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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시사저널 김경민 기자입니다.
연일 쏟아져나오는 ‘생활화학물질 위해성’ 논란을 다룬 기사들 때문에
평소 달고 살던 방향제 탈취제 제품 끊으신 분들 많으시죠?
저도 방향․탈취 제품 참 좋아하는데요,
그중에서도 제가 평소 잘 쓰던 제품 <페브리즈 에어>에는 어떤 성분이 있는지,
한번 직접 알아보겠습니다.
오늘 성분을 확인해볼 <페브리즈 에어>는 바로
이렇게 생긴 아이로, 공기탈취제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향의 이름도 ‘비내린 초원’입니다. 이름만 들어도 상쾌하죠?
자, 이 제품 표면에 표기된 구성성분을 한번 볼까요?
성분으로 ‘물, 건조제, 탈취제, 계면활성제, 향료, 미생물억제제’라고 간단히 적혀 있네요.
흠, 이래선 이 제품이 내 몸에 해로운지 어쩐지 알 수가 없죠.
보다 정확한 제품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제품 사이트에 들어가야 합니다.
국내 대형 포털 N사 검색창에 ‘페브리즈 에어’를 입력해봤자 안 나와요.
국내 페브리즈 대표 사이트에 들어가볼까요?
오, 이런 창이 뜨는군요.
“페브리즈는 안심하고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의심많은 저는 하단에 마련된 ‘페브리즈 성분 확인하러 가기’ 버튼을 클릭합니다.
제가 사용하는 <페브리즈 에어 공기탈취제 성분>을 볼까요?
니트로젠(질소),
정제수(물이란 얘기죠)
알코올,
사이클로덱스트린,
폴리아크릴레이트,
하이드로제네이티드 캐스터 오일,
디알킬 소듐 살포석시네이트,
벤즈이소치아졸리논,
향료.
몇 개 되지도 않은 각 성분 옆에 적힌 용도에는 하나같이
‘냄새를 제거한다’‘제품이 미생물이 오염되지 않도록 해준다’는 등 긍정적 효과만 적혀 있습니다.
의심많은 저는 아예 이 제품을 제조한 P&G 본사에 들어가봅니다.
제일 쉬운 길,
구글에 P&G
를 칩시다.
아래와 같은 화면이 짠.
가장 상단 링크로 뜨는 P&G 사이트에 들어갑니다.
홈페이지 상단 메뉴 바 중 Our Brands를 클릭하면
하위 메뉴 중 드디어 제가 찾던 제품안전성, Product Safety가 있네요!
당장 클릭!
하단 부분 Ingredients by Brand라는 항목의 내용 가운데
“Information on our Fabric Care and Home Care ingredients can be found on the Product Safety & Compliance site.”라는 부분이 있습니다.
“우리 회사의 섬유 및 실내 관리 제품의 성분에 대한 정보는 제품 안전&준수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라고 하니,
이 사이트로 넘어가봅니다.
맞습니다.
여기네요.
P&G 사이트나 페브리즈 사이트에 배너 하나만 만들어주면
한 번에 들어올 수도 있는 페이지를
이렇게 꼭꼭 숨겨놨습니다.
어쨌든, 저의 여정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끝까지 가야죠.
상단 우측 검색창에 Febreze Air를 입력하고,
검색조건으로 [Product Ingredients]를 선택한 후 엔터.
아~ <페브리즈 에어>의 영문 상품명은 <Febreze Air Effects>구나~
이런 작은 깨달음을 얻으며,
페브리즈 에어 제품 성분을 확인하러 갑니다.
155KB짜리 PDF 파일로 제공되는 성분 정보가 눈 앞에 뜹니다.
흠... 한국 페브리즈사가 (최근에 급히) 홈페이지에 띄운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의 의심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독성 정보를 내 손으로 직접 확인해보리라.
여기서 잠깐 상식,
사람들마다 주민등록번호가 있듯이
모든 화학물질에는 고유한 번호가 매겨져 있습니다.
‘CAS등록번호’라는 건데요,
화학구조나 조성이 확정된 화학물질에 부여된 고유의 번호입니다.
안전공단이 제공하는 나
국립환경과학원의 에서
CAS 번호를 입력하면 해당물질에 대한 객관적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화학물질의 CAS 번호만 알면 성분에 대한 이해는 금방 할 수 있는 셈이죠.
하지만,
저같은 일반 소비자들이 부닥치는 문제는
바로 이 CAS 번호를 알아내는데 있습니다.
가장 쉽고 야매스러운(?) 방법은
포털에 검색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위 페브리즈 에어 제품에서
벤즈이소치아졸리논(Benzisothiazolinone)이라는
난해한 이름의 화학물질의 CAS번호를 알아내기 위해
N사 검색창에 ‘Benzisothiazolinone, CAS’를 입력하니
우르릉 뚝딱,
‘2634-33-5’이라는 CAS 번호 획득.
