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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 성공해 상품화 가능…“고유 특권” 옹호에 “윤리성 파괴” 반박



 ‘잘 생기고, 머리 좋고, 건강한 아이의 배자를 판매함. 실물을 보여 드릴 수 있음’공상 소설에서나 가능할 것 같은 이러한 광고가 가까운 미래에 등장할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부쩍 강해지고 있다. 조지워싱턴 대학교 의료원의 연구진이 사람의 배자를 똑같이 만드는 데 성공했다는 보도는 미국 사회에 보이지 않는 심리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 수정학회(American Fertility Society)는 사람의 수정란을 2주 이상 보관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으며, 연방 정부는 생물의 생명을 재생산하는 연구팀이 사람을 재생산하는 일에 관계할 경우 정부 보조금을 모두 중단토록 하고 있다. 여기에 도전하듯 사람 수정란을 재생산한 연구진이 조지워싱턴 대학교 의료원의 로버트 스틸맨 박사와 제리 홀 박사이다. 이들은 지난 10월13일 몬트리올에서 개최된 학회 발표 논문을 통해 난자와 정자가 수정된 배자를 두셋으로 계속 나누어서 이것을 불임 여성에게 자궁에 옮겨 임신하도록 시도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수정란 세포를 분해해서 여러 개로 만든 것은 불임 여성이 첫 임신에서 실패할 경우 추가로 사용키 위해서였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들은 17개의 배자를 48개로 만들었으나 수정된 지 6일 만에 폐기 처분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사용한 수정란은 정상이 아닌 것이었다고 말한 제리 홀 박사는, 만들어진 배자를 불임 여성의 자궁에 이전시키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연구진이 수정란을 여러 개로 나눌 수 있었다는 것은, 수정된 배자를 계속해서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여기서 말하는 배자라는 것은 정자와 난자가 결합한 것으로 하나의 인간을 만들 수 있는 생명의 경정체이다. 엠브리오(Embryo)라고 부르는 이 생명 결합체는 난자와 정자가 결합해 생명체로 수정된 지 2주에서부터 7`8주 사이의 상태에 있는 것으로 배아라고 부르기도 한다. 배자 상태를 지나면 생명체의 팔다리는 기본 형상이 생기고 이때부터를 피터스(Fetus),즉 태아라고 부른다.

기업, 배자 상품화에 눈독
 생명체의 정액이라고 할 수 있는 엠브리오는 아무 때고 사람이 될 수 있는 인간 원소이다. 이 엠브리오를 수백개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이번 연구 결과의 의미이며, 이 말은 결국 똑같은 사람을 수백명 생산해낼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사람을 복사하듯이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인간 복제라는 말을 쓰고, 과학계에서는 이것을 클로닝(Cloning)이라고 부른다.

 이 엠브리오 중에 하나를 사람으로 만든 후 나머지는 냉동해 보관했다가 필요할 때에 사람으로 만들 수 있다는 논리이다. 똑같은 인간 복제품을 시간을 두고 만들고 싶으면 5년 혹은 3년 터울로 나이가 다른 쌍둥이, 세 쌍둥이, 네 쌍둥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 만약 아이가 죽었을 경우 냉동되어 있는 엠브리오를 꺼내 사람을 만들면 죽은 아이와 똑같은 아이를 가질 수 있다는 설명이 된다. 심한 경우 자녀가 콩팥에 이상이 생겼을 때 부작용이 없는 콩팥을 이식하기 위해 아이를 장기이식용으로 생산하는 데 이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에 상업주의가 편승하게 되면 엠브리오를 사고 팔 수 있게 되는데, 이것이 소설적인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 까닭이, 이미 정자와 난자가 돈으로 거래되고 있기 때문이다. 엠브리오, 즉 배자를 살 수 있다는 말은 사람을 살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배자를 판매하는 것이 더욱 쉬운 까닭은 수정란의 인간 상품이 나와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배자를 상품으로 간주하고, 배자를 만든 부부의 재산 소유권을 인정하는 날이 온다면 사람의 생명체를 취급할 인간 시장은 엄청난 이권이 거래될 자본 시장이 될 것이다. 이러한 이권 때문에 미국 정부가 연구비 지원을 일절 중단하는데도 불구하고 생명공학 기업가들이 연구비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아기를 낳지 못하는 불임 여성을 위해 체외 수정을 해주고 있는 의사들 중에는 수정란 복제가 기술적으로 가능하게 되면 환자들에게 이것을 권고하겠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사람의 엠브리오를 복제할 수 있다는 소식은 미국 사회에 윤리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격렬한 철학적?생명학적 싸움을 불러온 낙태 논쟁의 자리를 배자 논쟁이 대신할지도 모르고, 어쩌면 낙태 논쟁과 배자 논쟁이 한 이슈가 되어서 인간 생명에 대한 윤리 논쟁을 시작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뉴욕 타임스> <월 스트리트 저널> <시카고 트리뷴> 등 미국의 여론을 주도하는 신문들이 이 문제에 대해 사설을 쓰지 않고 침묵을 지키고 있는 가운데 <유에스에이 투데이>만 사설을 통해 인간 복제 연구의 문을 열라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이번 실험이 악몽과 꿈의 세계를 동시에 가져다 주고 있다면서, 특별히 인간공학의 도덕성 문제를 제기했다고 말했다.  이 신문은 사설 밑에 똑같은 크기로, ≪인체시장≫ 저자 이며 경제동향재단 소장인 앤드류 킴브렐의 반대 주장을 실었다. 킴브렐 소장은 공상과학 소설이 현실로 되었다면서, 오웨이 예견한 인간복제의 악몽이 눈앞에 와 있다고 말했다. 전례 없이 제기될 법적?도덕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말한 킴브렐 소장은‘만약 아이가 성장해서 자기가 복제 인간이라는 것을 알게 될 때의 충격은 어떤 것인가. 똑같은 인간이 1년에 수천명씩 생산될 때 인간 개개인이 가지는 존엄성은 어떻게 될 것인가. 가축 복제에서 볼 수 있듯이 사람을 복제한 것이 잘못되었을 때 동물을 버리듯이 사람도 버릴 것인가. 인간이 질병에 견딜 수 있는 유전학적 다양성을 복제 인간이 잠식하는 것은 아닐 것인가’ 하는 문제들을 묻고 있다.

