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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회 의석 3분의 1확보가 목표…출마 당사자는 ‘몸 더럽힐까’고민

 교회통합운동의 이론가로 널리 알려진 김영복(기독교아세아연구원 원장·신학박사)씨. 그는 요즘 광역의회 의원선거의 ‘시민후보’로 출마하느냐 마느냐의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다.
 
김씨는 “정치 냉소주의를 극복하기 위해선 참신한 인물이 나서야 한다”는 ‘참여와 자치를 위한 시민연대회의’(이하 시민연대회의)의 ‘참여론’에 앞장서왔다. 그는 여러차례의 지방강연에 나가 시민운동단체의 지자제 참여를 강조해왔다. 그러다 보니 시민연대회의측으로부터 “본인부터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은근한 압력을 받고 있다. 그러나 기탁금 마련조차 여의치 않은 속사정에다가 “혼탁한 정치판에 끼어들어 몸을 버리려고 하느냐”고 만류하는 가족, 그리고 ‘선거기술자’인 장달 출신과 맞붙어 온갖 수모를 당할지 모른다는 부담이 그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그래서 평소에는 ‘달변’인 그는 요즈음 말이 없어졌다.

 이런 갈등은 비단 김씨만 겪는 게 아니다. 시민운동을 이끌어온 시회원로 학자 시민단체 관계자 대부분이, 지방의회 선거에 참신한 시민후보가 나서야 한다는 당위와 시민후보가 겪게 될 ‘정치현실’사이에서 고민중이다. 시민후보 출마교섭역을 맡고 있는 이덕모(서울 YMCA 시민중계실장) 간사는 “시민후보로 추대할 만한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그 취지에는 적극 공감하면서도, 막상 자신이 출마권유를 받으면 망설인다”라고 어려움을 털어놓는다.

때묻지 않은 인사 60명 추대 예정
 시민연대회의측은 후보 추대의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전국 13개 시·도 가운데 최소한 서울시 의회에라도 ‘확실히’ 진출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그 목표는 서울시 의회 1백32 의석 중 3분의 1 의석 확보. 이를 실현하기 위해 △참신한 인사 △기존 정치의 기득권을 바라지 않는 인사 △시민운동에 적극 참여해온 인사 △환경 문제에 투철한 의식을 가진 인사 등을 후보 선정 기준으로 60명을 엄선해 추대하겠다는 것이다.

 시민연대회의가 시민후보로 추대하기 위해 가장 공들이고 있는 인사는 대한YMCA연맹 강모모 사무총장, 서울 YMCA 전대모 총무, 홍사단 아무개 공의회장, 공해추방운동연합 권모모 고문(전 연세대 교수), 한국여상단체연합 이모재 회장 등 이른바 비정치권 원로들이다. 이들처럼 ‘때묻지 않은 거물들’의 출마가 정치권 후보에 맞설 ‘시민후보 바람’을 일으키는 기폭제 역할을 할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강사무총장, 권고문은 거의 마음을 굳힌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 YMCA의 ‘산 역사’로 20여년간 시민운동에 앞장서온 강 사무총장은 신민당(구 평민당)의 신당 창당 과정에서 대표위원급 영입 제의를 받았을 만큼 야권에선 비중있는 인물이다. 그의 광역의회 출마는 그같은 비중에 비하면 ‘스스로 몸을 낮추는 결단’인 셈이다. 그는 “정당불신과 정치 냉소주의가 만연한 상황을 방치하면 기존권력의 놀이터만 넓혀주는 결과가 되고 만다. 설혹 당선되지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시민후보가 많이 나서야 한다. 내가 나가야만 하는 상황이면 나가겠다”고 밝히고 있다.

 환경문제 권위자이자 서울시정자문위원인 권고문의 출마는, 이번 선거에서 환경보호와 공해방지 여론을 더욱 확산시켜 시민후보의 ‘녹색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강사무총장과 권고문이 서울시 의회에 진출한다면 사회적 비중과 중립성·전문성 등으로 미뤄 광역의회 ‘의장감’이라는 평도 나오고 있다.

 학계에서는 이영모(인하대·법학) 이각범(서울대·사회학) 두 교수가 출마가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이각범 교수는 “시민참여론을 주장해온 입장에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 같다”며 출사의사를 비치고 있다. 그 동안 ‘지자제 시민참여 당위론’을 주장해온 이신행(연세대·정치학) 모모(연세대·사회학) 노모모(연세대·행정학) 최광(한국외국어대·지방재정학) 교수 등이 출마권유를 받고 있다.  이밖에 김정모 환경과 공해 연구회 회장(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박모일 한살림모임 회장, 최별 공해추방운동연합 의장, 아무개 변호사(소비자 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이사), 전모자 인간교육 학부모 연대 상임대표, 이미경 한국여성단체연합회 부회장, 강광모 소비자 시민모임 상임이사 등 25명 안팎이 4월말 현재 시민후보 출마의사를 굳히거나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선거법 개정이 선결 과제
 어렵사리 출마를 결심한 시민후보들에게 또다른 ‘걸림돌’이 놓여 있다. 철저하게 정당 위주로 짜인 현행 지방의회 의원선거법이 ‘무소속’인 시민후보들에게는 상대적인 불이익을 주기 때문이다. 현행 지자제선거법 44조는 정당추천 후보에 한해서만 후원기구를 설치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밖에도 정당 후보는 비정당 후보보다 2배의 선거사무소와 선거사무원을 둘 수 있도록 규정한 제45조, 소형인쇄물을 2종 더 제작할 수 있도록 허용한 제54조, 정당만이 단합대회를 할 수 있다는 제 68조 등은 시민연대회의 후보들에게 ‘합법적’인 불이익을 강요하는 조항들이다. 프로선수와 싸워야 하는 ‘아마튜어’들이 ‘손발까지 묶인 채’맞붙는 꼴이다. 시민연대회의 노모모(출판인) 대변인은 “선거법 개정이 좋은 후보의 발굴 못지않게 시급한 과제다. 선거법 개정 없이는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 같다”고 토로한다.

 한편 여야 정치권에서는 “선거법이 개정되더라도 시민연대회의 후보들이 ‘선거전의 프로’인 정당 후보들을 제치고 대거 진출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야당에서는 “시민연대회의 후보들이 대부분 야권 성향이므로 야당표를 분산시키는 역기능을 자초한다”며 비판하기도 한다.

 그러나 어느 때보다 높은 기존 정당정치 불신심리가 시민후보들의 전문성과 참신함과 맞물려 상대적인 상승작용을 일으키면 ‘시민후보 바람’이 일어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번 서울시의회 선거는 시민운동권의 지방자치 참여와 정치 세력화가 가능한지를 가늠케 하는 ‘실험장’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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