(잠깐 상식, 벤즈이소치아졸리논은 BIT라 표기되기도 합니다.)
안전보건공단 화학물질정보 검색창에 이 번호를 입력하니
‘1,2-벤즈아이소티아졸린-3-온’이란 물질에 대한 정보가 나오네요.
‘혹시 다른 물질인가?’ 싶어, 전문가에게 물어봤습니다.
“화학물질의 명칭은 다양한 방법을 붙습니다. 때문에 일반적으로 단순하게 알려진 물질명과 다소 복잡하게 붙은 전문적인 명칭 사이에 약간의 차이가 있더라도 결국 그것은 같은 물질을 지칭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도 그렇습니다.”
-녹색병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물질분석팀 최인자 팀장-
그렇다면 안심하고 클릭.
드디어, 화학성분에 대한 정보를 내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입니다!
우선
<1. 화학제품과 회사에 관한 정보>
흠, 모든 항목이 ‘자료 없음’ 처리돼있습니다.
하지만 제게 중요한 건, 유해성과 위험성!
급성 독성(경구) : 구분4
피부 부식성/피부 자극성 : 구분2
심한 눈 손상성/눈 자극성 : 구분1
피부 과민성 : 구분1
(참고로, 구분 지수가 올라갈 수록, 숫자가 커질수록 유해한 것입니다)
H302 : 삼키면 유해함
H315 : 피부에 자극을 일으킴
H317 : 알레르기성 피부 반응을 일으킬 수 있음
H318 : 눈에 심한 손상을 일으킴
예방
P261 : (분진·흄·가스·미스트·증기·스프레이)의 흡입을 피하시오.
P264 : 취급 후에는 취급 부위를 철저히 씻으시오.
P270 : 이 제품을 사용할 때에는 먹거나, 마시거나 흡연하지 마시오.
P272 : 작업장 밖으로 오염된 의복을 반출하지 마시오.
P280 : (보호장갑·보호의·보안경·안면보호구)를(을) 착용하시오.
..........
그럼 이번엔 또다른 성분인
사이클론덱스트린(Cyclodextrin)을 찾아봅니다.
CAS번호 7727-37-9
유해성·위험성 분류
생식독성 : 구분2
특정표적장기 독성(1회 노출) : 구분3(호흡기계 자극)
만성 수생환경 유해성 : 구분4
유해·위험문구
H335 : 호흡기계 자극을 일으킬 수 있음
H361 : 태아 또는 생식능력에 손상을 일으킬 것으로 의심됨
H413 : 수생생물에게 장기적인 유해한 영향을 일으킬 수 있음
..........
또다른 성분인 디알킬 소듐 살포석시네이트(Dialkyl Sodium Sulfosuccinate)을 찾아봅니다.
CAS번호 55904-24-0
검색된 자료가 없다고 합니다.
하이드로제네이티드 캐스터 오일, 향료 성분인데요.
CAS번호 61788-85-0입니다.
만성 수생환경 유해성 : 구분4
수생생물에게 장기적인 유해한 영향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합니다.
지쳐가지만 마지막으로 폴리아크릴레이트(Polyacrylate Sodium Citrate Sodium Hydroxide)
CAS번호 9003-04-7.
유해성 정보 자료없음.
단, 눈에 들어가거나 피부에 접촉하거나 흡입했을 때
‘긴급 의료조치’하라는 응급조치요령만 있습니다.
.........
예, 그렇답니다.
물론 이는 성분에 대한 기본정보일 뿐입니다.
제품이 이런 성분을 어느 정도 함유하고 있느냐에 따라
조금은 다른 결과가 있겠지요.
하지만,
앞으로 비내린 뒤 초원의 향이 나는 제품을 사용하면서
예전만큼 상쾌하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참고로, 현재 생활화학물질 제조사는 자사 제품 성분을 모두 다 공개할 의무는 없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제조상 ‘기밀성분’인 경우에는
공개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2015년부터 시행된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
일명 화평법에 의하면
제조사가 소비자에게 제조 성분을 모두 공개하지 않아도 되도록
돼있습니다.
그러니까,
P&G사가 공개한 성분이 제가 사랑하고 여러분이 애정했던
페브리즈 에어에 들어있는 성분의 전부는
아닐 수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미국의 한 환경시민단체(EWG)는 페브리즈 공기탈취제 성분을
자체적으로 분석한 결과,
물을 제외하고
는 결과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환경부가 오늘(17일) 한국 P&G가 제출한 페브리즈 성분자료를 토대로
함유성분인 벤조이소치아졸리논(BIT)과
4급 암모늄 클로라이드(디데실디메틸암모니움클로라이드·DDAC)가
“인체상 위해 수준은 아니다”라고 발표했죠?
문제 성분의 위해도는 낮지만,
“이들 성분의 ‘흡입독성’에 대한 위해성 자료는 현재 없는 만큼,
정부는 독성실험을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건강한 시민! 똑똑한 소비자!가 되기 위해
잊지 않고 그 결과를 기다려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