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의희 의원선거에 쏠리는 정치권의 관심은 벌써부터 뜨겁다. 이번 선거는 정당공천으로 치러지므로 각 당의 지지도가 명백하게
드러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각 정당은 필사적일 수밖에 없다. 여야 각 당이 전국 13개 지역 시·도의원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못지않게
시·도 의장 자리를 몇 개나 차지하느냐도 주요 관심사다.
‘무보수 명예직’인 광역의회 의장이 갖는 경제적 예우나 의사진행의 권한은 그다지 특별하지 않다. 회기중 지급받는 일비라고 해야
광역의원과 똑같이 “5만원 이내에서 각 자치단체가 조례로 정한 바”에 따라 받을 뿐이다. 광역의회의 연간 총회 일수가 1백일로 제한되어 있어
연중회기를 모두 채워봐야 최고 5백만원을 받는 셈이다. 이밖에 약간의 사무실 유지비 지원이 있다.
그러나 광역의회 의장 자리와 정치권과의 상관관계를 따져본다면 반드시 미약한 것도 아니다. 우선 의장에게는 사무실과 여비서 1명,
의전 승용차 1대 및 운전기사가 따른다. 차종은 해당 시·도지사와 동급(도지사의 경우 그랜저)또는 그 이하로 돼 있다. 또
사무국장(서기관)1명과 의회 규모에 따라 23~33명의 사무직원, 2~6명의 전문의원을 둘 수 있다. 이 정도라면 광역의장의 위용은 녹록치
않다.
국회의원 이상 가는 서울시의회 의장 국회와 마찬가지로 광역의회에서도 의장의 운영방식과 능력에
따라 의정방향이 좌우될 수 있어 의장은 현실적은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더구나 14대 총선을 코앞에 둔 시점이어서 시·도의회 의장
자리를 어느 당이 차지하느냐 하는 것은 상징성 이상으로 큰 영향을 끼칠 듯하다. 여야의 중앙당은 물론이고 지구당에서도 의장감 발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광역의회 의장을 배출한 지구당위원장은 14대 총선에서 그만큼 유리하다.
13개 지역 의장 중 가장 큰 정치적 비중을 띤 자리는 역시 서울시의회 의장. 서울시 의장은 나라힘의 3분의 2를 점하고 있는
수도 서울시 형정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서울시장을 직간접으로 견제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국회의원 이상의 영향력을 가진다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서울시 의장을 서로 차지하려는 민자·신민의 각축에 민주당과 ‘참여와 자치를 위한 시민연대회의’까지 가세한 총력전은 가희 필사적이라
할 만하다.
신민당은 서울시 의장감 후보로 전 신용협동조합 회장인 李相모(61)씨를 내정해 놓고 있다. 이씨는 30여년간 신용협동조합 운동의
정신적 지주이자 대부로 통하는 인물. 신민당 金泳鎭 의원(강진·완도)의 추천으로 李相모 의원(중랑 갑)이 후보로 영입했다. 이씨는 13대 때
민정당 전국구 의원 권유를 받은 적도 있다.
신민당 ‘거물’등장에 다급해진 민자 이씨는 “정치가 하기 싫다”고 고사했으나, 신민당과
신용협동조합에서 예·결산 업무의 풍부한 경험과 경영 등 실무에 밝다는 점을 들어 강력히 권고해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의 공천이 확정되자
金大中 총재는 당무회의에서 “서울시의회 의장감인 거물급 인사가 영입됐다”고 희색이 만면해 이씨를 소개했다. 신용협동조합은 서울에만 4백개의
조합을 갖고 있고, 전국 1천4백개 조합에 2백만명에 달하는 조합원을 갖춘 조직이다. 그래서 신민당은 당의 조직확대에도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다.
신민당이 서울에서 내세우고 있는 다른 의장감은 농어민후계자협의회 대표인 李京海씨. 이씨는 전북 진안 출신으로 지난번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의 우루과이라운드 공세에 항의, 스위스 제네바에서 할복자살을 기도하기도 했다.
민자당에서는 의장을 자기 지역구에서 배출하려는 서울 출신 의원들의 경쟁이 불꽃을 튀기고 있다. ‘정치 1번지’로 통해온 종로의
李鍾모 의원은 “서울시 의장은 역시 종로에서 나와야 한다”는 대의명분 아래 인물 발굴에 부심하고 있다. 현재 의원 후보로 가의 확정된 인사는
서울시 부시장과 인천시장·산림청장을 지낸 金모會(65)씨. 그러나 의장감으로는 장관 이상의 관직 경력이 있는 중량급 인물을 내세우기 위해
교섭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자당에서는 서울 지역의 호남표를 의식해 전남 고흥 출신인 李大모 의원(11·12대)을 거론했으나, 이씨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밖에 金天柱(58) 소비자보호단체협의회장과 초대 강남구청장을 지낸 아무개씨가 거론되고 있다.
경북·대구에선 민자쪽 인물 ‘굵직’ 신민당이 이상호씨를 의장감 후보로 내정함에 따라 민자당은
발등에 불 떨어진 격이됐다. 민자당은 이씨를 압도할 만한 비중있는 인사를 중앙당에서 지목해 내보낼 작정으로 탐색중이다.
