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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바 인수전에 애플의 이름이 빠지지 않는 이유

애플은 중국에서 폭스콘과 페가트론 등 두 곳의 협력업체를 통해 1년에 약 2억대의 아이폰을 생산하고 있다. 엄청난 숫자를 만들어내지만, 그들은 박리다매와 거리가 멀다. 아이폰은 오히려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2016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발생한 전체 영업이익은 537억7200만 달러(61조8000억원)였다. 스마트폰을 가장 많이 내놓은 곳은 삼성전자로 2016년 3억940만대를 출고했다. 애플은 이보다 1억대 적은 2억1540만대였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정반대였다. 전체 영업이익 중 79.2%인 449억9700만 달러(51조7000억원)가 애플의 몫이었다. 삼성의 영업이익은 83억1200만 달러(9조5500억원)로 14.6%였다. 삼성보다 1억대나 적게 만든 애플은 삼성보다 5배 많은 영업이익을 가져갔다. 애플이야말로 유일한 승자에 가까웠다. 
경영 위기에 빠진 도시바는 반도체 사업부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여기에는 SK하이닉스를 포함해 4군데 업체가 잠정적 후보군이다. ©연합뉴스


 지난 해 삼성이 갤럭시노트7 단종으로 주춤했을 때 애플의 아이폰7 플러스의 출하량은 예상치를 초과했다. 애플 전문블로그인 ‘9to5Mac'은 “갤럭시 노트7의 리콜 탓에 대화면 스마트폰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선택의 폭을 좁혔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당시 아이폰7 플러스의 공급은 수요를 따라잡지 못했다.  

“애플, 도시바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

 애플은 연간 2억대의 스마트폰만 만들어내는 게 아니다. 연간 500만 대의 맥북도 만들어야 하고 애플워치 같은 연계 디바이스를 생산하는 것만 수백만대 규모다. 공급이 딸려도 애플을 사랑하는 사용자라면 이런 기다림을 ‘당연한 일’처럼 받아들일 수 있지만, 애플 입장에서는 기회비용을 고려한다면 사용자의 ‘대기’는 손실이나 다름없다. 종종 이런 기다림이 생길 때마다 좀 더 나은 부품 조달을 위한, 그리고 신속한 생산을 위한 시스템을 애플은 요구 받았다. 스마트폰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부품이 여럿 있지만 대표적인 게 플래시 메모리다. 반도체 메모리 중 디램은 삼성이 세계 시장에서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갖는 분야다. 반면 최근 수요가 급증하는 핵심 부품인 ‘낸드플래시’ 메모리 시장은 경쟁이 치열하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2016년 4분기 낸드플래시 시장의 1위 업체는 삼성전자가 36.1%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2위인 도시바가 14.6%, 3위는 웨스턴디지털로 15.7%, 그 뒤를 마이크론(12.3%)과 SK하이닉스(10.3%)가 뒤따르고 있다.  그런데 최근 2위 업체인 도시바가 경영 위기에 빠지면서 반도체 사업의 매각을 발표했다. (도시바 사태로 일본은 2017년 상반기가 시끄러웠다) 그리고 이 매각 입찰의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곳이 미국 브로드컴, 미국 웨스턴디지털, 대만 홍하이그룹(폭스콘), 그리고 한국의 SK 하이닉스다. 흥미로운 건 애플의 이름이 인수전에 계속 거론되고 있다는 점이다. 도시바의 반도체 사업 매각 이야기가 처음 나왔을 때부터 “애플이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는 계속 흘러나왔다. 막상 애플은 참전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다른 방법을 통해 도시바와 연계되는 중이다. 인수전에 참가한 대만 홍하이그룹이 애플과 일본의 소프트뱅크와 협력해 참여하는 방안이 떠오르고 있다. 일본 정부는 민감 기술 이전 문제를 이유로 중국과 연결된 홍하이그룹의 인수를 견제해 왔다. 이에 대한 유화책으로 홍하이그룹은 애플과 소프트뱅크의 협력을 얻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낸드플래시 확보 위기감에 따라 움직임 달라진다

 애플은 도시바 전쟁에 참가할까. 따지고 보면 가능성이 적진 않다. 애플에게 낸드플래시는 중요한 부품이다. 아이폰 시리즈가 고부가가치를 유지하려면 고성능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낸드플래시 확보는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미 낸드플래시는 디스플레이, 배터리와 함께 스마트폰 제조사 간 쟁탈전이 치열한 부품이다. 대부분의 스마트폰 메이커들이 낸드플래시 대용량화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폰부터 Mac까지. 애플의 원활한 제품 생산에는 엄청난 낸드플래시 확보가 필요하다. ©Pixabay


 삼성전자의 낸드플래시 점유율이 높아질수록 경쟁사인 애플은 낸드플래시 공급 가격이 상승할 수 있는 처지에 놓일 수 있다. 또는 공급량을 애플이 원하는 수준만큼 받지 못할 수도 있다. 낸드플래시는 스마트폰에 필수적이니 이걸 확보하는 건 아이폰 생산량을 확보하는 것과 같다. 따라서 애플이 낸드플래시 확보에 대해 위기감을 가질수록 도시바 인수전에 어떤 식으로든(비록 주체는 아닐지라도)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 애플의 이름이 계속 거론되는 이유다.  애플은 이미 반도체 분야에 진출해 성공했던 추억을 갖고 있다. 10년 전, 아이폰 시리즈가 막 세상에 나온 직후인 2008년에 애플은 미국의 PA Semi라는 반도체 디자인 기업을 2억7800만 달러에 인수했다. 반도체 개발회사인 PA Semi는 DEC Alpha와 StrongARM 계열의 프로세서를 개발해왔다. 이 회사를 인수한 뒤 애플은 2010년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위한 저전력 고효율 프로세서인 ‘A4’가 등장시켜 기기의 성능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키며 애플의 전성기를 활짝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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