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추석 연휴에 가볼만한 가족 여행지

가을의 초입에 열린 추석연휴. 싱그러운 바람과 벼 익은 논밭의 정겨움에 흩어져 지내던 피붙이의 살가움이 더하는 모처럼의 휴식이다. 귀성길. 혹은 가족끼리 오랜만에 마음먹고 떠난 여행길에 들러볼 만한 곳 네 군데를 소개한다. 찌든 일상을 떠나 상큼한 가을의 모습을 가슴에 한가득 담아 보는 것도 계절을 풍요하게 사는 지혜일 것이다.<편집자>

 경북예천
 경북 내륙 지방을 여행하자면 이화령 터널 혹은 죽령을 넘게 된다. 그러면 문경이나 영주에 닿는다. 그 고장들의 중간에 자리 잡은 예천에는, 석송령을 비롯해 용문사 · 나일성 천문관 · 물도리동인 의성포 등 의외로 볼거리가 많다.

 예천군 감천면 천향동에 가면 천연기념물 294호로 지정된 석송령이 있다. 수령 6백년이 된 이 나무는 나라에 세금을 내는 나무로도 유명하다. 천향리 주민 70여 명이 모여서 석송회(회장 김지환)를 만들고, 가지 하나라도 다칠세라 알뜰히 보살피고 있다.  석송령이 세금을 내기까지에는 그만한 유래가 있다. 6백년 전 풍기지방에 큰 홍수가 났을 때 마을 앞 석간천을 따라 떠내려오던 나무를 한 선비가 건져서 심었다. 이렇게 살아난 나무가 석송령이라는 이름을 얻은 것은 1927년. 평소 자식이 없던‘이수목’이라는 이가 동신목(洞神木)인 이 나무를 애틋하게 여긴 나머지, 영험스러운 나무라는 뜻에서 석송령이라 명명하고 이 나무에 자기 소유의 땅을 상속 등기했다. 땅을 가졌으니 나라에 세금을 내는 것은 당연한 일. 마을 사람들이 석송령 보존계를 만들어 모든 업무를 대행하고 있다. 세금뿐아니라 해마다 제를 지내고, 땅에서 거두어들인 소작료로는 학생들 장학금도 준다. 석송령을 보고 나오는길, 예천으로 가는 28번 국도 바로 옆에는 나일성 천문관잉 Lt다. 올해 6월 개관한 이곳은 40인치 반사 망원경과 천체 관련 고문서와 사진, 해시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천문도인‘천상열차분야지도’복원 비석 등이 있다. 세종대왕이 이름을 지은 흠경각을 본떠 만든 전시실은 천문도 전시실과 해시계 전시실로 나뉜다. 천문도 전시실에는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는 동서양의별자리를 체계 있게 볼 수 있는 옛 천문도와 현대 성도 백여 점이 있다. 해시계 전시실에는, 옛날에 낮 시간을 재던 동서양의 진귀한 해시계 실물 · 모형 · 사진 70여 점이 있다(0584-654-4977).  소백산 용문사 가는길, 용문면 죽림리 928번 지방도 옆에는 고졸한 멋을 풍기는 정가가 그리 높지 않은 벼랑 위에 날아갈 듯 자리하고 있다. 다름이 아니라 초간 권문해 선생(1534~1591)이 세운 초간정(草澗亭)이라는 정자이다.  초간정을 답사하고 산으로 계속 들어가면 용문사가 난온다. 신라 48대 경문왕 10년(870년)두운조사가 창건한 이 절에는 보광명전과 대장전 응향각 진영각 명부전 응진전 회전문 두운암 천불전이 있다.  용문사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보물145호 대장전이다. 고려 명종 9년(1179년)세워지고 조선 현종11년(1670년)에 중수된 이 건물에는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한 윤장대가 설치 되어 있다. 불단 좌우의 회전식 팔각 윤장은 보물 684호로, 안에는 장경판을 넣어 두고 불자들이 한 번씩 밀면서 돌리게 해 불공을 쌓게 한 희귀한 문화재다.  예천 읍내에서 문경 방면으로 가다 보면 용궁면을 지난다. 물도리동의 성포는 용궁면 내성천변에 자리잡고 있다. 경상북도 예천군 용궁면 대은 2리. 의성포라는 지명으로 더 유명한 이 마을은 막히면 어김없이 돌아가는 물줄기가 이루어 좋은 또 하나의 물도리동이다. ◆여행 메모:동서울 터미널에서 예천행 직행버스 하루 27회 운행. 예천은 참기름과 참한우가 유명하다. 예천읍에서 용문사나 의성포 입구인 회룡포로 시내 버스가 수시로 다닌다. 읍내 시장통 수성이네 식당(0584-652-5897)은 비빔밥과 곱창전골을 잘 한다.

