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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이 지난 뒤로 봄기운이 완연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올봄은 유례없는 혼란과 격동의 연속이 될 공산이 커졌습니다. 2월17일 국내외를 놀라게 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이 단초(端初)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은 3월초로 예상되는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영장이 발부됐다는 것은 법원이 박 대통령에 대한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가 성립한다고 봤다는 뜻입니다. 아시다시피 뇌물죄는 헌재가 탄핵 인용의 대표적 근거로 언급한 중죄(重罪)입니다. 박영수 특검팀이 ‘삼성 특검’이냐는 비아냥까지 감수하면서 그토록 이 부회장 구속에 목을 맸던 것도 이 사안이 갖는 파괴력을 잘 알았기 때문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 후 세 번째 조사를 받기 위해 22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도착하고 있다. ⓒ AP연합

이 부회장의 구속은 그 자체만으로도 상징성이 큽니다. 대한민국에는 국민이 느끼는 절대권력이 2개 있습니다. 하나는 청와대고 또 하나는 삼성입니다. 청와대보다 삼성이 더 세다고 느끼는 국민도 적지 않습니다. 대통령은 5년이면 바뀌는데 삼성은 수십 년째 안 바뀌니까요. 삼성이 오죽 셌으면 ‘삼성공화국’이란 말도 통용되고 있고, 이 삼성공화국이 ‘헬조선’이란 표현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되기도 합니다. 구속과 재판은 별개지만 이런 삼성의 총수가 그룹 창립 후 78년 만에 처음으로 구속됐습니다. 이것만으로도 성역(聖域)이 무너진 셈입니다. 이제 남은 성역은 청와댑니다. 청와대 주인은 대통령입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국민이 주인이고 대통령은 관리인에 불과하지만 말입니다. 청와대는 삼성보다 더 절대권력이고 성역입니다. 검찰이나 특검이 삼성을 상대로 압수수색도 하지만 청와대를 상대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법원까지 청와대 압수수색을 불허하는 판국입니다.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이 인용되든 기각되든, 다음 정권에서는 청와대가 이런 상황에 처하면 압수수색이 가능한 나라가 돼야 할 것입니다. 민주주의의 근간은 법칩니다. 법치의 근간은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요. 청와대와 삼성 외에도 법 위에 서 있는 존재가 너무 많습니다. 이런 상황 자체가 불법적입니다. 이래 놓고 법을 지키라고 하면 영(令)이 설까요. 형식적 법치가 아닌 실질적 법치가 민주주의의 토댑니다. 삼성 구성원들로서는 할 말이 많을 것입니다. 지금은 삼성이 온통 비난의 대상이지만, 우리 사회에 기여한 공이 지대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번 기회를 정경유착의 적폐를 청산하는 계기로 삼으시기를 삼성 임직원 여러분께 권하고 싶습니다. 작금의 사태를 이해하기 위해 2주 전에 제작한 1425호 칼럼을 일독하시기를 권합니다. 제목이 ‘국민이 바뀌고 있다’는 이 글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소재로 우리 사회의 변화를 짚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 언급했듯이, 우리 국민들은 (예비)최고지도자의 잘못에 더 이상 관용을 베풀지 않겠다고 태도를 바꾸고 있습니다. 민심을 이기는 것은 없습니다. 이 부회장의 구속도 이런 맥락에서 파악하면 될 것입니다. 박 대통령의 탄핵심판이 인용된다면 이것도 마찬가집니다. 개인적으로는 2017년 봄이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군요. 경지당 인구밀도 세계 1위인 대한민국에서 살아남는 것만 해도 너무 힘든데, 나라는 국민에게 도움이 되기는커녕 갈수록 혼란스럽기만 하지, 이복형까지 죽이는 북한 김정은은 걸핏하면 미사일을 쏴대는데 우리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으니까요. 올봄이 지난다고 상황이 개선될 것 같진 않지만 일단 이 봄은 빨리 넘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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