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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內亂)이 일어나 아스팔트가 피로 물든다.” 탄핵심판을 받는 박근혜 대통령 측 김평우 변호사가 헌법재판소 법정에서 내놓은 ‘전망’입니다. 심판이 막바지에 이른 지난 2월22일 변론에 나선 김 변호사가 무려 100분에 걸쳐 토해 낸 얘기들은 섬뜩합니다. 그는 헌재소장 대행과 주심재판관을 국회소추위원단과 한 패거리로 매도하고 “국회의원이 야쿠자냐?”며 국회소추단을 공박하기도 했습니다. 널리 알려졌기도 하지만 표현과 내용들이 원체 험악해 굳이 인용하는 것을 피하렵니다. 다만 이 한 가지는 말해 둡니다. 여러 언론들이 ‘막말 테러’라며 김 변호사의 행위를 규탄하는 반면 ‘태극기 쪽’에선 살아 있는 정의 외침이라고 칭송하지요. 
탄핵심판 변론에서 막말논란을 일으킨 박근혜 대통령 변호인단의 김평우 변호사가 2월25일 오후 시청 앞 서울광장 인근에서 열린 탄핵기각 총궐기 국민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북한)김정은이 이복형(김정남)을 죽인 것을 (우리가) 비난만 할 처지가 아니다.” 김 변호사의 ‘거사(擧事)’ 하루 앞선 21일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의 발언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유력 대선후보인 문재인 전 대표의 국정자문단 공동위원장인 정 전 장관은 “정치적 경쟁자를 제거하려는 것은 권력자의 속성”이라며 박정희 정부의 김대중 납치 사건 등을 사례로 들었습니다. 전 세계가 공분하는 판에 북한을 두둔하는 것으로 비치기에 충분했습니다. 가뜩이나 좌파 성향으로 표적이 된 文캠프를 당혹스럽게 만들었습니다. 화제의 두 장본인은 대한민국 제일간다는 K고와 서울대 출신입니다. 1945년생 해방둥이로 동갑내기입니다. 김 변호사는 대한변협 회장을, 정 공동위원장은 두 차례나 통일부 장관(김대중·노무현 정부)을 역임했습니다. 출신학교와 연령, 경력을 거론한 까닭은 다름이 아닙니다. 세상 물정도 알고, 사리를 분별할 만한 엘리트일 것이라는 전제에서입니다. 그런데 저따위 언동을 일삼았습니다. 특히 대통령의 황당한 전비(前非)는 제쳐두고 헌재를 겁박한 김 변호사의 처사에 이르러서는 할 말을 잊게 됩니다. 그 노림수가 무엇이건 도대체 역사의식이라는 게 있는지 의문이 듭니다. 아무튼 정도 차이가 있겠지만 먹물깨나 먹은 두 사람을 이렇게 이끈 것은 패거리 의식이 강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헌재 계획대로라면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이 머지않아 끝납니다. 탄핵이 인용될지 기각될지 미지수지만 인용되면 60일 이내에 후임 대통령을 선출하고요. 교과서대로라면 사법적·정치적 정의가 실현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될까요? 아닐 듯합니다. 새로운 싸움의 시발일  따름입니다. 한쪽에선 기각되면 시민혁명을, 다른 쪽에선 인용되면 국민 궐기를 각기 예고하니까요. 앞서 김·정 두 사람 행태도 이런 게 단순한 으름장이 아님을 방증합니다. 올해 김 변호사가 내뱉은 ‘피로 물드는 아스팔트’가 현실화할 소지도 배제 못합니다. 헌재의 심판에 승복하지 않겠다는 이들이 대선 결과를 수긍할 리 없으니 말입니다. 우파 진영 내, 그리고 좌우파가 뒤얽힌 싸움은 해방 정국 당시를 능가할지 모릅니다. 이 호기를 5만 명쯤으로 추산되는 남파 고정간첩들이 수수방관할 리 없을 테니 상상만 해도 끔찍합니다. 북한이 김정남을 처치한 실력 일부나마 발휘하면 혼란상은 극에 달할 겁니다. 계엄령도 소용없을 수 있습니다. 흥분한 다중이 출동한 탱크를 겁내지 않을 테니까요. 대통령이 형사 피의자로 전락하면서 공권력의 권위가 땅에 떨어진 탓입니다. 헌법재판관 경호 경찰이 배치되고 야당 대선후보가 경호 인력을 증원하는 등 어수선합니다. 대통령 하야설도 분분합니다. 탄핵 인용된 대통령이 포승줄을 받을지, 아니면 ‘다른 특단의 선택’을 할지 등등 세상 뒤집을 초대형 변수들이 널려 있습니다. 국민들께 비상식량과 대피소를 준비하라는 당부나 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정말 한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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