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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와 허리를 과하다는 느낌으로 펴고, 보폭은 넓고, 조금 빠르게

 

걷는 행동은 몸의 균형을 잡고 체중을 앞으로 이동하는 동작의 연속이다. 누구나 이 동작을 무리 없이 하지만 바른 자세로 걷는 사람은 드물다. 머리가 몸통보다 앞쪽으로 쏠려 있고, 어깨는 안쪽으로 말리고, 허리도 구부정한 채 걷는 사람이 많다. 게다가 현대인은 걸으면서도 스마트폰을 보느라 고개를 앞으로 더욱 숙인 모양새를 취한다. 이런 자세만 고쳐도 뒷목이 뻣뻣하거나 뭉친 증상은 상당 부분 해소된다. 이상철 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걷는 자세가 올바르지 않으면 근골격계 통증이 생기기 쉽다. 근골격계 통증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부위는 허리, 목, 어깨, 하지(무릎·발·발목) 순이다. 바른 걷기는 이들 통증을 줄이는 데 매우 좋다”고 강조했다.

 

바른 걷기의 첫 단추는 하체보다 상체의 자세를 곧게 유지하는 것이다. 척추를 바르게 펴는 게 핵심이다. 이상철 교수는 “가슴을 펴고, 목을 숙이지 않고, 시선은 정면을 주시하거나 약간 위를 보는 것이 좋다. 배에 힘을 줘 걷는 자세가 허리에 무리를 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은 자신이 허리를 펴고 걷는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배하석 이대목동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편하고 바른 자세로 서서 엑스레이를 찍어보라면 하나같이 구부정한 자세가 나온다. 어깨와 가슴을 펴는 행동은 평소 습관과 달라서 처음에는 불편하고 어색하다. 조금 과하다고 느낄 정도로 어깨와 가슴을 펴야 척추가 고르게 정렬된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젊은 직장인들이 걸어가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바닥이 볼록한 마사이 신발은 피해야

 

일반인의 걷는 행동을 살펴보면 팔의 움직임이 거의 없다. 유재욱 유재욱재활의학과의원 원장은 “팔을 흔들면 하체 위주의 걸음걸이에서 상체와 하체를 골고루 사용하는 걸음걸이가 된다. 주의할 점은 팔을 앞으로 흔드는 것보다 뒤쪽으로 흔드는 것에 신경 쓸 필요가 있다. 팔을 뒤로 흔들면 견갑골(어깨뼈)이 움직이고 주변 근육이 이완되면서 목, 어깨, 팔의 통증이 완화된다. 견갑골에는 목과 어깨의 많은 근육이 연관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다음으로 신경 쓸 부분은 하체다. 박원하 삼성서울병원 스포츠의학센터 교수는 “바른 걸음걸이란 발뒤꿈치가 먼저 땅에 닿게 하며 발 앞부분으로 지면을 차듯이 전진하는 동작”이라고 설명했다. 걷기에서 중요한 다리 부위는 발목이다. 이상철 교수는 “터벅터벅 걸으면 충격이 무릎이나 고관절, 허리로 전달되므로 발목을 충분히 들어 걸어야 충격을 흡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이가 들면 신체기능이 떨어지면서 걸음걸이가 변한다. 가장 큰 특징은 보폭이 줄어들고, 발 사이가 양옆으로 벌어진다. 보폭이 줄면 아장아장 걷게 되고, 발 사이가 벌어지면 어기적어기적 걷는 모양새가 된다. 체력 증진이나 심폐기능 향상을 위해 걸을 때 보폭은 평상시보다 약간 넓게, 속도는 속보가 바람직하다. 일반인이 걷는 속도는 평균 초당 0.8m다. 걷는 속도는 평보·속보·경보로 구분하는데, 평보는 1시간에 4km(보폭 60~70cm), 속보는 1시간에 6km(보폭 80~90cm), 경보는 1시간에 8km(보폭 100~120cm) 정도로 걷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자신에게 맞는 평보의 보폭은 자신의 키에서 100을 뺀 수치다. 너무 천천히 걷는 것은 무릎에 더 좋지 않다. 유재욱 원장은 “골반이 너무 흔들리지 않는 범위에서 보폭을 넓게 걷는 것이 좋다. 이 행동이 힘들다면 양손에 스틱을 짚고서라도 보폭을 넓힐 필요가 있다. 발 사이 간격은 걸을 때 바지 안쪽이 살짝 스치는 정도가 이상적”이라고 설명했다.