 강원도 오대천과 송천
 동해시나 삼척시로 가려고 할 때 영동고속도로가 막힐 경우, 진부 나들목을 빠져나가 정선 여량을 거쳐 백복령을 넘는 것이 현명하다. 이 나들이길에 평창 오대천과 정선 송천 주변을 둘러보는 것은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오대천은 오대산에서 발원해 평창 땅을 관통하며 정선으로 이어지는 1급수이다. 상원사와 월정사의 예불소리를 가득 담고 남으로 남으로 흐르다가 정선 나전 땅에서 조양강과 합류해 동강의 상류가 된다.  진부에서 33번 지방도를 타고 정선을 향해 내려가면서 마평리에 이르면, 청심대라는 정자와 기암 절벽이 오대천변에 솟아 있다. 청심이라는 기생과 강릉부사의 애절한 사연이 깃든 곳이다. 이곳에 오르면 유장하게 흐르는 오대천의 정경을 시원하게 감상할 수 있다.  청심대를 구경하고 남쪽으로 내려가면 얼마 지나지 않아 통나무로 지은 전원 카페‘정선 가는 길’(0374-334-0002)이 반긴다. 원두 커피 한 잔 마시고 나오는길에 오대천 인근 지도를 무료로 얻어 보자. 이어 수항 · 화의리를 지나면 막동리. 도로변 한 곳에 막동할아버지꿀집이 계곡 입구를 지키고 있다. 양봉꿀과 토종 꿀을 구입할 수 있는 곳이다. 막동할아버지라는 별명을 가진 이창근씨(72)는 20년 전부터 막동리에서 양봉을 해왔는데, 지금은 아들 희동씨가 대를 잇고 있다.  최근에는 오대천이 래프팅(급류타기)의 명소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수항 유원지에서 장전 계곡 입구까지 단거리 4km, 장거리 7.5km인 래프팅 코스가 개발되었는데, 동강 래프팅보다 훨씬 재미있고 사고가 한 번도 난 적이 없다는 것이 이곳 주민들의 설명이다. 단풍철인 10월 중순까지도 래프팅을 즐길 수 있다. 향토문화답사회(02-732-5590)가 오대천 래프팅 참여 희망자를 접수하고 있다. 9월19일에는 래프팅과 정선선 기차 여행을 겸한 프로그램도 있다.  오대천 여행을 마치고 정선 여량 땅으로 넘어가면 아우라지 강변이 기다린다. 아우라지에서 내처 송천 상류로 올라가면 구절리 간이역과 오장 폭포가 반갑다. 아우라지에서 골지천을 만나는 송천은, 발왕산 · 대화실산 · 노추산 · 박지산등에서 한 줄기씩 모여든 것이다. 굽이굽이 꺾이고 또 꺾이며 흐르다가 정선 땅으로 넘어와서 구절양장 구절리 마을을 만들었다.  강변 옆으로는 정선선의 종착역인 구절리역이 오도마니 서 있다. 하루에 네 번 비둘기호가 들어왔다 나가는 구절리역. 증산을 기점으로 한 정선선의 종착역이다. 기관차 1량에 객차 1량을 달고 운행되는 까닭에 꼬마 열차라는 애칭도 얻었다. 2일과 7일 정선 장날이나 일요일에는 객차가 2칸으로 늘어나기도 한다. 쓸쓸하게 코스모스만 한들거리는 가을날의 정경을 즐기고 싶다면 구절리역을 꼭 찾을 일이다. ◆여행 메모:영동고속도로로 진부나들목을 빠져나가 33번 지방도를 타고 정선 나전리 방면으로 내려가는 동안 오대천이 줄곧 도로변을 따라온다. 막동할아버지꿀집(0374-332-8915)에서는 민박도 가능. 정선에서 구절리행 정선선은 오전2시49분, 6시53분, 오후2시49분, 6시34분에 출발한다. 약 30분 소요되며, 요금은 편도 3백50원이다.

