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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1억5천만명이 사용하는 10대들의 놀이터
지금 미국의 10대들 사이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SNS를 꼽으라고 하면 첫 손에 꼽히는 게 스냅챗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매일 사용하는 사용자가 1억5000만명으로 트위터를 웃돕니다. 초당 9000장의 사진이 공유되고 동영상의 조회수는 매일 100억회가 넘습니다. 페이스북이 눈여겨 본 소셜미디어는 이처럼 현재 가장 활발한 채널이 됐습니다. 스냅챗은 '시간'이 핵심적인 콘텐츠입니다. SNS를 너무 열심히 하다보면 누구든 지우고 싶은 흑역사가 생기기 마련인데요. 그건 기록을 남기 때문에 생기는 고민입니다. 그러다보니 '잊혀질 권리' 같은 것도 중요해지는 거죠. 하지만 스냅챗은 어떤 흑역사라도 사라집니다. 게시된 콘텐츠는 24시간 내에 소멸되고, 친구끼리 연락할 수 있는 메신저에서는 상대방이 메시지를 확인한 뒤 10초 이내면 사라집니다. 마치 영화 '미션 임파서블'에서 톰 크루즈가 받는 지령처럼 사라지는 셀프 파괴 메시지는 뒤끝없는 표현이 가능한 SNS를 만들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텍스트 중심이 아닌, 이미지가 중심인 SNS라는 점도 젊은층에 어필했죠. 사생활도 보호되고 그 어떤 장난스런 사진(은밀한 사진일지라도)이라도 10초면 사라지니 엄청난 양의 콘텐츠들이 올라왔다 사라집니다. 그러다보니 기존의 강자가 스냅챗의 서비스를 따라하는 경우도 생겼습니다. 트위터는 앱에서 셀카 얼굴에 동물 모양 마스크 등 다양한 이미지를 덧씌워 가공할 수 있는 '스티커 기능'을 도입했습니다. 다른 응용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고도 이렇게 만든 사진을 올릴 수 있게 했습니다. 페이스북에 추가된 '스토리 기능'도 스냅챗의 서비스와 닮았습니다. 사진이나 동영상 슬라이드쇼가 '24시간' 후 사라지게 하는 기능입니다. 스냅챗의 인기는 통계로도 증명됩니다. 미국의 금융투자기관인 파이퍼 제프리(Piper Jaffray)가 실시한 2016년 조사가 있습니다. 미국 46개주 1만명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인데요. 일종의 브랜드 충성도를 물었습니다. 결과를 보면 미국의 청소년이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이용한 SNS, 그리고 좋아하는 SNS 모두 1등은 스냅챗이었습니다. 특히 가장 선호하는 SNS를 보면 스냅챗은 35%를 기록해 인스타그램(24%), 트위터(13%), 페이스북(13%)을 모두 밀어냈습니다. 파이퍼 제프리의 설명에 따르면 반 년 전과 비교해 볼 때 스냅챗은 사용자도, 호감도도 증가했지만 인스타그램의 경우 사용자는 늘었어도 호감도는 떨어졌다고 합니다.“어린 사용자는 다 내꺼” 스냅챗의 위엄
이 조사는 SNS의 차세대 환경을 짐작케 합니다. 페이스북이 2008년 마이스페이스를 밀어내고 지배적 위치에 선 지 10년 정도 됐습니다. 페이스북이 영원히 페이스북인 채로 남을 순 없습니다. 미래에는 어떤 SNS가 지배적인 채널이 될 것인지를 보여주는 힌트일 지도 모릅니다. 여전히 전 세계 기준으로는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1~2위를 다투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 사용자의 연령은 스냅챗에 비해 다소 높은 편입니다. 모든 SNS가 얻기 위해 혈안이 돼 있는 10대 사용자들은 스냅챗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의 모방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스냅챗에 위험이 될 거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하지만 반대의 얘기도 있습니다. 미국 증권사인 드렉셀 해밀턴의 애널리스트인 브라이언 화이트는 이렇게 말합니다. "스냅챗은 다른 플랫폼들이 얻기 어려운 밀레니엄 세대 속으로 침투 정도가 높다. 