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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는 없고 간·심장·뇌 손상 부작용 보고만 잇달아… 살 빼는 비법, 음식 20% 줄이고 하루 1시간씩 운동

미국 최고 병원으로 꼽히는 메이요클리닉 의료진은 올해 초 국제 학술지에 52세 여성의 사례를 보고했다. 가족력 등도 없이 건강한 이 여성은 어느 날 갑자기 간 수치가 정상보다 20배 이상 증가했다는 내용이었다. 검사 결과, 그의 간은 심한 간염으로 간 기능이 손실됐고 결국 간 이식을 받았다. 추적 결과, 이 환자의 간 손상은 ‘살 빼는 약’이 원인으로 드러났다. 하루에 2알씩 3주 동안 약 50알을 섭취한 후 피곤하고 식욕이 떨어져 병원을 찾았던 것이다. 이 여성이 먹은 것은 ‘가르시니아 캄보지아(Garcinia cambogia)’ 추출물(HCA)로 만든 건강기능식품이었다. 이 병원 의료진은 “가르시니아 캄보지아는 급성 간부전의 유력한 원인이고, 결국 환자는 간 이식을 받았다. 소비자와 보건 당국은 허브 보충제에 잠재적 위험이 있다는 점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2009년에도 이 성분으로 만든 제품(하이드로컷)이 심각한 간 손상(혈중 간 효소 변화, 황달, 간 이식 및 사망) 등 잠재적 위험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판매를 금지한 바 있다. 

 

가르시니아 캄보지아는 인도 등 남아시아에서 자생하는 열대식물이다. 이 식물 껍질에서 추출한 성분은 체내 지방 생성을 억제해 체중감량을 유도하고 뇌에 작용해 식욕을 억제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후 건강기능식품 원료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사람들 사이에서 ‘살 빼는 약’으로 통하는 이 성분의 건강기능식품은 국내에서도 인터넷·TV홈쇼핑·백화점 등을 통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그러나 효과에 대해서는 의문을 보이는 전문가가 많다. 박수아 약사는 “그 성분은 이론적으로 효과가 있지만 실제로는 별 효과가 없는 것 같고, 오히려 부작용을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내에서도 몇 해 전부터 이 성분의 부작용이 보고되고 있다. 식약처의 ‘건강기능식품 부작용 추정사례 신고 현황’ 자료를 보면, 가르시니아 캄보지아 추출물 제품의 부작용 신고 건수는 2009년 7건, 2010년 9건, 2011년 6건, 2012년 3건, 2013년 16건, 2014년 161건으로 증가했고, 2015년에는 44건을 기록했다. 2014년 39세의 여성은 살을 뺄 목적으로 이 성분을 먹고 식욕부진·오심·소화불량·피로·황달 등을 호소하다 병원을 찾았고, 검사 결과 간 손상이 의심돼 4주간 입원 치료를 받고서야 퇴원했다. 

 


가르시니아 성분 심각한 부작용 의심

 

국내외에서 이런 내용이 보고되자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최근 이 성분과 관련된 국내외 연구 문헌 80편을 분석했다. 그 결과, 2004~15년 사이에 16명이 이 성분 제품을 먹고 급성 간염, 간부전과 같은 간 손상과 급성심근염·심장빈맥 등 심장질환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외에도 환자들은 황달·호흡곤란·안구경련·두통·발한·혈압상승·저혈당·메스꺼움·구토·현기증·위장통증·설사·변비·발진·불안·신경과민·수면장애 등 다양한 증상을 호소했다. 단기적인 체중 감량 효과는 있지만 장기적인 효과를 확인할 수 없으며 오히려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게 연구원의 결론이다. 박주연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9월20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문헌 연구를 통해 가르시니아 캄보지아 및 와일드망고 종자 추출물 함유 제품 복용 군에서 체중 및 허리둘레 감소, 혈액학적 수치 변화 등 단기적 체중감량 효과가 나타났다”면서도 “다양한 증상의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제품 섭취에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이런 성분을 관리·감독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 성분 제품의 판매 중단을 고려하지 않기로 했다. 2009년부터 2015년까지 부작용으로 신고된 243건 중 간 기능 이상으로 신고된 17건을 분석한 결과, 인과관계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다만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검토 결과를 분석해 필요할 경우 해당 성분을 재평가할 계획이라고 식약처는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안전성과 효능이 확보되지 않은 제품을 방치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꼬집었다. 지난해 4월에도 백수오 성분의 건강기능식품에 인체에 해로운 이엽우피소가 함유돼 논란이 있었지만, 식약처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가 두 달 만에 번복한 바 있다. 명승권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암관리정책학과 교수는 “건강기능식품은 산업적 측면이 아니라 국민 안전 측면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 최근에도 미국에서 가르시니아 캄보지아 성분에 대한 심각한 부작용이 국제 학술지에 발표된 만큼 해당 제품의 판매를 중단하고 안전하다는 결과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남아시아의 자생 열대식물인 가르시니아 캄보지아와 그 껍질 추출물로 만든 건강기능식품


