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유권자 호감도, 문재인 58%·안희정 57%·이재명 55% ‘막상막하’
호남 유권자가 우리나라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대선 과정에서의 영향력은 이를 훨씬 상회한다. 특히 야권의 경선 과정에서는 사실상 최종 후보를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호남의 낙점 없이 야당 후보가 될 수 없다”는 말은 거의 법칙에 가깝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영호남 지역구도 아래서 호남이 갖는 상징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실제 야당의 당원 비중이 호남에서 절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당내 경선 선거인단의 호남 참여 비중 역시 다른 지역보다 월등히 높다. 2012년 민주당 대선 경선의 선거인단은 약 108만 명이었는데 호남이 20% 넘게 차지했다. 광주·전남 14만 명, 전북 9만5000여 명 등 23만5000명 수준이었다. 실제 호남의 인구비율보다 선거인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두 배가량 높았던 셈이다. 호남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돼 있는 수도권의 호남 출신자들까지 고려하면 그 영향력은 더 커진다.
게다가 이번엔 지역순회 경선의 첫 지역이 바로 호남이라는 점도 주목도를 높이는 요인이다. 가장 관심이 집중되는 호남에서 가능성을 보여주면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2002년 새천년민주당 경선에서 당시 동교동계의 지원을 받아 대세론을 구가하던 이인제 후보는 광주에서 노무현 후보에게 패배함으로써 기회를 놓친 바 있다.
문재인·안희정·이재명·최성 등 민주당 주자들은 호남에 사활을 걸고 있다. 실제 온라인상에서 각 주자들 이름과 함께 거론되는 지역 연관 키워드를 보면 광주 등 호남이 상위권으로 나온다. 그만큼 주자들의 호남 행보가 잦고, 공을 들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안희정, ‘선의 발언’으로 호남도 주춤
현재 민주당 주요 주자들의 호남지역 지지율을 보면,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가 전체 지지율과 마찬가지로 우위를 보이고 있다. 그 뒤를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이 추격하고 있는 양상이다. 최근 탄핵위기론과 특검 연장 무산 우려 등으로 정권교체론의 최적임자로 인식되는 문 전 대표가 수혜를 얻고 있다. 안 지사의 경우,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다가 최근 이른바 ‘선의 발언’ 등의 영향으로 주춤한 상황이다.
지금까지 안 지사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퇴장으로 지지율을 비교적 쉽게 끌어올릴 수 있었다. 이로 인해 호남의 관심도도 높일 수 있었다. 다만 이제부터는 지지율 상승속도가 이전과 다르게 더딜 수밖에 없다. 다른 누군가가 보유하고 있는 지지층을 빼앗아 와야 하기 때문이다.
문 전 대표의 안정성이 호남에서도 젊은 층 지지를 기반으로 상당히 높은 편이다. 그럼에도 호남 여론이 완전히 정리됐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어느 정도의 유동성은 남아 있다. 흔히 얘기되는 호남의 전략적 선택, 즉 최종적으로 당선 가능성이 높은 인물을 ‘필요’에 의해 선택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남행열차에 몸 싣는 민주당 주자들
호남에서 민주당 주요 주자들에 대한 호감도도 별 차이는 없다. 문 전 대표 58%, 안 지사 57%, 이 시장 55%였다(한국갤럽, 2017년 2월21~23일). 문 전 대표는 호남에서의 반감이 상당히 해소돼 있는 상태라는 점에서, 안 지사와 이 시장은 지지율 상승의 배경이 되는 호감도가 1위 주자에 밀리지 않고 있어 이후 반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점에서 모두에게 기대를 갖게 하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도 정권심판과 정권교체 기류가 지금처럼 강하게 유지되면 문 전 대표가 호남에서도 강세를 이어가는 데 유리한 환경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과 맞붙었던 경험과 현재 1위 주자라는 점으로 인해 정권교체 대표선수라는 이미지를 획득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대통령 탄핵이 인용돼 정권심판 기류가 일정 정도 조정되면 정권심판 긴장도가 다소 느슨해지면서 호남에서 안 지사 등의 수용도는 좀 더 높아질 수도 있다. 다만 탄핵 결정 이후 경선이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부상(浮上)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한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