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괄타결안 수용 · 감시카메라 정지설은 와전 또는 과장된 것”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정부의 핵 정책관계자는 “북한과 한·미 양측은 그동안 꾸준히 물밑 교섭을 벌여왔다. 북측은 6~7개의 요구사항을, 우리측은 3~4개의 요구사항을 제시해 왔는데 협상 초기 단계부터 일정한 조건이 충족될 경우 서로의 요구사항을 맞바꾸는 일괄타결 방안이 논의되었다. 강석주 부부장의 발언은 북측의 일괄타결 요구를 공식화한 것에 불과하다”라고 말했다. 金 悳 안기부장과 韓完相 부총리의 발언이 ‘일괄타결 수용’으로 해석되자 정부가 화급히 이를 공식 부인하고 나선 것도 기존의 협상 원칙에 무슨 변화가 있는 것처럼 비쳐서는 안되겠다는 판단에서이다.
요컨대 미·북한 핵협상이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일괄타결 수용’이라는 미국과 한국의 정책 변화 때문은 아닌 셈이다.
한편 10월말까지만 해도 국제적 관심의 초점이었던 영변 핵시설 감시 카메라의 필름 및 배터리 교체 문제는 이상하게도 거의 거론되지 않고 있다. 한스 블릭스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은 북한이 10월말 수명이 다하는 필름과 배터리의 교체를 거부한다고 국제적 여론을 조성하여 11월1일 유엔 결의안까지 끌어낸 바 있다. 그런데 그로부터 약 2주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감시카메라 작동이 중단됐다는 이야기는 어디에서도 나오지 않는다. 이에 대해, 앞에 언급한 정부의 한 당국자는 “블릭스 총장의 발언은 외교적 표현으로 엄살을 부린 것이다. 우리는 11월 중순 이후에나 필름과 배터리가 다할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북한은 교체하러 들어오라고 하는데 국제원자력기구측이 사찰범위를 확대하지 않으면 안 들어가겠다며 버티는 상황이다. 미국은 북한이 핵안전 협정을 깨지는 못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블릭스 총장의 과장된 발언은 11월초 국내의 언론을 휩쓴 한반도 위기론의 한 근거가 됐었다.
韓宗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