“건강기능식품은 착각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몸매 관리를 위해 건강기능식품까지 사 먹는 이유는 무엇일까. 마른 몸매를 선호하는 사회 풍조 때문이라는 게 비만 치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 때문에 정상 체중인 사람도 다이어트에 집착한다는 것이다.

체질량지수(BMI)라는 게 있다. 체중(kg)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눈 수치다. 이 수치가 18.5~23이면 정상으로 보고 그 이하는 저체중, 그 이상은 과체중이다. 특히 25를 넘으면 비만, 30 이상이면 고도비만으로 구분한다. 쉽게 말해 25 이상을 뚱뚱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최근 이 기준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이 기준대로라면 성인 3명 중 1명이 비만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유럽 등 다른 나라에선 체질량지수 30 이상을 비만으로 본다. 예를 들어 키가 160cm라면 외국에서는 77kg이 넘어야 비만이지만 국내에서는 64kg부터 비만이다. 국내 BMI 기준은 1980년대 만들어졌다. 당시 동양인은 서양인의 체격과 달라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다. WHO의 기준을 적용하면 현재의 다소 통통한 사람도 정상 범위에 속할 수 있다. 그래도 서구식 식습관 등으로 과거보다 뚱뚱한 사람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다.

 

 

“반찬과 과일 섭취량까지 줄여야”

 

비만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질병의 원인으로 알려지면서 뚱뚱한 사람은 병원을 찾아 비만을 치료받기도 한다. 실제로 의사들은 비만 자체를 병으로 보기도 한다. 그래서 약을 써서라도 비만을 해결하려는 것이다. 의사가 처방하는 비만 치료제는 의학적 검증을 거쳐 단기적 효과가 입증됐다. 이 약을 먹고 체중의 변화를 느낀 비만 환자는 자신도 살을 뺄 수 있다는 의지를 갖게 된다. 

 

건강기능식품은 의약품보다 부작용이 심하지 않아 의사의 처방이 필요 없다. 그러나 효과가 없거나 미흡하므로 의약품은 아니다. 건강기능식품이라는 말에는 ‘효과가 없어도 책임 못 진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명승권 교수는 “건강기능식품이라는 용어는 1980년대 일본에서 들어온 말로 서양에서는 사용하지 않는다. ‘건강+기능+식품’이라는 단어 때문에 일반인은 먹어도 안전하고 건강에 도움이 될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미국 등지에서는 부족한 성분을 보강해 준다는 의미의 식이보충제(dietary supplements) 정도로 표기한다. 국내에 약 230종의 건강기능식품이 있는데, 수년 동안 모두 확인해 보니 유의미한 효과가 있는 성분은 하나도 없었다. 뚱뚱한 사람을 날씬하게 만드는 건강기능식품은 없다”고 강조했다.

 

건강기능식품은 효능이 없고 비만 치료제는 의사의 처방이 필요하므로 시중에서는 마약이 살 빼는 약으로 둔갑돼 거래되기도 한다. 특히 인터넷과 SNS를 통해 쉽게 마약 거래를 할 수 있게 되면서 지난해 1만2000명에 육박하는 마약 관련 범죄자가 검거됐다. 특히 여성 마약사범은 2014년과 비교해 65%나 급증하면서 지난해 2200명을 넘었다. 이 가운데 일부는 살을 빼는 약으로 알고 마약을 구입했을 수 있다. 마약상들이 마약을 살을 빼거나 미용에 좋은 약으로 홍보하기 때문이다.