 충남 보령
 충청도 지방을 여행한다면 보령을 지나칠 수 없다. 내륙에는 문화유적지가 있고, 바다로 나가면 싱싱한 횟감이 즐비하다. 가을 바다는 저마다의 화음을 여행자들에게 자랑한다. 대천항을 중심으로 위로는 오천항, 애로로는 죽도 포구와 용두리 해변이 호젓하게 펼쳐 있다.

 충남 보령시의 어항 중 대천항에 이어 두 번째로 규모가 큰 곳이 천수만을 사이에 두고 안면도와 마주한 오천면 오천항이다. 오천항은 전복 · 바지락 · 해삼의 집합처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일본으로 많이 수출하는 키조개의 산지로 유명하다.  키조개잡이 배들이 오천항으로 들어오는 시각은 오후5시 무렵이다. 키조개잡이 배들이 들어오면 오천항은 일순 술렁거린다. 오천항에 기항하는 조개잡이 배는 모두 30여 척. 이 배들이 한꺼번에 조개를 풀어놓으면 오천항에 파시가 열린다. 이곳에서 다루는 키조개 물량이 1년에 70억원어치나 된다고 한다.  오천 성곽을 병풍으로 삼은 포구일대는 어종이 풍부하면서 평야와도 연결되는 곳이어서 옛날에는 왜구의 침입이 잦았다고 한다. 때문에 충청 수영 본영이 위치했던 전략 요충지였다. 그 자취를 살펴볼 수 있는 곳이 오천성이다.  오천초등학교 뒤편을 지나 오천성 위에 올라서면 천수만과 정겨운 오천항 정경이 시야에 들어온다. 오천은 백제 때부터 회이포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항구로 이용되었던 곳이다. 지금은 서문에 해당하는 망화 문지와 백성을 돌보던 진휼청, 장교 숙소로 사용되던 장교청만이 남아 있다.  되돌아 나오는 길에는 도미 부인의 설화가 깃든 정절사에 들러보면 좋다. 이곳에는 도미 부인의 높은 절개를 기리기 위해 영정이 봉안되어 있다.  죽도는 한적한 어촌이었지만 방조제가 생긴 자리가 대천 해수욕장과 무창포 해수욕장 중간이고, 섬 서쪽에는 기암 괴석이 늘어서 있어 새로운 관광지로 각광받는 곳이다. 죽도 앞바다는 어장과 낚시터로 훌륭하다. 포구 주변에는 낚싯배를 알선하는 집과 간이 횟집이 있다. 10여호 늘어선 횟집에서는 놀래미를 비롯한 자연산 횟감을 판다. 고기잡이 배들이 기항해 있는 포구 풍경이 그림 같다.  죽도가 화려하게 주목되는 여행자라면 남포 방조제 남쪽끝의 용두마을 모래사장은 소란 속의 고요함이 느껴지는 숨겨진 해변이다. 대천 해수욕장과 무창포 해수욕장의 명성에 가려 알려지지 않았지만 주민들은 외지인들에게 내놓고 싶어하지 않는 자연 보물로 여긴다.  용두 해수욕장의 자랑은 길이가 1km가 넘는 백사장 해안. 해수욕장 뒤편으로 하늘이 보이지 않을 만큼 울창한 해송숲이 장관이다. ◆여행 메모:시내에서 오천항까지 시내버스가 수시로 운행하며 배표는 홍광상회(0452-932-4050)에서 팔고 있다. 맛집으로는 순흥수산(932-4086) · 실내포장마차(932-0117)가 있다. 용두리 해변은 대천역에서 36번 국도를 타고 대천해수욕장 초입에서 남포 방조제쪽으로 좌회전한다. 방조제를 지나 횟집 단지를 조금 지나면 언덕이 나오고 가로수길이다. 그 길 끝이 용두리 해변이다.

