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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력과 섹스의 관계-上] 왜 권력은 강렬한 성적 동기와 성적 욕망을 만들어내는 걸까?

<편집자 주>

시사저널은 그동안 격주로 연재하던 ‘강장묵 교수의 테크로깅’에 이어, 새 연재 ‘나비의 섹슈얼리티’를 독자 여러분들에게 선보입니다. 필자 나비(필명)는 심리학과 인류학을 전공했고, 현재 교육·투자법인 대표와 미국계 글로벌회사 부사장이란 직업을 갖고 있으면서 성 담론 관련 강의와 집필 활동을 활발히 병행하고 있습니다. 2014년 ‘국내 최초 여성 픽업아티스트 나비가 전하는 현명한 유혹의 기술’이란 부제(副題)의 《내가 선택한 남자와 사랑하라》가 서점가에 큰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시사적인 이슈와 섹스 심리학을 접목하는 새로운 성 칼럼을 격주로 연재할 것입니다.

“나는 부자이고 유명 인사이니 여자의 XX을 간단히 더듬을 수 있다.” 이번 미 대선에서 승리한 도널드 트럼프의 2005년 발언 녹음테이프가 외부로 유출되면서 큰 이슈가 됐다. 실로 오랜만에 해외 주요 정치 기사에 섹스라는 적나라한 단어가 난무했다. 그 단어는 국제무역이나 이민정책이라는 말보단 확실히 더 자극적이어서 유독 이번 미 대선은 지구촌에 화제를 몰고 왔다. 실제 우리는 트럼프의 섹스 비디오 언급이라던가, 조부가 운영했다던 사창가 등의 뉴스를 수차례 목격했다. 뿐만 아니라 상대 후보였던 힐러리의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과거 백악관 섹스 스캔들도 재차 수면 위로 올라오며, 다시금 권력과 섹스의 상관관계를 생각하게끔 만들었다. 
‘2010 미스유니버스대회’에서 이 대회의 공동 주최자인 도널드 트럼프가 각국 미스 유니버스들에 둘러싸인 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AP연합

사실, 미국의 정치적 이슈가 섹스로 야단법석이었던 것은 이번 대선 후보들만이 아니다. 역대 43명의 미국 대통령 가운데 자신의 이름과 섹스가 연관되어 알려진 대통령은 존 F 케네디를 포함해 최소 15명이다(최소라고 쓴 이유는 아마도 알려지지 않은 것도 더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은 결혼 전날 절친한 친구의 아내인 샐리 패어팩스와 부적절한 관계를 가졌으며, 독립선언문을 만들고 종교의 자유를 최초로 문서화한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은 흑인 노예 샐리 허밍스와 36년간 정사를 나누었다. 더군다나 샐리는 28년 연하였고, 제퍼슨이 처음 샐리와 관계를 가질 때 그녀의 나이는 불과 14세였다. 뉴프런티어를 선도한 멋쟁이 케네디는 어마어마했는데, 상·하원 의원과 대통령 재임 시절을 막론하고 아주 적극적인 성생활을 즐겼다. 재클린과 결혼한 1953년 전후 케네디의 여인으로 거론된 이는 실로 다양하다. 마릴린 먼로, 앤지 디킨슨, 제인 맨스필드 등 다수의 유명 여배우와 프리실라 웨이어, 질 코완 같은 백악관 스태프들을 비롯해 스트립 댄서 블레이즈 스테어, 악명 높은 마피아 샘 지아카나의 정부(情婦) 주디스 엑스너 켐벨에 이르기까지 민주주의 국가의 대통령답게 모든 계층의 여성들을 다 소화해 낸 케네디는 백악관에 입성한 역대 대통령 중 최고의 바람둥이로 손꼽히고 있다. 민족자결주의를 주창한 윌슨 대통령 또한 신혼여행 와중에 바람을 피웠고, 그 뒤로 두 번째 부인 이디스를 맞이해서도 유부녀 메리 헐버트 팩과 혼외 연인 관계를 유지했다.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루스벨트 대통령의 경우는 소아마비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집권 기간 동안 여러 여성들과 섹스 스캔들을 일으켜 화제를 모았다. 그는 아내의 비서부터 자신의 비서, 백악관의 사무요원들은 물론, 2차 세계대전 당시 백악관에서 기거했던 노르웨이 왕세자비까지 섭렵할 정도로 왕성한 정력을 자랑했다. 아이젠하워는 자신의 여성 운전사와 뜨거운 사랑을 나눴다.  