 

살 빼는 비법 2가지 중 하나는 운동이다. 사진은 명상과 요가를 결합한 피트니스 프로그램을 체험하는 사람들 © 연합뉴스

살을 빼는 확실한 방법은 무엇일까. 비법이 있다. 적게 먹고 운동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이를 비법으로 여기지 않는다. 많이 먹고 싶고, 신체 활동은 하지 않으려는 생활습관 때문이다. 그런데도 오랜 기간 동안 쌓인 체내 지방을 약으로 병균을 제거하듯이 한순간에 해결하고 싶어 한다. 이런 심리를 이용해 일각에서는 마치 신비의 살 빼는 약이나 식품처럼 광고하지만 실제로는 꼼수다. 명 교수는 “현재까지 의학적으로 입증된 살 빼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먹는 양을 20~30% 줄이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규칙적인 운동이다. 간식은 거의 끊다시피 하고 반찬·과일 섭취량까지 줄여야 한다. 운동은 유산소운동과 무산소운동을 각각 30분씩 해서 모두 1시간 정도 매일 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 두 가지만 꾸준히 해도 비만 걱정을 덜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만 환자도 의사의 처방을 받아 비만 치료제를 단기간 복용하면서 음식 섭취량을 줄이고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을 기본으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의사가 처방하는 비만 치료제도 단기간·소량만 사용

 

최근 살을 빼려는 목적으로 마약류 의약품을 불법으로 구입한 병원 간호사들이 적발된 적 있다.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일하던 간호사 4명은 2015년 10월부터 다이어트를 하려고 마약류로 분류된 비만 치료제를 제약사 영업사원으로부터 불법으로 구입해 복용해 왔다. 

 

이 약은 식욕억제제다. 비만 치료제는 식욕억제제, 신진대사 촉진제, 탄수화물·지방 흡수차단제 등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식욕억제제는 말 그대로 식욕을 떨어뜨려 음식물 섭취량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그러나 이미 체내에 쌓인 지방을 해소하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향정신성 성분(펜터민·펜디메트라진)이 있는 만큼 장기 복용은 금물이다. 장기 복용하면 의존성·중독성·내성이 생길 수 있고 중독이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따라서 의사가 처방해 단기적으로 소량만 사용한다.

 

사실 식욕억제제는 1960년대부터 개발됐으나 부작용이 심했다. 1997년에 개발된 약(리덕틸)도 식욕 감소 효과를 인정받아 다이어트 약으로 판매됐으나 각종 심장 질환을 일으켜 2010년 국내 시장에서 퇴출됐다. 이처럼 부작용 위험이 크고 다른 치료제가 있어 선진국에서는 향정신성 식욕억제제의 판매를 금지하거나 제한하고 있다. 식약처도 향정신성 식욕억제제를 3개월 이상 복용하면 각종 정신적 부작용과 약물중독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과체중이나 비만이 아닌데도 과도한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장기간 식욕억제제를 처방받아 복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국회 보건복지위 김상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향정신성 의약품 성분 식욕억제제의 2012~15년 판매량은 총 7억 개가 넘는다. 연간 1억 개이던 것이 2015년 2억 개를 넘어섰다. 

 

신진대사 촉진제는 체내 신진대사를 활성화해 에너지 소비량을 높이는 약이다. 체지방을 태워 없앤다는 의미다. 대표적인 것이 마황(한약재)이나 카페인이다. 신경을 각성시키는 효과가 있어서 과거 운동선수들이 각성제로 사용했다. 그러나 심장마비·뇌졸중과 같은 혈관 질환의 위험 부담이 커지는 부작용이 있다. 이론적으로는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지만 실제로는 얼마나 체중 감량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특히 운동을 병행하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

 

탄수화물·지방 흡수 억제제는 비만을 일으키는 탄수화물과 지방의 흡수를 방해하는 약이다. 먹어도 살이 찌지 않도록 도와주는 약으로 통한다. 흰강낭콩 추출물(파세올린)은 탄수화물 흡수를 방해하고, 지방 흡수 억제 성분(올리스탯)은 지방 흡수를 억제한다. 그러나 장기 복용하면 지용성 비타민의 흡수도 방해하는 등 부작용이 있으므로 의사의 상담과 처방을 받아 사용할 수 있다. 탄수화물·지방 흡수 억제제는 포도당·과당·설탕·유당·맥아당 등 단순당에는 효과가 없다. 또 이미 체내에 축적된 지방을 제거하지도 못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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