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년 전 정치판을 기억하시나요? 2016년 1월14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김종인을 선대위원장으로 모셔왔습니다. 바로 직전 대선 때 적진 참모장이던 인물을 말입니다. 그리고 불과 2주일 뒤 비상대책위 대표로 옹립했습니다. 일반 당무에다가 공천권 등 전권을 부여한 것입니다.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른 제정 러시아 황제에 빗대 ‘차르(Czar)’라는 별명이 붙여진 김 대표는 기대에 부응, 다 쓰러져가는 당을 구해 냈습니다. 문 대표가 열쇠 꾸러미에 생사여탈권까지 헌상한 것은 원체 다급한 탓이었음은 물론입니다. 동업자(안철수)가 친문 패권주의에 반발, 딴살림을 차리면서 집안이 뿌리째 흔들렸기 때문입니다. 엊그제 국민의당 대표가 된 박지원 의원에 이르기까지 계속된 줄 탈당이 문 대표가 두 손 들 수밖에 없는 사태를 낳은 겁니다. 야당의 지리멸렬에 신명 난 당시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오만방자는 새삼 말할 필요가 없을 터입니다. 공천관리위원장 이한구의 행패는 압권이었지요. 국민들 눈총이 쏟아졌지만 지도부는 한 술 더 떴습니다. 비박(근혜)을 내치는 것으로도 부족한지 ‘진박 타령’을 하는 등 집단으로 ‘뽕’에 취한 양 온갖 추태를 다 벌였습니다. 그러니 4월 총선 결과는 뻔했지요. 그런데도 반성은커녕 박근혜교(敎) 신자라는 이정현을 당 대표에 올려놓고는 득의양양했습니다. 언론이 국정 농단의 주역으로 지목한 민정수석 우병우나 끝내 싸고돌면서. 그리고 등장한 최순실과 이어진 대통령 탄핵. 모든 게 끝장났습니다. 

2017년 1월, 문 전 민주당 대표는 선두주자로 우뚝 섰습니다. 민주당 지지율도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대통령 탄핵으로 앞당겨질 게 확실한 차기 대선 승리를 장담할 만합니다. 확장성 한계 때문에 ‘최종’은 아니라는 회의론이 없지 않지만, 어쨌든 이 시간 문 전 대표 지지율은 경쟁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압도합니다. 그러나 진지하게 자신을 둘러봐야 합니다. 1년 전과 180도 달라진 오늘이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말입니다. 한마디로 ‘최순실’을 포함, 여권의 상상을 초월하는 실정(失政)에서 기인한 반사이익입니다. 공짜로 주운 겁니다. 굳이 문 전 대표나 민주당의 공적을 꼽는다면 김종인을 팽(烹)시키고 당권을 적시에 환수한 작업일 겁니다. 1년 전을 떠올린 까닭은 ‘국민은 무섭고 현명하다’는 진리를 모두가 되씹어보라는 뜻입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아수라장입니다. 국가 양대 축인 안보·경제 모두 위기입니다. 위태위태합니다. 사유를 열거하기조차 겁이 납니다. 대통령이 감방에 안 가려고 발버둥이나 치는 가운데 사실상 대선 정국이 전개되면서 그나마 행정은 완전 마비됐고, 와중에 대선후보들은 제각기 선심정책 남발에 열중입니다. 나라야 어찌 되든 이기는 게 급선무라고 여기는 이들에게 ‘표퓰리즘’ 자제하라고 촉구한들 콧방귀나 뀔 겁니다. 그래서 아예 포기하렵니다. 그러나 이것만은 지키기를 당부합니다. 증오(憎惡)만은 절대 부추기지 말라는 것. 가뜩이나 갈기갈기 찢긴 국민들 사이에 증오가 더 타오르면 무슨 사태가 벌어질는지 아찔합니다. 정말 나라가 망할지 모릅니다. 누가 대통령에 당선돼도 ‘대통령짓 못해먹는’ 상황이 벌어질 겁니다. 문 전 대표에게 특히 이를 주문합니다. 지지율 선두가 모범을 보이면 다른 ‘잠룡’들도 따르지 않을까해서지요. ‘잡룡(雜龍)’으로 매도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럴 겁니다. 국민은 무섭고 현명합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