 전남 영광
 남녘으로 길을 잡은 사람들에게 전남 영광은 여러 모로 유익한 여행지이다. 먼저 불갑사라는 사찰을 답사하고 가마미 해변에 들러 지난 여름의 추억을 되새겨 보는 즐거움이 있다. 귀로에 법성포 굴비라도 사온다면 일거양득.

 영광에서 볼 만한 유적지로는, 모악산 또는 불갑산으로 불리는 노령산맥 줄기 산기슭에 자리잡은 불갑사를 먼저 들 수 있다. 차량을 통제하는 절 입구에서 천왕문까지는 비포장이지만, 도로가 널찍하고 옆으로 계곡물이 시원하게 흐른다. 활엽수 잡목이 길 양쪽에 숲을 이루고 있어 상쾌한 초가을 산책길로 삼아도 좋다.  불갑사는 남중국의 동진에서 인도 고승 마라난타가 법성포를 통해 백제로 들어와 침류왕 왕년인 384년에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불갑사 대웅전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꽃창살이다. 연화문과 국화문이 장식된 문짝이 대웅전 정면과 측면을 둘러싸고 있는데, 화사하고 정교해 변산 내소사의 문살과 비교할 만하다. 이 문짝의 살과 내부 장식에 얽힌 전설이 있는데, 그 유형도 내소사와 비슷하다.  가마미 해변으로 가는 길에 굴비의 고장 법성포를 지나게 된다. 조기와 부세를 구분하는 비결을 참굴비수산(0686-356-3131)의 임경섭씨가 들려준다. 굴비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눌러서 다이아몬드형 굴곡이 생겨야만 진짜 조기라는 것이다. 또 부세는 꼬리지느러미와 몸통을 잇는 부분에 살이 적은 반면 조기는 살이 많다고 한다.  어쨌거나 최근 들어 칠산 앞바다에서는 조기 대신 잡어만 올라와 법성포 어민들은 멀리 홍도 · 흑산도 · 동중국해까지 나가야 한다. 북어처럼 손으로 북북 찢어 먹는 통조기는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찾아보기 힘들 정도가 되어 버렸다. 법성포는 이제 황혼이 아름다운 고즈넉한 어촌모습으로 되돌아가고 있는 중이다.  법성포에서 가마미 해수욕장까지 7km정도 되는 해안길은 최근 드라이브 코스로 인기를 끌고 있다 계마항은 가마미 해수욕장으로 가기 5백m 전에 있다. 가마미와 계마라는 지명은 예전 이곳에 유배된 선비들과 연관을 갖는다. 가마미의‘가’는 ‘멍에 가’지라고 한다. ‘마’는 말을 뜻하며‘미’는 꼬리이다. 이곳 해수욕장과 포구의 배경이 되고 있는 산의 지형이 꼭 멍에를 쓴 말의 꼬리처럼 생겼다는 데서 가마미라는 지명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계마항에서는 인근의 송이도 · 안마도를 운항하는 여객선이 뜨며, 50여 척의 고깃배가 기항한다. 계마항이 사람들로 북적대는 시기는 3월부터 10월 사이. 인근 섬들이 모두 바다 낚시 하기에 알맞은 곳이어서 낚시꾼이 몰린다. 계마항 방파제와 계마항이 내려다보이는 언덕길, 그리고 가마미 해수욕장 해변 또한 낙조를 감상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활처럼 휜 가마미 해변 뒤편은 송림이 우거져 있고 모래사장은 끝간데 없다. 그 해변에 서서 가을이 전하는 소리를 듣고 나면 오늘 힘든 세상이 내일은 다소 나아질 것이라는 유쾌한 마음이 절로 솟구친다.

◆여행 메모:불갑사 입구에 위치한 식당은 대부분 산채보리밥을 전문으로 하는데, 나물반찬을 비롯해 조개젓 · 토하젓까지 열세 가지가 나온다. 주차장 바로 옆 민속정(0686-353-5507)을 비롯해 할매 보리밥(352-7844) ·  불갑산장(352-8257)등이 불갑사 입구까지 길옆에 즐비하고, 모두 만족할 만한 음식을 내놓는다. 가마미 해수욕장에는 광주민박식당(0686-356-6000)등이 있다.       
가.

저작권자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