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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플란트 시장 2·3위 업체 덴티움·디오, 금감원과 공인회계사회 감리 받는 내막

국내 임플란트 시장 2·3위 업체인 덴티움과 디오가 선수금(용역·상품을 제공하기 전에 미리 받은 금액)을 매출로 인식해 실적을 부풀리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 경쟁업체는 실적을 실제보다 좋게 보이게 하는 ‘분식회계’라며 한국공인회계사회(한공회)와 금융감독원(금감원) 회계심사국 등에 덴티움과 디오에 대한 회계 감리를 요청했다. 임플란트 업체들이 분식회계 구설에 오르면서, 이번 기회에 매출 부풀리기 등 임플란트 업계에 만연한 변칙적인 매출 인식 방식에 대한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덴티움과 디오는 병·의원과 거래하면서 3~5년간 사용할 물량을 납품하거나 세금계산서만 발행한 뒤 일시에 매출로 인식하는 등 기업회계원칙(K-IFRS)을 위반했다는 진정서가 접수되면서 각각 한공회와 금감원의 감리를 받고 있다. 전직 덴티움 회계부장 김아무개씨는 2월13일 취재진과 만나 “덴티움은 치과 병·의원과 임플란트 패키지 판매 계약을 체결하고 수금한 뒤 회사가 임의로 구성한 제품을 출고하지 않고 보관증을 발행하거나, 무제한 반품 보증 등 비정상적 방법으로 계약금 전액 또는 상당액을 당해연도 매출로 인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임플란트 제조업체는 거래처인 치과 병·의원과 계약금액이 소진될 때까지 임플란트 구성품을 공급하는 장기 수주계약을 맺는다. 병·의원은 장기 거래를 명목으로 묶음 상품을 계약하면 구매 가격을 낮출 수 있고, 임플란트 제조업체는 판매를 지속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장기 수주계약은 업계 관행으로 정착됐다. 이에 덴티움과 디오는 △병·의원에 제품을 출고하지 않고 세금계산서만 발행해 매출로 인식하기 △병·의원에 제품을 출고하지 않고 보관증만 발급하기 △무제한 반품·교환을 약속하고 병·의원 주문과 상관없는 임의 구성품을 대량 출고하고 매출로 인식하기 등을 이용해 선수금을 매출로 바꾸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 일러스트 김세중

회계 전문가들 “분식회계 소지 다분해”

 회계 전문가들은 덴티움과 디오의 매출 인식 방법에 분식회계 소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한다. 일반기업회계기준 및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서 △재화 소유에 따른 유의적 위험과 보상 이전 △재화 관리 통제 이전 △수익 금액 측정 가능 △원가 측정 가능 등과 같은 조건이 충족돼야 수익으로 인식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재규 호연회계법인 대표회계사는 “덴티움과 디오는 임의로 구성한 임플란트 제품을 대량으로 밀어낸 뒤 무제한 반품·교환이라는 조건을 걸어 매출로 잡고 있다”면서 “이는 소유에 따른 유의적 위험과 보상이 구매자에게 이전되지도 않은 것이며, 임의 구성이라는 말에서 원가 측정이 불가능하다는 점이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덴티움은 2015년 11월 충북 소재 치과의원과 5000만원 납품 계약을 체결하고 임의로 구성한 제품에 대한 계약금액 5000만원 전액을 매출로 인식했다. 그 뒤 치과가 주문하면 납품하고 나머지 금액은 거래명세서에 거래 잔액으로 남겨 뒀다. 2000여 종에 달하는 임플란트 구성품 중 어떤 제품을 치과에서 요구할지 알지 못한 채로 매출만 확대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디오는 2015년 10월 경남 소재 치과병원과 1억원 납품 계약을 체결하고 제품을 일괄 출고한 뒤, 보관증을 써주고 바로 회수했다. 계약 금액은 전액 매출로 인식했고, 그 뒤 치과가 주문할 때마다 치과에서 원하는 제품을 출고했다. 보관증 발행을 통해 매출로 인식했지만, 제품을 판매사가 보관하고 있어 디오가 통상적 관리 위험을 안고 있는 셈이다. 덴티움의 전직 영업담당 전아무개씨는 “특히 무제한 반품·교환을 약속하고 병·의원 주문과 상관없이 임의 구성품을 대량 출고하는 이른바 창고 옮기기가 심각하다”면서 “덴티움은 임의로 꾸린 임플란트 구성품에 대해 병·의원 측에 무조건 반품·교환을 약속해 결함이나 관리 부주의로 생긴 제품 손상까지 회사가 책임진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디오 관계자는 “제품 출고 없이 세금계산서만 발행해 매출로 인식한 적이 없다”며 “다만 묶음 판매 계약을 체결한 뒤 제품 출고와 동시에 전액 매출로 인식하는 것은 업계 관행이다”고 말했다. 제품 출고나 사용과 상관없이 계약금 전액 또는 계약금 중 상당액을 매출로 인식하다 보니 덴티움과 디오는 제조업체로서는 드물게 높은 영업이익률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3분기 덴티움은 매출 311억6355만원, 영업이익 104억1056만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이 33.4%에 이른다. 같은 기간 시장 1위 업체 오스템임플란트의 영업이익률은 13.5%에 불과했다. 디오는 2015년 28.3%, 지난해 상반기 34.2%라는 경이로운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덴티움과 디오가 3~5년간 사용할 제품을 공급하는 계약을 병·의원과 체결하자마자 매출로 인식한 데 따른 결과다. 또 회사 임의로 이윤 폭이 큰 제품 위주로 패키지를 구성해 이익률을 높였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제품 일괄 출고로 매출 늘리기는 업계 관행”

