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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태열 초대 중부지방국세청장

초대 중부지방국세청장으로 임명된 봉태열 청장(54). 그는 국세청이 9월1일 제2 개청을 선언하며 33년 만에 단행한 조직 개편과 인사에서 집중 조명된 인물. 한마디로 최대 수혜자로 꼽힌다.   국세청 말마따나, 국세청 역사상 가장 강도 높고 대대적인 개혁이 이루어진 변혁의 시기에는 속된 말로 물만 먹지 않아도 다행이다. 이런 와중에 일약 경인지방 국세청(경인청)과 중부지방국세청(중부청)이 통합된 중부청의 초대 사령탑, 그것도 2급 청장에서 1급 청장이 되었으니 주목되는 것이 무리가 아니다. 이미 그는 국세청에서 호남 출신(전남 장성)으로는 첫 총무과장과 본청 조사국장에 오른 '기록' 을 갖고 있다. 승승 장구하고 있는 셈.   봉태열 청장이 경인청장으로 취임한 것은 지난 6월 말. 오자마자 7 ~ 8월에 통합 작업을 하느라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고 지냈다고 말한 그는, 이때가 25년 국세청 공무원 생활에서 가장 고생스러운 시기였다고 떠올린다. 이쯤되면 여름 휴가는 사치스런 얘기.

세원 특성에 맞는 맞춤 서비스 개발 
  숨 돌린 것도 잠시. 지금 그는 과거 중부청과는 양이나 질적인 면에서 차원이 달라진 중부청을 어떻게 경영할까 골몰하고 있다. 중부청은 납세자 수(1천2백만명)로는 서울청과 맞먹고, 세수(6조6천억원)로는 부산청과 엇비슷하다. 중요성 면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지방청이다.

  경기도· 인천· 강원도가 관할 지역인 중부청은 세원 특성도 다양하다. 우선 반월· 시화· 남동 공단 등 산업 현장이 많다. 이곳의 크고 작은 수출 · 제조 업체가 중부청의 주요 고객이다. 그는 이들의 산업 활동을 잘 지원하는 것이 국가 경제에 보탬이 된다고 믿는다. 벤처 기업을 보살피는 일도 빼놓을 수 없다. 반면 강원도는 관광업이 주요 산업이다. 이들에게는 경기도 고객과 다른 세무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관할 면적이 넓고 다양한 세원 특성에 맞는 맞춤 서비스를 해야 하므로 자연히 중부청에는 업무량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는 일복이 터졌다고 여긴다. 관할 지역에 그린벨트가 많아 부동산 투기의 진원지가 된다는 점에도 그는 벌써부터 바짝 신경을 쓰고 있다.   봉청장의 포부는 중부청을 국세청 세무 관리의 모델로 인정받게 하는 일이다. 다른 지방청도 마찬가지이지만, 세목별 구조에서 기능별 구조로 개편된 세무관서 조직이 잘 작동되도록 전력을 다할 생각이다. 이번에 만들어진 납세지원센터와 납세자보호담당관을 국민이 잘 활용할 수 있게끔 홍보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 그는 97년 기획관리관 시절 처음 국세청을 기능별 조직으로 전환하는 계획을 세워 시범 운영에 성공한 적이 있다. 따라서 누구보다 이 일을 잘 해낼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수원시 인계동에 있는 중부청 건물에는 무려 6개 층을 조사국(1~3국)이 차지하고 있다. 조사 인력이 개편 전보다 3배 가까이 늘어 전직원의 66.3%(4백60명)가 조사국에 몰려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중부청 산하 23개 세무서 조사 요원까지 합치면 1천2백15명).   왜 이렇게 조사 요원을 늘린 것일까. 봉청장은 그가 필생의 과업으로 여기는 것이 세무 조사의 질을 높이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는 요즘 새로 선발된 조사 요원을 아침 일찍 불러내 소양 교육을 한다. 봉청장은 그들에게 '여러분은 국세청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이자 대들보이다' 라고 강조한다. 11월 말 시험을 보아 성적이 부진한 사람은 과감하게 도태시킬 작정이다.   "세정이 정부 결정 제도에서 신고 납부제로 옮아온 것이 벌써 70년대 중반이다. 신고 납부제라는 것이 무엇인가. 탈세 혐의가 포착되기 전에는 납세자가 신고한 소득을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는 말이다. 다시 말해 탈세 여부를 입증할 책임이 과세 당국에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납세자가 성실하게 신고하도록 유인할 조사 인력도 조사 능력도 갖추지 못한 실정이다."   국세청 전체적으로도 조사 인력을 2배 늘렀다. 현재 납세자의 0.7%에 대해서만 세무 조사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조사 요원 수가 절대 부족하다. 그러나 봉청장은 사람 수 늘리기보다 더 어려운 것이 자질 향상이라고 본다. 탈세에 대한 죄의식이 엷고, 실제로 광범위하게 탈세가 자행되는 현실에서, 납세자의 성실성 여부를 가려낼 유일한 수단이 세무 조사이기 때문이다.

  그는 세무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우선 조사 대상을 정확히 선정하고, 그 다음으로 조사 기법이 발달해야 한다고 본다.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조사와 관련한 로비를 배격하는 일. "갖가지 연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솔직히, 봐달라는 로비와 압력이 많이 들어온다. 하지만 나부터 직을 걸고 막아내 모범을 보이겠다."
張榮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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