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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밥’ 된 민주산악회동우회 “총선 때 후보 내겠다” 실력 행사 계획

지난 11월12일 서울 성북구 정릉동 민산동우회 사무실에서는 큰 소리가 오갔다. “우리가 뭐 취직자리나 얻자고 김대통령 모셨던 게 아니잖아 불만 터뜨려봐야 우리만 우습고 초라하게 된다고.” 회원 한 사람이 핏대를 올리자 다른 한 사람일 맞받아쳤다. “그럼 우리가 이런 수모나 당하자고 그 고생을 했단 말야. 김대통령을 통해서 개혁 한번 본때 있게 해보자던 것 아니었어. 우리가 뭐 어디가서 밥 못벌어 먹을까봐 이래. 사람을 이렇게 대접하는 법이 어디 있어.” 두 사람의 설전은 서로 멱살을 잡기 직전까지 갔다가 ‘우습고 초라하게만 될 뿐’이라고 얘기했던 사람이 “잘들 해보라”며 거칠게 사무실 문을 박차고 뛰쳐나감으로써 끝이 났다.  민산동우회. 일반인에게는 별로 알려지지 않은 이 단체는 바로 지난 6월말 미주산악회의 국장급 간부 46명이 모여 만든 친목 모임이다. 민주산악회는 올해 1월 15일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해체됐기 때문에 이 단체는 민주산악회의 후신이라고 할 수 있다. 해체당시 최형우 회장은 “우리 민주 산악회는 남의 살을 깎기 위해 제살부터 도려내는 고통을 감수하고 잠시 수면 밑으로 들어가야 하는 현실에 직면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들 민산동우회 회원들은 말하자면 최회장의 표현대로 수면 밑으로 들어가 때를 기다려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요즘 들어 회원 간에 이같이 거친 언쟁을 벌이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김대통령이 취임한 뒤 새 정부의 개혁에 동참할 수 있으리라고 굳게 믿었던 기대가 점차 허물어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민주산악회 경기도 구리시 동구지부 회원들이 사적지인 동구릉에서 술을 마시고 춤판을 벌여 여론의 집중포화를 받은 뒤에는 회원들의 신경이 더욱 날카로워졌다.  “그 사람들이 잘했다는 게 아닙니다. 우리는 그 일로 인해 민주산악회에 몸담았던 모든 사람이 마치 무슨 큰 특권을 누리고 있는것처럼 국민들에게 인식됐기 때문에 억울하기 짝이 없다는 것입니다. 분명히 얘기합니다만 우리는 그토록 염원하던, 김영삼 총재를 대통령으로 당선시키는 그 순간부터 초라하고 비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민주산악회 연수원 교수국작을 지냈으며 현재 민산동우회 회장을 맡은 김수인씨(53)의 말이다. 김회장은 “대통령 취임 이후 민주산악회 회원들은 언론으로부터는 권력을 등에 업고 날뛰는 무뢰한으로, 정부와 만자당의 일부 인사로부터는 가두 시위밖에는 할 줄 모르는 무능력자로 매도돼 왔다”고 분개한다.  민주산악회 국장을 지낸 ㅇ씨는 이런 말을 한다. “대통령 취임 이후 몇달 동안 우리는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인간으로 낙인이 찍혀버렸습니다. 김영삼 총재를 모시고 고통 속에서 살아왔던 지난 시절은 그래도 요즘에 비하면 나은 편입니다. 그 때는 그래도 희망이 있지 않았습니까. 이제는 명예도 희망도 직장도 없습니다.”

 “대통령 참모 견제로 발탁 안됐다”
 그동안 민주산악회 출신들이 국영기업체 등에 대거 진출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가기는 했으나 실제로 ‘출세’한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특히 조직에서 궂은 일을 담당해온 국장급과 부·차장급 2백여명 중에서 정·관계에 발탁된 사람은 거의 없다. 국장급 간부중에서는 유일하게 김용성씨가 송유관공사 상무이사가 됐으나 김씨는 원래 민주산악회 동지가 아니라 보안사 수사과장 출신으로서 대통령선거 전에 영입된 외부 용병이다.

 이들 민산동우회 회원들은 자기들이 발탁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정부와 민자당 내의 기득권 세력과 대통령 주변에 포진한 일부 참모들이 견제하기 때문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그들은 매우 비열한 짓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정·관계에 진출하면 난장판이 되고 말 것이란 얘기를 은연중에 퍼뜨리고 있습니다. 우리가 전문성도 행정 경험도 없는 무뢰배라는 것이지요. 어렵게 정·관계에 진출한 동지들도 온갖 수모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요. 독재정권에 기생한 것이 무슨 자랑할 만한 전문성입니까.” 민주산악회 교수부장을 지낸 ㅎ씨의 말이다.  이들은 김영삼 대통령과 새 정부의 개혁에 대해서도 독설을 퍼붓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김 대통령이 취임한 지 9개월이 지났는데 아직 칼국수 한그릇 못 얻어먹었습니다. 대통령이 된 뒤에 청와대에서 한바탕 큰 잔치를 벌이자더니 우리는 아예 잊은 모양입니다. 미국의 클린턴은 대통령이 된 뒤 자기를 지지했던 1만5천명을 발탁했습니다. 그런데 김대통령은 2백명도 외면하고 있습니다. 이런 정치적 배신이 어디 있습니까.” “지금 개혁은 엉터리입니다. 대통령과 몇몇 사람이 개혁적이면 무엇합니까. 중하위 관료는 모두 팔짱끼고 방해만 하고 있는데. 자기 사람을 소외시키고 일을 하니 뜻대로 되는 일이 있겠습니까.”

 이들 민산동우회 회원들은 조만간 실력행사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에게 면담요청을 하기 위해 회원 모두의 서명도 받아놓았다. 그들은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얘기를 모두 할 생각”이라고 한다. ‘김영삼과 함께 새 시대를 개척하자’고 주변 사람을 설득하고 다니던 자신들이 김영삼 시대에 주변 사람으로부터 얼마나 비웃음을 사고 있는지 대통령에게 털어놓을 각오이다.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성과를 얻지 못할 경우 다가오는 지방자치 단체장선거나 15대 총선 때는 독자적으로 후보를 내 ‘자수성가’한다는 복안도 갖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정치적 미래가 밝아 보이지는 않는다. 정치적 사조직이란 대개 정권 창출을 위해 악역을 담당할 수밖에 없으며 목적이 달성되면 그 때문에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져야 하는 비운을 맞게 마련이다.
文正宇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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