연구팀“불임 문제 해결이 본래 목적”
 수정란 인간 복제 실험을 지휘한 당사자인 로버트 스틸맨 연구소장은“앞으로 해야 할 일은 과학계와 의학계, 윤리학계가 활발히 토론하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불임여성을 도와주는 것이 본래의 연구 목적이었을 뿐 다른 의도는 없었음을 강조한다. 윤리학자들의 논쟁은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고 있으나 현재로서는 노먼 포스트 박사와 아서 카플란 박사의 의견이 가장 두드러진다.

 진보 성향이 강한 노먼 포스트 박사는, 인간이 자기 수정란을 어떻게 처리하는가 하는 문제는 인간 고유의 특권이라고 주장한다.‘사람은 자기가 살고 싶은 대로 살 자유와, 자기가 원하는 방법대로 아기를 만들 프라이버시를 가지고 있다“면서, 똑같은 사람을 계속 복제하는 것도 그렇게 우려할 만한 일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결국 1백명의 지미 카터를 만들 수 있게 될 것이고, 1백명의 댄 퀘일을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1백개의 히틀러 배자를 만들면 어떤가. 히틀러 배자를 길러서 다시 히틀러가 될 수 없도록 하면 될 것이다.” 인간 한 사람의 역할에 비해 환경의 역할이 그만큼 커졌기 때문에 똑같은 히틀러라 할지라도 지나간 히틀러와는 다르다는 것이 위스콘신 대학에서 윤리학을 강의하는 포스트 교수의 생각이다.  이에 반해 미네소타 대학 생명윤리학센터 소장인 카플란 박사의 생각은 신중하고 조심스럽다. 인간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인간 개개인의 독자성과 고유성이라는 것이다.“우리주위에 쌍둥이도 있고 세 쌍둥이도 있지만 이것은 우연히 일어난 일일 뿐이다. 무슨 물건이든지 똑같은 것이 또 하나 생기면 원래의 가치는 감소하게 마련이다. 그러고 시장경제의 윤리와 자율성의 원칙을 미래의 세대를 만드는 일에 적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라고 말한다. 자손들의 운명을 결정하는 일에 어떻게 시장윤리를 도입할 수 있겠느냐 하는 것이다. 배자를 복제하는 행위가 개인의 프라이버시라고 말한 포스트 박사의 의견에 대해서는“사람들이 침실에서 어떻게 행동하느냐 하는 것은 상관할 바가 아니다. 그러나 인간복제는 사회적 문제이다. 정부나 사회 차원에서 이 문제를 토의해야 할 것이며, 인간 복제를 금하거나 규제하는 가능성도 토론해야 할 것이다”라고 대답하고 있다.  똑같은 모습의 아이를 몇 년씩 간격을 두고 만들어내는 것에 대해서 포스트 박사는“쌍둥이를 한꺼번에 키우는 것보다는 몇 년씩 터울을 두고 기르는 것이 나에게는 더 좋을 것 같다. 아이를 더 오랫동안 기를 수 있지 않은가”라고 말하고, 카플란 박사는“사람은 자기 미래의 모습을 보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20세가 된 청년이 40세나 60세 된 자기 모습을 자기 주위에서 보게 된다면 무엇을 느낄 것인가‘라고 말한다. 논쟁의 핵심은 아기를 가지지 못하는 부부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배자 복제를 허용해야 하느냐 하는 문제로 돌아오고 있다.

 수정란을 사고 팔 수 있을 때, 아기를 낳지 못하는 여성들은 이왕이면 우수한 하바드 대학 출신 백인의 품종을 원하게 될 것이고, 이것은 상대적으로 그만 못한 인간을 경시하는 사회 심리를 길러주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것은 다양성을 인정하고 인간의 우열을 객관적인 여건이나 외양에서 찾아서는 안된다는 미국적 합의와 가치관에 대한 도전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미국 사회의 뿌리 깊은 인종 갈등과 고정관념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무엇보다도 인간이 인간을 사고 파는 인간 시장이 인간의 질서와 자연의 섭리를 뿌리째 흔들 수 있다는 종교계의 경고가 강하게 고개를 들고 있다.
시카고·趙光東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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