페이스북의 스토리 기능 발표는 스냅챗의 혁신적인 제품과 독창적인 비전에 대해 오히려 강한 보증이 될 것이다." 라이벌들이 강하게 나오더라도 10대들의 스냅챗 사랑은 생각보다 강고합니다. 왜냐면 스냅챗을 이용하는 큰 이유 중 하나가 "부모가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기 때문이죠.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은 연령대가 높아 부모들도 쓰고 있지만 스냅챗은 부모들의 눈을 피해 쓸 수 있는 SNS입니다. 시간이 흐르면 결국 페이스북과는 다른 SNS를 거처로 삼은 세대가 세상에 주류로 나올 것입니다. 그 때문에 미국의 기업들은 이미 스냅챗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10년 뒤쯤 이 밀레니엄 세대와 대화하기 위해서입니다. 예를 들어 포브스 같은 미디어도 여기에 동참했습니다. 10명 체제의 팀을 만들었는데, 이들은 스냅챗을 쫓으며 밀레니엄 세대의 기호와 대화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다른 미디어들도 당연히 비슷한 대처를 하고 있습니다.스냅챗이 워낙 역동적이다보니, 확장력도 상당합니다. 미국 인터넷 시장조사기관인 컴스코어(comScore)가 올해 2월에 발표한 '2017 US Cross-Platform Future in Focus를 보면 스냅챗 사용자의 연령별 분포가 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2016년 1년 동안 사용자 추이를 조사했는데 2015년 12월의 경우 스냅챗 사용자의 46.8%는 18~24세의 젊은층이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1년 뒤인 2016년 12월에는 이 비율이 28.5%로 급감했습니다. 밀레니엄 세대(18~34세)로 확대해봐도 1년 동안 76%에서 54.1%로 감소했습니다.
사진 기반 SNS 고전하는 한국, 하지만 스냅챗이라면...
반대로 45세 이상 중장년층의 비중은 2015년 12월의 11.2%였던 게 2016년 12월에는 30%까지 치솟았습니다. 젊은이들이 북적이던 곳에 중장년층이 몰려들고 있다는 얘기인데요. 그러면 젊은층의 이탈이 일어나는 것일까요. 그건 아닙니다. 젊은층의 확산은 지금도 진행 중이고, 그것보다 더 빠르게 중장년층의 진입도 늘고 있는 셈입니다. 전체 연령층으로 외연을 확대한 셈이니 페이스북이 긴장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미국의 SNS가 한국에 정착하는 데는 시간차가 있습니다. 페이스북은 2008년 미국에서 1위에 오른 뒤 2010년 한국 법인을 만들었고 2012년쯤 국내에서도 누구나 인정할만큼 주도적인 소셜플랫폼이 됐죠. 스냅챗 역시 미국에서의 인기가 국내로 불기까지 시간차가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단 반드시 안착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입니다. 카카오 관계자는 "사진이나 동영상 기반 SNS가 의외로 한국에서 고전한다"고 말합니다. 그 이유를 물어보니 몇 가지를 듭니다. 일단 국내 SNS가 견고하게 안착돼 있습니다. 카카오톡이나 카카오스토리가 페이스북과 나란히 수위를 다투고 있습니다. 그리고 SNS가 워낙 홍수다보니 새로운 서비스의 진입이 쉽지 않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입니다. 스냅챗이 사진 중심의 SNS라는 것도 주목해야 할 대목입니다. 사진이나 동영상 중심의 SNS는 국내에서 고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과거 핀터레스트가 그랬죠. 하지만 국내에서는 사진이나 동영상이 이미 기존의 SNS를 통해 충분히 공유되고 있습니다. 카톡이든 페이스북이든 기존 SNS를 통해 유통되면서 별도의 SNS 필요성이 그리 많지 않다는 얘기였습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냅챗이 가지는 그 발랄함과 특징은 매력적입니다. 그래서 국내에서 먹힐 지 매우 궁금한 대목입니다. 들불처럼 유행하기 전에 미리 스냅챗을 해보시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