 덴티움의 전직 영업담당자는 “원가가 낮은 픽스처 등 임플란트 구성품 위주로 패키지를 구성해 영업이익률을 높였다”고 말했다. 또 덴티움의 전직 재무담당자는 “고객 주문대로 출고하고 매출로 인식하면 월 매출이 절반으로 감소한다. 덴티움이 2011년 상장에 한 차례 실패한 뒤 2012년 출고량에 맞춰 매출을 인식하자 월 매출이 30억원에서 12억~13억원으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덴티움은 다시 기존 매출 인식 방법으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공회는 덴티움이 반품률을 지나치게 낮게 잡아 반품충당부채를 적게 책정하는 중요도(가중치) II단계 과실을 범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덴티움은 1월20일 유가증권시장 상장 진행에 앞서 감사보고서를 정정하고 반품충당부채를 90억원으로 늘렸다. 그런데 2월15일 한공회는 해당 사안을 추가 검토해 과실 가중치를 낮춘 의견을 증권선물위원회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경쟁업체 관계자는 “매출로 인식할 수 없는 부분을 고의로 인식해 실적을 부풀렸음에도 이를 반영하지 않은 솜방망이 조처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공회 관계자는 “법적으로 감리 내용에 대해 말할 수 없다”며 “몇 달간 공정하게 검토한 감리 결과”라고 밝혔다. 금감원 기업공시국 관계자는 “덴티움이 비상장 업체라 금감원이 나서지 않고 한공회가 감리했다”며 “나중에 다시 감리하겠지만, 한공회가 덴티움을 상세하고 적절하게 감리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법무법인 세종은 ‘덴티움에 관한 한공회 조처에 대한 답변’에서 “판매자가 임플란트 제품에 대한 유의적 위험을 계속해서 부담하고 있으므로 반품으로 회계 처리할 대상이 아니다”며 “덴티움은 수년에 걸쳐 의도적으로 매출을 과도하게 부풀려온 것”이라고 판단했다. 취재진은 2월13~14일 양일간 덴티움에 감리 내용에 대한 입장을 반복해서 물었다. 이에 덴티움은 “진행 중인 감리와 관련한 민감한 사안으로 공식적으로 답변드릴 수 없는 사항이므로 (공식 답변할 수 없음을) 양해 바란다”고 밝혔다. 덴티움 관계자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제품을 일괄 출고해 매출과 영업이익을 늘리는 것은 업계 관행”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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