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전기획부는 지난 10월29일 정치 관여죄를 신설하고 관계기관대책회의를 폐지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 안기부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안기부가 스스로 마련한 이 개정안은, 문민 정부 출범과 함께 시작된 자체 수술을 법적으로 마무리짓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안기부는
그동안 학자 출신 김 덕 부장을 맞이한 것을 시작으로 대규모 기구 및 인사 개편을 단행해 왔다.
이번 개정안에서 크게 눈에 띄는 대목은 두가지이다. 우선 안기부는 현행 안기부 법 제13조를 아예 삭제함으로써 이른바
관계기관대책회의의 소집 근거가 됐던 정보조정협의회를 폐지했다. 지난 81년 3월l에 설치된 이후 정식 명칭보다는 관계기관대책회의로 더 알려진 이
기구는, 사실 당초 설립 취지와는 달리‘정권안보 협의체’ 성격을 띠어 왔다.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 때도 이 회의에서 사건의 축소?은폐를
논의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비록 그 사실을 인정하지는 않지만 안기부가 스스로“국가정보 정책 수립과 그 판단 및 운영에 관한 사항을
협의하기 위해 설치한 정보조정협의회를 폐지함으로써 그동안 관계기관대책회의로 오인되어 다른 부처에 대한 간섭 수단이라고 의혹을 받아온 소지를
불식하고자 함”이라고 개정 배경을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국회에 정보위원회를 설치(안 제 11조)토록 하여 어느 정도 국회의 통제를 받게 한 것과, 정치활동 금지 대상을 모든 직원으로
확대 하고(안 제8조), 처벌 규정을 신설(안 제16조)한 것도 개정안의 핵심 내용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모든 직원에 대해 이를 위반할 경우
국가공무원법 제65조 규정(정치활동의 범위)을 준용해‘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백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는 것이다. 이 규정이 금지하고
있는 정치 활동은 △정당 및 정치단체 결성?가입 △선거 때 특정 정당이나 특정인에 대한 지지 또는 반대 △다른 공무원에게 정치활동을 하도록
요구하는 행위이다.
“수사 · 정보 분리돼야 한다” 개정안은 그밖에도 △직무 수행 과정에서 정치적 중립 유지 △인신구속 등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경우 적법한 절차 준수(이상 제2조 2항) 등을 명문화하는 한편 외국 정보기관의 기능 변화 추세에 맞춰 기존의 업무 범위에
△방첩△대테러△국제조직범죄 정보(제2조 1항)를 추가했다.
이는 결국 정권안보 차원의 업무에서 손을 떼고 국가안보 및 대공 그리고 해외정보 수집과 같은 고유업무에 전념하는 순수한
정보기관으로 돌아가겠다는 선언적 의미를 담고 있는 셈이다. 안기부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단순한 선언적 의미를 넘어, 김영삼 대통령의 뜻과
개혁 의지를 법적?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이 개정안을 계기로 환골탈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별도의 개정안(국가정보처법으로 전문
개정)을 마련해 놓고 있는 민주당에서는“개혁 대상인 안기부가 제 손으로 개정안을 만든 것부터가 어불성설”이라면서 안기부안‘수용불가’를 당론으로
고수하고 있어 국회에서의 격돌이 불가피할 듯하다.
지난 13대 때부터 안기부법 개정을 추진해온 박상천 의원(민주)은 특히“선진 민주국가 어디에도 국가정보기관에 수사?정보의
분리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정보기관법은 허구일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김 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