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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속임.엉터리 신고 등으로 교묘히 위반 … 감시 인원도 태부족

해마다 하반기에는 극장가에‘한국 영화 모셔가기’경쟁이 벌어진다. 스크린 쿼터 일수를 채우기 위해 부랴부랴 영화를 찾아나서는 것이다.  직배 영화의 전당으로 알려진 서울시네마에서는 최근 3개관 중 2개관을 한국 영화에 할애하고 있다. 씨네하우스(대표 정진우)에서는 60년대 흑백영화 <초우>(정진우 감독)를 재상영하기도 했다. 거개의 극장이 다양한 속임수와 변칙 수법으로 스크린 쿼터의 법망을 교묘하게 빠져나가고 있다. 다음은 그 대표적인 수법들이다.  가장 흔한 사례는 눈속임이다. 외국 영화와 한국 영화를 동시상영하는 것처럼 신고해놓고 외국 영화만 상영한다든가, 손님이 거의 들지 않는 이른 아침 또는 심야에만 한국 영화를 틀고 나머지 시간을 외화에 내주는 방법도 있다. 심지어는 신고 내용과 다르게 줄창 외국 영화만 틀어대는 경우도 많다. 한국 영화 간판을 걸어놓고 아예 표를 팔지 않는 수법도 있다.  그 다음은 엉터리 신고의 경위이다. 올해 문화체육부가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는 엉터리 신고의 대표적 사례들이 지적되어 있다. 예컨대 ㅅ극장의 신고에 따르면, 33일간93월29일~4월30일) 상영한 <돈아 돈아 돈아>는 관람객이 한명도 없었으며, ,언제나 막차를 타고 오는 사람>은 33일 간 (3월22일~4월23일) 모두 50명 만이 관람했다. 관객이 전혀 들지 않은 것으로 신고된 한국 영화는 이밖에도 20여 편에 이른다. 허위 신고의 명백한 증거들이다.  어떻게 이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한마디로 법을 무시해도 별 탈이 없기 때문이다. 법 자체에는 엄한 처벌 규정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법 집행이 어려운 것이다. 공연법 제14?17?24조, 그리고 영화법 제 26?28?30조 등에는 극장의 여러 의무와 책임, 위반시의 처벌 규정, 그리고 이를 집행할 행정 장치를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극장의 스크린 쿼터 준수 여부를 감시할 인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전국 시?군?구청 문화공보실 문화계의 담당자 1명이 여타 문화 행정과 스크린 쿼터 업무를 함께 맡고 있다. 게다가 이들은 영화계 사정이나 전문 지식에 밝지 못하다. 그 때문에 극장의 편법은 더욱 심해진다.

 위반한 극장을 고발해도 법은 무력하기만하다.‘스크린 쿼터 감시단’의 김혜준씨는 “극장과 관청은 같은 지역사회의 일원이다. 서울(또는 다른 지역)에서 느닷없이 찾아온 감시단의 고발에 대해 팔이 안으로 굽는 것은 인지상정 아니겠는가”라고 반문한다. 감시단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고발된 사례는 대개 2개월 뒤쯤 처리되며, 대부분의 극장이 그 사이에 ‘위반사항 없음’이라는 방어 논리를 만들고, 최악의 경우에도 위반 일수와 무관하게 하루 정도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는 것이 관례라는 것이다.
 법은 있으되, 집행 장치가 부실하다. 극장의 배짱이 언제까지 법 위에 군림하도록 방임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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