역대 美 대통령 중 3분의 1 섹스 스캔들 연루

 ‘자본주의의 귀족들’이라 불리는 부자들의 성생활도 정치 권력자들과 다르지 않다. 트럼프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 컨설팅 회사 ‘프린스 앤 어소시에이츠’는 2007년에 재미있는 결과를 내놓았다. 평균 9000만 달러(약 1000억원) 이상의 재산을 갖고 있는 미국 억만장자의 약 70%가 자극적이고 만족스러운 성생활을 하고 있다고. 많은 돈과 힘은 대부분의 세계에서 권력을 상징한다. 그리고 권력자들, 그 이름엔 생각보다 자주 섹스라는 단어가 오르내린다. 권력은 자주 섹스와 무언가 관계하는 것처럼 보인다. 당(唐) 현종, 존 F 케네디, 예카테리나 여제 등 권력을 이용해 섹스를 취해 온 이들이 있기도 하고, 또 반대로 클레오파트라나 에바 페론, 양귀비처럼 섹스를 이용해 권력을 취해 온 이들도 있다. 권력과 섹스는 왜 자꾸 만나는 것일까? 정말로 권력은 강렬한 성적 동기와 성적 욕망을 만들어내는 걸까? 평범한 여성들은 권력자들과의 연애를 어떻게 생각할까? 필자는 이런 궁금증을 풀기 위해, 필자 주변의 전문직이나 커리어우먼, 대학생 등 여성 404명(대부분이 20대와 30대 미혼여성이며, 일부 40·50대 및 기혼여성도 포함)에게 아래와 같이 물었다. ‘대단한 권력자(부자)가 다가와 나에게 연애를 하자고 하면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그리고 네 가지의 보기를 제시했다. 1번 절대 안 된다, 2번 결혼을 전제로 응해 준다, 3번 한 번쯤 응해 줄 수 있다, 4번 기간에 상관없이 연애로 사귀어보고 싶다. 결과는 놀라웠다. 설문에 응한 197명 가운데, ‘결혼을 전제로 응해 준다’고 답한 여성은 단 5명에 불과했다. 흔히 여성들은 권력자(부자)와의 결혼을 원할 것이라는 선입견과는 다르게 나타난 결과였다, ‘절대 안 된다’고 한 이도 5명이었다. 그보다 10배 많은 54명이 ‘한 번쯤 응해 줄 수 있다’고 했고, 27배나 많은 133명은 ‘기간에 상관없이 연애로 사귀어보고 싶다’고 답했다. 그녀들에게 권력자와의 관계란 신분 상승을 꾀하는 신데렐라적 꿈이라기보다는 의외로 ‘호기심’과 ‘로맨스’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권력과 섹스의 만남은 여성들에게 신분 상승의 수단처럼 여겨지지만, 그것은 사실 의식적 ‘수단’이라기보다는 무의식적 ‘인력(重力)’에 가깝다. ‘번식’이라는 날것의 동기가 그 원인이기 때문이다. 인류가 지적으로, 영적(靈的)으로, 사회적으로 아무리 발전했어도 번식은 중요하다. 우리가 더 이상 번식할 수 없다면 문화와 경제, 예술, 정치, 가족, 혹은 그 어떠한 영적인 가치든 우리가 추구하고 아끼는 것들 또한 곧 사라지고 말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본능적으로 이것을 알고 있어, 우리 본성의 감춰진 의도가 쉽게 드러나는 전(全) 지구적 암실인 ‘인터넷’상에 성과 관련이 깊은 주요 산업을 발전시켰다. 포르노 산업, 사회적 네트워킹, 그리고 만남 주선 등인데, 그 산업들 모두가 수조원의 지속적인 캐시카우가 되어 온 것은 결코 우연의 산물이 아니라 우리의 본성이다. 

*이 시리즈는 격주 연재입니다. 1416호에 권력과 섹스의 관계(下)편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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