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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에 전쟁 이후 출생자 진입…“안보보다 경제 불안감이 더 크다”

 나이 60이 넘으면 생각이나 행동을 바꾸기 힘들다고 하지만 이 말이 항상 옳은 건 아니다. 과거 60세 이상 고령층의 보수 정치 세력에 대한 충성도는 절대적이었다. 보수 정당의 든든한 ‘믿는 구석’이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자식들 위해 일터로 나가는 어버이처럼 보수 정당이 여당이든 야당이든 문제가 있든 없든 신뢰를 버리지 않았다. 견고한 지지를 보냈다. 보수 정당은 이들 60대의 호응을 기반으로 경쟁 세력에 대항할 동력을 확보하곤 했다. 2012년 대선에서 60대 이상은 무려 72.3%의 지지를 보수 후보에게 몰아줬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오늘의 60대는 어제의 60대와는 다른 모습을 지니고 있다. 이전의 40대, 50대들이 이제 60대가 된 것이다. 지금 60세는 40대에는 2002년 한·일월드컵을 경험했다. 이전 60대들과는 다른 사회를 경험한 세대들이 60대로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인용한 3월10일 헌법재판소 인근에 모인 시민들이 환호하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달라진 정치 환경, 新60대가 온다

 이전 60대는 한국전쟁 세대였다. 전쟁과 기아를 경험했다. 당연히 안보 이슈에 민감했다. 대한민국 체제를 위협하는 적으로서의 북한이 존재하고 있고, 이로부터 공동체를 우선적으로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안보에서 미심쩍은 정치 세력에 대해서는 강한 거부감을 표출했고 선거에서는 철저히 외면했다. 적대 세력과 관계를 개선하려는 시도 자체에 대해서 무척 못마땅해했다. 하지만 최근 60대에 전쟁 이후 세대들이 진입하고 있다. 한국전쟁 이후 태어난 이른바 베이비부머들이다. 전쟁을 직접 경험하지 않았기 때문에 안보 민감도가 이전 세대에 비해 낮은 편이다. 이들은 산업화를 거치고 비교적 풍요로운 한국 사회를 건설하는 주역이었다. 경제적 풍요를 건설하면서도 그 풍요를 일정 부분 누렸다. 경제적 문제에 이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배경이다. 이들은 은퇴를 했거나 눈앞에 은퇴를 앞두고 있다. 노후는 길어졌다. 북한의 체제 위협에 대한 불안감보다도 당장 경제적 생활 유지와 관련한 불안감이 더 클 수 있다. 최근 60대에서 실리적 특성이 발견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보수화된다’는 이른바 연령효과(age effect)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으나 그 강도는 과거 60대에 비해 상당히 완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사상보수, 생활실리’의 특성이 나타나기도 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각종 데이터 관리에서도 60대와 70대를 구분하기 시작했다. 60대와 70대의 의식 차이가 존재함을 인정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제 더 이상 60대와 이전 60대였던 70대는 한 그룹이 아닌 것이다. 

60대와 70대 의식 차이도 존재

 과거에 비해 지금 60대는 학력수준도 높다. 정보습득 역량도 뛰어나며 사회 비판의식도 내재하고 있다. 단순히 정서에 의해서 의식이 규정되는 게 아니라 실리적 특성을 바탕으로 각 정치 세력의 정책이나 입장에 대해 판단하고 이에 따라 반응할 여지가 커졌다. 고령층의 증대와 이들의 정치영역에서의 실리적 행동으로 인해 정치적 파워그룹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른바 ‘실버정치(silver politics)’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외국처럼 우리나라에도 은퇴자협회 등 고령자 단체가 많이 생겨나고 있다. ‘보수 신화’의 붕괴도 60대의 유동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간 보수 정치 세력이 60대의 절대적 지지를 획득할 수 있었던 주요한 3가지 신화가 있었다. 첫째, ‘경제는 보수가 낫다’는 것이다. 산업화 주도 세력이 보수 세력이었기 때문에 분배와 복지를 강조하는 진보 세력에 비해 경제를 더 잘 알고 성장시킬 수 있다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최근 보수 정권들이 이를 증명하지 못했고, 경제지표는 더 악화됐다. 둘째, ‘안보는 보수가 절대적으로 더 낫다’는 것이다. 여전히 진보 정치 세력의 안보관을 의심하지만 보수가 안보에 유능하다는 인식은 최근 북한의 도발에 무력하기만 한 보수 정권을 보면서 역시 약화됐다. 대중의 기대에 보수 정치 세력이 안보 영역에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서 절대적 우위에서 상대적 우위로 바뀌었다. 셋째, ‘사회의 안정에는 보수가 더 낫다’는 인식이다. 보수 정당이 지난 총선에서 공천을 둘러싼 극한 대립을 보이고, 현직 대통령이 연루된 정권 게이트로 나라가 흔들리고, 또 이를 놓고 친박(親박근혜)과 비박(非박근혜)의 갈등을 넘어 당이 쪼개지는 모습을 보이면서 보수 정치 세력이 사회의 안녕을 강화하고 혼란을 수습하는 능력을 지녔는지에 대한 의문이 커졌다. 고령층으로 하여금 당당히 보수임을 자임하게 하면서 보수 정치 세력을 지지하는 강력한 근거로서 작동해 온 보수의 우월성이 약화되고 있는 것이다. 한편 바뀐 정치적 환경도 이들의 정치적 선택의 유동성을 강화하고 있다. 선택지가 진보와 보수 양당으로만 제시될 경우 진보에 대한 반감이 작동해 보수 정당에 대한 선택을 수월하게 할 수 있었으나 지금은 중간지대 정당도 존재한다. 반대쪽으로 넘어가지 않으면서 기존 관성에서 벗어난 선택을 하기 쉬워진 것이다. 실제로 최근 60대의 정당 지지율을 보면 과연 이들이 지난 대선에서 보수 후보에게 70% 이상 표를 몰아준 게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보수 정당인 자유한국당에 20%를, 바른정당엔 9%의 지지를 보내고 있다. 반면 반대쪽의 민주당엔 20%를, 중도 정당인 국민의당엔 22%의 지지를 보내고 있다. 60대에서 제1당은 보수 정당이 아닌 결과다.(한국갤럽, 2017월 3월28~30일)달라진 정치 환경에 신(新)60대가 출현한 셈이다. 60대의 유동성이 높아진 만큼 이번 대선에서 이들의 선택은 전체 결과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에 60대의 유연성이 확인되면 각 정치 세력의 실버 정책 개발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절대다수를 점하는 실버층에 대한 정당의 구애가 경쟁적으로 강화될 수밖에 없다. 이는 다시 60대의 유동성을 더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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