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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자중진들, 당직 개편 앞두고 빠른 몸놀림 … 전당대회 앞당겨질 수도

새 정부가 출범한 뒤 한동안 조용했던 민자당이 들썩거릴 기미를 보이고 있다. 연말 혹은 연초로 예상되는 당정 개편을 앞두고, 각 계파 중진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거센 개혁풍 속에서 내연하던 계파간 갈등이 다시 밖으로 드러날 조짐을 보인다. 최근 일련의 움직임을 살펴보면 계파간 불협화음이 증폭될 가능성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지난 4일 저녁 김종필 대표의 주선으로 민자당 중진의원 11명(황명수 김종호 김영구 김윤환 이한동 이춘구 정순덕 박준병 최형우 김용태 나웅배)이 참석한 ‘단합 모임’은 민자당이 언제라도 분란에 휩싸일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김대표는 이 자리에서 ??대통령이 최근의 당 모습을 보고 상당히 우려하시더라. 모두가 한마음으로 뭉쳐 김대통령이 하는 일을 돕자”라고 역설했다. 그러나 다음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자당 의원총회에서 특히 민정계 의원들은 ??대통령의 의중이 담긴’ 정치 관계법 개정 방향에 대해 ??비현실적’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세를 취하는 민주계와 수세적인 입장에선 민정?공화계는 사사건건 시각차를 드러냈다. 10월말 야당이 제출한 박철언?김종인 의원 석방 동의안 표결에서는 민자당에서 30표 이상의 반란표가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에는 민주계인 백남치 기획조정실장의 고위 당직자 회의 참석 여부를 놓고 김종필 대표와 황명수 사무총장은 열흘이 넘도록 티격태격했다.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도 개혁에 대한 계파간 견해차는 너무나 뚜렷했다.

JP ‘대표직 고수’ 의지 보여
 이같은 민자당 속사정을 배경으로 중진 의원들의 몸놀림이 빨라지고 있다. 당정 개편을 앞두고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서다. 그들이 어떤 요직을 맡을 지는 전적으로 대통령의 의중에 달려 있으나, 자신의 존재를 나름대로 확인시킬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중진 가운데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사람은 최형우 전 사무총장이다. 그는 각종 모임에 거의 매일 초청 연사로 참석해 개혁을 강도 높게 지속해야 함을 역설한다. 그의 스케쥴은 연말까지 꽉 잡혀 있을 정도다. 최의원은 다음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자리를 노리는 듯한 인상을 풍겨 김종필 대표와 신경전을 벌였다. 그러나 그는 김대통령과 독대할 때 “레임덕 현상이 일어날 15대 총선후에는 모르겠으나 차기 대표는 맡을 수 없다”는 의견을 강력하게 개진했다고 한다. “욕심이 없기 때문에 움직인다”는 최의원의 속마음이 정말 그런 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김종필 대표는 최의원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대표직을 호락호락 내놓을 수 없다는 의지를 내보인다. 그는 최근 부쩍 바쁘게 당과 정부를 넘나들며 수많은 인사들과 접촉해 왔다. 그는 몇주 전 이철승 고흥문 이민우 유치송 고재청 등 원로급 정치인을 초청해 모임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초청 대상자들로부터 별 호응을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혁 분위기와 더불어 그가 김대중 납치 사건에 어떤 형태로든 연루됐을 것이라는 야당의 공세로 입지가 줄어든 느낌이나, 보수 세력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아직 그의 효용성이 남아있다는 관측도 있다. 그는 김대중씨가 15대 대통령 후보로 나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는 한 현재 김씨를 상대할 사람은 자기 밖에 없다는 논지를 펴고 있다.  민정계 대주주인 김윤환 의원의 움직임도 주목해 볼 만하다. 지난 10월 중순 국정 감사도중 난데없이 불거져 나온 유성환 의원의 김의원에 대한 전력 시비 발언 이후 그는 서서히 행동 반경을 넓혀가고 있다. 10월 하순 두차례에 걸친 민정계 의원과의 골프 회동과 11월3일 경북출신 의원 17명을 불러 모아 오찬을 했던 일은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김의원측은 민정계를 다독거려 김대통령의 개혁을 밀어주자는 취지였다고 하나, 민감한 시기이기 때문에 세 과시성 시위로 비쳐지기도 한다. ‘1년만 참고 기다리자’면서 악화된 대구·경북 지역정서를 달래온 김의원이고 보면, 당정개편을 앞두고 배수진을 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차기 당대표, 외부 영입설도
 황인성 총리가 당대표 자리로 옮겨 앉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는가 하면 당대표 외부 영입설도 그럴듯하게 나돈다. 최근 주돈식 청와대 정무수석은 무소속 양순직 의원을 수차례 만나 민자당 입당을 강력하게 권유했다. 양의원은 기자에게 “국민당에 들어갔던 것이 큰 실수 였다. 당분간 자중자애하겠다. 당장 민자당에 들어갈 명분이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주수석이 당대표직을 제안했다는 풍문을 부인했다.

 당대표 자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당내 갈등과 패권 다툼은 곧바로 민자당의 분란으로 연결된다. 그만큼 민자당은 구조적으로 취약하다. 14대 총선 결과 여소야대였으나 민자당은 그동안 끊임없는 외부 영입을 통해 과반수 의석을 훨씬 넘어선 상태다. 그럼에도 민자당은 정주일?강부자 의원을 비롯해 외부 인사에 대한 영입 작업을 계속 추진함으로써 취약성을 보완하려고 애쓴다.

 여권 핵심부는 당과 정국의 불안정한 상태를 빨리 마무리짓기 위해 조기 전당대회를 검토하고 있다. 김대통령은 이 정황을 민주계를 주축으로 삼아 정면돌파할 것인가, 아니면 다른 계파를 끌어안고 갈 것인가. 선택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金在日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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