대구·경북 지역의 경우 민자당의 아성답게 일찍부터 민정계 의장감들이 거명되고 있다. 대구시의회 의장감은 최근 대구상공회의소 회장
임기를 마친 朴城모(신라섬유회장)씨와 金龍基 대구경영자협의회장, 金壽鶴(65) 새마을운동 중앙협의회장 등이다. 김용기씨는 민자당 대구시지부
수석부위원장이라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 김수학씨는 대구시장·경북지사 등을 지내면서 다진 이 지역의 행정 경험에다가 국세청장·토지개발공사 사장
등의 굵직한 자리를 거쳤다는 점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박모모 전 대구시장도 빠지지 않는다. 박씨는 내년에 있을 광역단체장선거에 나갈 것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북도의장 경쟁도 대구시에 버금간다. 안동시 출마가 거의 확실한 김모모(59) 전 경북부지사와 김泓殖(64) 금복주회장이 가장
많이 거명되고 있다. 김홍식씨는 대구상의회장·경북경제인협회장 등을 지내, 대구시와 경북 양쪽에서 의장감으로 함께 거론되고 있다.
민자당 대구·경북지부에서는 朴權모(60)전 의원을 은근히 밀고 있는 듯하다. 박의원은 경주·월성·청도에서
내리3선(10·11·12대)을 했고 도로공사 이사장을 지냈다.
민자당이 박씨를 내세우는 배경은 민우회나 민정동우회 소속의 민정계 인사들과 현 지구당위원장들이 14대 총선에서 경합, 여권
지지표가 분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박씨같은 옛 민정계 의원들을 광역의회 의장으로 진출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씨는 공식적인 태도 표명을 미루고 있다.
부산시는 민주계의 본거지로 민자당내 계파갈등이 가장 심한 지역으로 주목되는 지역이다. 그러나 민주계에선 내세울 만한 인물이 없어
현재로선 민정계의 독무대가 되다시피 되어 있다. 姜모모(56) 전 재무장관과 王相모(72) 전 의원(11·12대)이 의장감으로 먼저 꼽히고
있다. 강씨는 지난 13대 총선 때 동래갑에서 낙선한 이후 ‘부산발전시스템연구소’를 차려놓고 <부산 2020>이라는 격월간지를
발행하고 있다. 강씨는 “어느 지역이 될지 모르겠지만 14대 총선에 출마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광역의회 출마 여부는 불확실하다.
13대총선 때 30대 초반의 무명 인물로 민정당 공천(영도구)을 받았던 안모해(36)씨도 거명되는 인물 중의 하나이다. 안씨는
3당통합 이후 지역구를 총리실 정무비서관 출신인 김모모(46)씨에게 물려주고 다음 총선에는 부산 강서에서 나갈 준비를 하고 있으나 광역의회
쪽으로 방향을 틀 가능성도 없지 않다. 13대 총선 당시 중구에서 낙선한 모모모 전 민정당위원장(남도개발 대표)도 의장 자리를 목표로 표다지기에
들어갔다. 이밖에 경제계에서 최정모 부산상의회장이, 학계에서 최모모 전 부산대총장 등이 거명되고 있다.
경북과 부산의 활발한 하마평과는 달리 경남은 이렇다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경남 양산에서 은거하며 교육자 생활을 하고
있는 진주 출신의 김모옥(65) 전 내무부장관이 가끔 거명되고 있다.
인천에선 야권 ‘단일후보’가 변수 대전시는 김모성(62) 이모학(53) 두 전 대전시장의 거취가 주목된다. 민자당
정책평가위원인 이봉학씨는 의장을 노리고 유성에서 출마 채비를 갖추고 있으나 타지역 출신이라는 점에서 이 지역 직능대표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중구 지구당(위원장 김홍만)은 김보성씨와 이종환(영진건설 대표)씨 등에게 출마를 권유하고 있으나 당사자들이 아직 결심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충남 지역은 온양에서 출마할 것으로 알려진 아무개(66) 경남제약 대표가 손꼽힌다.
인천시에서는 아무개 전 인천시장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인천 지역의 경우 신민·민주·재야가 연합해 27개 선거구에서 모두
야권연합 단일후보를 내기로 결정함에 따라 이들의 향배가 중요한 변수가 될 듯하다. 경기도에서는 아무개(62) 전 수원시장이 거론되고
있다. 강원도는 김정명 춘천문화원장(70·전 강릉시장), 이종덕(61) 강원도 번영협의회장, 남기성(61) 강원봉제 대표 등이
경합을 벌이는 상태다.
전남북 지역의 경우 민자당은 아예 의장감을 포기한 채 우선 도의원을 1명이라도 더 많이 당선시키는 데 안간힘이다. 민자당
전북지부 김두성 사무국장은 “지난 기초선거에서 선거에 지고도 의장을 7명 정도 건질 수 있었던 것은 신민당쪽에 의장감으로 부상될 만한 인물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이번 광역에서도 이와 비슷한 현상이 생길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광주·전남의 경우 신민당 전남도지부부위원장인 아무개(53)씨와 사무국장 정모모(48)씨가 전남도의회의 의장감으로 지목되고
있다.
민주당과 민중당은 후보로 나설 인물 고르기에도 벅찬 지경이어서 의장감 내기에 시선을 돌리지 못하고 있으나 막판에 등장시킬
가능성도 없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