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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도권 쥔 애플, 끌려다닌 삼성
어쨌든 그동안 스마트폰 디자인과 관련해 주도권을 쥔 쪽은 애플이었다. 불과 2년전 삼성의 디자인을 다룬 외신 기사의 제목을 보자. 미국 디자인 관련 매거진 '패스트코디자인(FastCoDesign)'이 쓴 2015년 3월 기사의 제목은 였다. 갤럭시 S5의 디자인 실패 이후 나온 이 기사는 우수한 외국 디자이너를 채용하고 예산도 지원하는 삼성의 디자인이 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는지를 다뤘다. 기사는 "삼성의 기업 체질과 실리콘 밸리 특유의 디자이너 문화가 맞물리지 않는 것이 원인이다"고 진단했다. 린 이마이 아이비 비즈니스스쿨 교수는 "삼성은 한국 문화가 강하게 반영된 탓에 계급적 유교 체계를 갖고 있고 개인의 생각보다 집단적 사상이 관철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 디자인 아메리카에서 팀장으로 일했던 케빈 리는 "박리다매의 비즈니스 모델과 계층적 구조를 가진 삼성은 실적이 없는 아이디어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에 정말 뛰어난 디자인이라도 채용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런 구조적 문제가 있었는데 갤럭시 S8과 같은 디자인이 등장한 것은 닫힌 구조가 어느 정도 깨졌다는 걸 의미한다. 삼성은 갤럭시 S5의 디자인 실패 이후 디자인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2014년 디자인경영센터 글로벌디자인팀장(전무)으로 이돈태 전 영국 탠저린 공동대표를 영입했다. 그는 이후 출시된 갤럭시S6와 처음 등장한 갤럭시S6 엣지의 디자인을 주도했다. 아이폰에 비해 뒤처졌다는 삼성의 스마트폰은 갤럭시S6를 통해 반격을 시작할 수 있었다. 탠저린은 애플의 아이폰을 디자인한 조너선 아이브가 있던 곳으로 애플을 클라이언트로 두기도 했던 회사다. 이런 변화를 시도한 삼성의 노력은 평가를 제대로 받게 된 건지도 모르겠다. 여러 해 동안 아이폰을 모방한다는 평가를 받던 삼성의 역학관계가 갤럭시S8을 기점으로 바뀌고 있다는 흐름이 있다. 미국의 비즈니스 및 기술 뉴스 매체인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애플과 구글이 삼성 모방하고 있다"고 지적하기 시작했다. 2015년 고급스러움을 의식하면서 삼성이 내놓은 갤럭시S6, 갤럭시S6 엣지가 그 변환점이 됐다. 2016년에는 갤럭시S7과 갤럭시S7 엣지가 등장했고 지난달에는 갤럭시S8이 발표됐다. 특히 갤럭시S8은 두 모서리가 곡선인 곡면 디스플레이가 기본으로 장착됐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갤럭시S8은 상하 베젤 폭을 과감히 좁혔고 전면에 유기EL(OLED) 디스플레이만 보일 정도다. 실물을 손에 넣은 기자들의 체험 리뷰는 매우 호평하고 있고, 혁신적인 디자인은 칭찬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삼성이 리드하고 애플과 구글이 뒤를 쫓고 있다”
흥미로운 건 애플과 구글의 움직임이다. 애플과 구글의 차기 모델이 갤럭시S8의 디자인을 모방하려고 한다는 소문이 있다는 게 매체의 설명이다. 물론 미확인된 정보고 루머일 뿐이지만, 구글은 하이엔드 모델인 '구글 픽셀2'를 10월께 출시할 예정인데 곡면 OLED 디스플레이를 채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이폰 역시 비슷하다. 아이폰 출시 10주년 기념 모델인 아이폰8은 갤럭시S8처럼 곡면 O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현재 아이폰8에 관해 흘러나오는 루머들을 종합해보면 물리적 홈버튼이 사라지고 곡면 O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것들은 갤럭시S8이 채택한 디자인이다. 게다가 디스플레이에 지문 인식 기술을 내장한다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기술적인 난관으로 뒷면에 센서를 설치할 수 있다는 얘기가 떠도는데 갤럭시S8과 같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삼성 스마트폰은 고품질이지만, 지금까지 애플의 디자인을 쫓아왔다. 소송에서 밝혀진 삼성의 132페이지에 달하는 2010년 내부 문서는 모델의 개선 방법을 상세히 말하고 있지만, 어떻게 아이폰에 접근할 수 있는가에 관한 내용이었다. 그래서 애플은 삼성에 몇 년에 달하는 소송을 건 것이다"라고. 하지만 끝은 이렇게 맺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삼성이 리드하고 애플과 구글이 뒤를 쫓고 있다." 어찌 보면 갤럭시S8이 애플과 삼성의 관계에서 일대 전환점이 될 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