 

흙길을 걷는 게 충격이 작다. 도심의 일상에서 흙길을 걷기란 쉽지 않으므로 충격을 흡수할 운동화를 착용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특별한 신발이 아니라 일반 워킹화로 충분하다. 워킹화는 걷기에 최적화됐고 부상을 방지하도록 고안된 신발이다. 다만 가벼운 신발은 피하는 게 좋다. 신발이 가벼우면 밑창이 얇아서 땅에서 전해지는 충격을 발이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다. 조금 무거운 듯하고 밑창이 두꺼워서 충격을 흡수하는 신발을 골라야 한다.

 

신발 바닥이 아래로 볼록한 마사이 신발은 일반인에게 이롭지 않다. 이 신발은 본래 발목관절을 움직이지 못하는 환자나 장애인을 위해 고안됐다. 걸을 때 발목을 움직여야 하는 일반인에게 이 신발은 득보다 실이 많다. 배하석 교수는 “걸을 때 발목관절을 움직여야 하는데, 일반인이 마사이 신발을 신으면 균형을 잃을 수 있고 발목을 사용하지 않아 특정 관절이 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심장병 환자에게 속보는 오히려 독”

 

요즘은 건강을 위해 운동 목적으로 걷는 사람이 많아졌다. 걷기는 생활 속에서 가장 안전하게 할 수 있는 유산소운동 중 하나다. 걷기는 장소·시간·금전의 구애를 크게 받지 않으며, 안전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유재욱 원장은 “현대인이 고통받고 있는 질병 대부분은 걷는 양이 줄어든 데서 온다. 바른 자세로 걸으면 당뇨병이나 고혈압 같은 생활습관병, 치매나 암처럼 생명을 위협하는 병, 역류성 식도염이나 변비 등 소화기계통의 병, 우울증이나 불면증 등 심리적 문제로 인한 병을 예방 또는 치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걷기 운동 주기는 하루에 40~50분, 일주일에 3~4일이 이상적이다. 이 강도에 익숙해지면 걷는 속도와 주당 횟수를 늘린다. 그러나 걷기는 단조로운 동작이어서 금방 싫증이 난다. 걷는 코스를 주기적으로 변경하거나 음악을 들으면서 걸으면 지루함을 줄일 수 있다. 배하석 교수는 “2명이 함께 걷는 방법도 추천한다. 평상시보다 조금 빠르게 걷되 대화에 지장이 없는 정도가 적당하다”고 조언했다.

 

걷기는 허리, 무릎, 발등 관절에 무리한 하중을 주지 않기 때문에 운동을 처음 시작하는 초보자나 노약자, 심장병 환자, 비만자에게 강도 높은 달리기보다 적합한 운동이다. 그러나 운동 목적의 걷기를 피할 사람이 있다. 박원하 교수는 “심장이나 혈관에 이상이 있는 사람에게 무리한 속보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평상시 무릎과 허리를 비롯한 관절 부분에 통증이 있는지,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많이 차는지, 운동할 때 가슴 주변에 통증이 있는지, 고혈압이나 당뇨 등 성인병이 있는지, 운동하다가 실신한 적이 있는지, 기타 질환이나 정형외과적 문제가 있는지를 우선 생각해 볼 일이다. 특히 중년 이후의 연령에서는 동맥경화나 관상동맥 질환 등이 몸에서 진행되더라도 증상이 없어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으므로 더욱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바른 앉기는 등받이 110도 의자가 적당

 

바른 걷기와 더불어 바른 앉기도 근골격 건강 유지에 필요하다. 바르게 앉기 위해서는 허리가 90~110도 정도 유지되는 등받이가 있고 목 받침대와 팔걸이가 있는 의자가 좋다. 비행기 좌석이 약 100도이므로 이보다 약간 뒤로 젖혀진 상태를 유지하면 된다. 앉았을 때 무릎은 90도로 굽혀지고 발은 지면에 모두 닿는 높이가 적당하다. 목은 앞으로 숙이지 말고 목 받침대에 지지받는 것이 좋다. 컴퓨터 모니터의 중간이 눈높이와 일치하면 목을 필요 이상 숙이는 것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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