식목일이었던 4월5일, 한국과 중국 정부를 상대로 미세먼지 관련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처음으로 제기됐다. 소송의 주인공은 최열 환경재단 대표와 안경재 변호사 등이다. 이들은 “중국은 미세먼지 오염원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고 대한민국은 미세먼지의 원인이 무엇인지조차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소송 참여자에게 각각 300만원씩 배상하라”고 청구했다.물론 이들이 배상금을 받으려고 소송을 제기한 것은 아니다. 미세먼지 배상금 청구는 상징적 의미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소송의 목적은 ‘중국발 미세먼지’의 원인을 정확히 밝히고, 심각성을 양국 국민들에게 알리는 데 있다. 그래야만 양국 정부가 공동으로 머리를 맞대고 대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4월19일 소송 제기 배경과 미세먼지의 심각성, 정부의 태도 변화 등에 대한 생각을 최열 대표에게 직접 물었다. 
최열 환경재단 대표 © 시사저널 임준선

한국과 중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지난 3월30일 서강대학교 학생들에게 특강을 했다. 여기저기서 기침을 많이 했다. 마스크를 쓴 학생들도 많았다. 젊은 사람들이 미세먼지 때문에 고통을 당할 정도면 얼마나 심각하겠냐는 내용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것을 보고 안경재 변호사가 댓글을 달면서 소송 아이디어를 냈다.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과 주부 등도 참여했다.  

소송의 요지는 무엇인가.

 한국에서 나오는 대기오염 물질도 심각하지만 편서풍이 불 때 중국에서 오는 미세먼지도 많지 않나. 양측 정부에 소송하는 게 바람직하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중국은 국제사회의 일원임에도 불구하고 오염물질을 허용 가능한 범위 내에서 관리해야 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 이는 국제규범 위반에 해당한다. 한국 정부는 미세먼지의 원인이 무엇인지조차 정확히 파악하지도 못하고 있다. 국민의 안전과 행복 추구권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게을리했다는 내용이다. 때문에 1인당 각 300만원을 배상하라고 요구했다.  

소송 이후 반응은 어땠나.

 소장을 낸 뒤에 별도 기자회견을 하지 않았다. 기자실에 소장 복사본 10부 정도를 놓고 온 게 전부였다. 그런데 몇 분 지난 뒤부터 기사가 뜨기 시작했다. 한 시간 됐는데 곳곳에서 연락이 오더라. 자신도 소송에 참여할 수 없느냐는 내용이었다. 안 변호사와 상의해서 100명 정도로 소송단을 늘리자고 했다. 소송단을 100명으로 꾸리면 소송액이 3억원이 된다. 소송의 경우, 청구금액이 2억원 이상이면 합의부에서 재판을 맡는다고 하길래 인원을 늘리기로 한 것이다. 4월19일까지 약 70명 정도가 모였다. 대부분 직접 피해를 입은 주부들이나 사회적으로 전문성을 지닌 분들이 참여했다.  

중국 측에선 반응이 없었나.

 중국 환구시보라는 매체가 소송을 제기한 이후 긴급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여론조사에 2000여 명이 참여했는데 95%가 ‘소송을 이해할 수 없다’고 답했다. ‘충분히 이해한다’는 답변은 5%에 불과했다. 중국 내에서도 대기오염, 미세먼지와 관련한 심각성은 인식하고 있지만 이것이 주변 국가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내용을 처음 알린 셈이다. 중국 언론까지 관심을 갖게 했다는 것은 1차적 역할을 한 셈이다. 

중국에서 오는 대기오염원은 어느 정도인가. 왜 2000년대 이후에 문제가 됐나.

 최근에 나온 외국의 논문을 보면 지구온난화로 제트기류에 변화가 생겨 편서풍의 속도가 느려졌다. 이로 인해 중국에서 오는 미세먼지가 정체돼 확산되지 않고 오염띠가 형성되는 것이다. 일각에선 중국에 덮어씌우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그런데 근처에 오염원이 없는 백령도를 가서 미세먼지를 측정하면 서울·경기보다 높더라. 과거엔 멀리 있는 나뭇가지까지 보일 정도로 깨끗했는데, 최근에 부쩍 심해졌다고 하더라. 이런 걸 보면 중국에서 오는 오염원은 확실하다. 문제는 그 수준이 어느 정도냐의 문제다. 정부 데이터가 정확한지 신뢰할 수 없지만 중국에서 오는 오염원이 86% 정도라고 발표했다. 오염 발생원에 대한 상세한 조사가 필요하다.  

사람들이 미세먼지 심각성은 대부분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사실상 참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미세먼지에 대한 대책을 각자 알아서 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각자 목소리를 내서 정책을 요구해야지, 밖에 나가지 않고 미세먼지 마스크를 쓰는 방법은 최악의 방법이다. 미세먼지가 실제로 우리에게 얼마만큼 나쁜 영향을 주는지 확실히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어서 그렇다.  

이명박 정부 이후에 석탄발전소가 증가한 것도 미세먼지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정부가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한다고 해 놓고 석탄발전소는 더 많이 가동했다. 석탄 자체가 미세먼지도 많이 나오고 대기오염원을 많이 갖고 있다. 그런데 ‘에코 발전’이라고 이름 붙였다. 4월17일에 우태희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이 당진 에코파워 화력발전 승인과 관련해 “5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불가피한 절차”라고 말했다. 이는 정부와 발전사 간 최악의 공생관계로 보면 된다. 핵 마피아랑 똑같은 꼴이다. 공무원과 이를 추진하는 기업이 유착돼 있다. 오히려 가스발전소는 쉬고 있고, 석탄 발전을 취소하면 되는데 기존과 똑같이 하고 있다. 당장 에너지 단가가 쌀 수는 있지만 그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은 국민에게 부담하라고 하는 꼴이다. 정부가 이를 해결하지 못하는 건 사실상 직무유기이자 범죄다.  

중국발 미세먼지를 막기 위한 노력은 없었나.

 한국 정부의 태도는 지나치게 안일하다. 중국 대사를 불러서 제대로 항의한 적이 없다. 이 문제에 대해 제대로 된 조사 데이터를 보여주면서 공동으로 대책을 세우자고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정부가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우선 당장 한국과 중국의 오염물질 총량을 조사하고 감축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에너지 시스템도 바꿔야 한다. 프랑스는 미세먼지로 인해 공기가 나빠지면 환경부 장관이 저녁 9시 뉴스에 나와서 자동차 홀짝제 시행을 명령하는 식의 특단의 대책을 내놓는다. 우리도 그런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또 탄소 배출권 거래제처럼 미세먼지 배출권을 거래하도록 하는 것도 고민해 볼 수 있다. 이를 중국과 함께 하면 비용을 줄이고 미세먼지 감축 기술을 이전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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