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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주의 얼굴 / 朴錫武 민주당 의원

 11월 3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 안에는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날 8시께 언론사에 배포된 민주당 朴錫武 의원의 사회 분야 대정부 질의 원고 안에 민감한 내용이 담겼기 때문이었다. 원내총무는 물론 박의원과 절친한 민자당의 한 당직자까지 나서서 발언 내용을 조정하도록 간곡히 권유했지만, 설득 작업은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박의원은 끝내 여권이 가장 신경을 곤두세우는 부분을 건드렸다. 현 정부의 무원칙한 인사, 낙하산 인사, 뒤 봐주기 인사를 맹공한 끝에 그는 ‘정부 인사에 개입하는 대통령 아들 김현철씨’ 문제를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그리고 총리에게 대통령 친인척의 정치 개입을 차단할 수 있는 방안을 건의할 용의는 없는지 물었다. 박위원은 질문을 다 마친 다음, 국정에 반영해 달라며 《牧人心書》 전 6권이 포함된 《茶山 전집》(전 9권)을 기증했다.  박석무 의원의 ‘문제 발언’에 대한 정가의 반응은 두 갈래로 나타났다. 하나는 ‘역시 강골 박석무 의원다운 지적’이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공명심에 사로잡힌 무책임한 발언’이라는 것이다. 발언 내용이 보도된 뒤 박의원의 의원회관 사무실에는 국민들의 격려성 전화가 심심찮게 걸려오기도 했다. 그러나 당사자인 박의원은 “진심으로 이 정부의 개혁이 성공하기를 바라는 충정에서 개혁의 걸림돌이 되는 문제를 제기했을 뿐이다. 결코 한 개인을 비방하거나 공격할 의도는 없었으므로 용기도 만용도 아닌 고뇌 끝의 지적이었다”라고 말한다.

“신권위주의 · 신종 언론통제 · 실명제병이 신한국병”
 현정부의 개혁을 비판하는 박의원의 놀리적 근거와 관점은 철저하게 ‘조선 후기의 위대한 실학자이자 개혁 사상가’인 茶山 丁若鏞의 사상에 기대고 있다(그는 국회의원이면서도 학계에서 ‘꽤 알아주는 다산 연구가’ 가운데 한사람이다. 전남대 운동원 출신인 그는 <다산 적양용의 법사상>이라는 졸업 논문으로 호평을 얻었다. 학교에 남으라는 권유도 받았지만, 서슬 퍼런 유신 전야의 정권이 허용하지 않아서 학자의 길을 걷지는 못했다. 그러나 《다산 산문선》《哀絶陽》같은 다산의 저서를 번역하는 등 개인적 작업을 통해 다산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그는 다산이 2백년전 조선 사회를 향해 ‘一 毛一髮無非病耳及今不改 必亡國耳後己(털끝 하나 병들지 않은 것이 없으니 지금 개혁하지 않으면 반드시 나라가 망하고야 말 것이다)’라고 진단하고 ‘新我之舊邦(나라를 새롭게 건설하자)’고 역설한 상황과 지금 상황이 매우 흡사하다고 여긴다. 그래서 현정부의 개혁에 거는 기대가 누구 못지 않다는 게 박의원 자신의 주장이다. 그는 “다산은 수구 세력에 몰려 불행하게도 뜻을 이루지 못했지만, 다산과 비슥한 관점에서 한국 사회의 총체적 부패를 진단하고 신한국 창조를 내건 김영삼 정권의 개력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한국병 치유를 선언한 김영삼 정권이 오히려 신한국병을 만들어내는 현상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박의원은 대정부 질의에서 “집권한 지 불과 8개월여 만에 한국병을 고치지는 못한 채 또다시 신권위주의, 신종 언론통제, 실망투자 현상, 실명제병 등 새로운 한국병에 걸리고 말았다”라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그는 김영삼 정부의 개력이 병의 치유보다는 새로운 합명증을 유발하는 근본 원인을 마스터플랜이 없는 데서 찾는다. 박의원은 “2백년전 한 개인인 다산도 당시 사회를 뜯어고치는 종합적 개혁안인 《경세유표》를 저술했다. 그런데 수많은 인재를 동원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김대통령은 개력의 마스터플랜조차 없이 즉흥적이고 독단적으로 개력을 진행한다. 그것이 신한국병을 낳았다”라고 주장한다. 한국병에 신한국병까지 겹친 우리 사회를 치유하는 해결책 역시 다산이 주창한 도덕성 · 개혁성 · 전문성을 꽃피우는데서 찾아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비단 이번 발언만이 아니다. 해직교사 · 전남운동권 재야인사로 활약하다 87년 평민장의 재야인사 영입 때 정계에 발을 내디딘 박의원은 강골 기질 때문에 꽤나 여러 차례 화제를 뿌렸다. 5공 언론 청문회 당시 언론사 사주들을 증언대로 불러내야 한다고 고집한 그는, 유력 언론사 사주들에게 까다로운 질문을 퍼부어 눈길을 끌었다. 그 때문에 유무향의 곤욕을 톡톡히 치렀다.

 한편 박의원은 깨끗한 정치와 야당 개력을 내세운 민주당 ‘개혁 정치모임’의 일원이기도 하다. 개혁이 성공하기를 진정으로 원하기 때문에 개혁 과정의 문제를 가장 신랄하게 바판할 수밖에 없었다는 박의원의 설명을, 개혁을 추진하는 현 집권층은 과연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徐明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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