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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통증 다른 질환으로 오해하는 경우 많아…오래 참다 치료 시기 놓치기도
최소연 교수(아주대 의대·순환기내과)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심장병 증가율에서 여성은 남성을 앞섰다. 절대 환자 수는 남성이 많지만, 10년 전에 비해 남성은 3.4배 늘었는데 여성은 4.1배 늘어난 것이다. 급성관상동맥질환에 의한 사망률도 여성이 더 높았다(남성 2.81%, 여성 3.92%). 10년간(1995~2004년) 전국 18개 대학병원을 거쳐간 급성관상동맥증후군 환자 10만2천1백6명(여성 3만7천16명, 그 외 남성)의 자료를 분석해 나타난 결과이다.
그동안 여성 심장병에 대한 연구·조사 자료는 거의 없었다. 때문에 여성은 몇 사람이 심혈관질환으로 고통받고 있고, 어떤 처지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지 상황을 파악하기 어려웠다. 그런 의미에서 최교수의 이번 조사는 상당한 의미가 있다. 최교수는 2005년 8월1~30일 전국 40개 주요 병원에서도 비슷한 조사를 벌였다. 급성관상동맥증후군으로 입원한 환자 6백66명(남녀 비율 65 대 35%)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것이다.
그 조사에서도 유의미한 결과들이 나왔다. 우선 병원을 찾기 전 증세에서 남녀 간에 약간의 차이를 보였다. ‘가슴 통증’이 있었다는 남녀 비율은 86.9% 대 85%로 비슷했는데. ‘가슴 두근거림’은 18.7% 대 31.6%로 남녀 간에 큰 차이가 났다(중복 응답). 또한 ‘머리가 무거웠다’고 응답한 비율도 13.8% 대 20.5%로 눈에 띄게 차이가 났다. 불안감, 소화불량, 어지럼증 등에서도 5~6% 차이를 보여, 여성이 남성에 비해 가슴통증 이외의 증세를 더 많이 겪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여성들은 가슴통증 같은 증세를 심장질환 증세로 이해하지는 못했다. 가슴통증이 일어났을 때 심장병이라고 인식한 여성은 45.8%(남성57%)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위장병(24.9%)이나 화병(15.1%)으로 여기고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다. 가슴통증이 일어났을 때 대처한 방법도 남성에 비해 소홀했다. 약국·한의원·민간 처치를 한 비율이 21.3%나 된 것이다(남성은. 15.3%).
그렇다면 가슴통증 같은 심장병 증세가 나타났을 때 남녀 가운데 누가 먼저 병원에 달려갈까? 1시간 이내에 달려간 남녀 비율은 21.3% 대 21.5%로 비슷했다. 그러나 12시간 이상 걸리는 비율은 여성이 34.2%로 남성(26.7%)보다 훨씬 더 높았다. 협심증에 걸렸을 때도 여성들은 뒤늦게 병원에 가는 경향을 보였다. 남성은 한 달 이내에 입원한 비율이 49.5%였는데, 여성은 40.7%였다.
병원에서도 보이지 않는 ‘차별’을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심근경색에 걸린 여성 환자의 경우 수술을 권유당하는 비율이 84.9%로 남성보다 7.4%나 낮았던 것이다. 협심증에서는 수술을 권유당하는 비율이 남녀 간에 10.6%나 차이가 났다. 입원 치료에서도 남성 환자는 평균 1.55 가지 치료를 받는 데 비해, 여성 환자는 1.43 가지 치료를 받는 것으로 밝혀졌다.
심장병 증세, 남녀 간에 차이 커
최교수는 급성관상동맥증후군으로 입원한 여성 대부분(93.2%)이 폐경기 여성이었다며 “여성의 경우 폐경 후 급격히 관상동맥증후군에 걸릴 위험이 커지는 것으로 확인되었다”라고 말했다. 따라서 예방을 미리 하면 할수록 이롭다는 것이 최교수의 설명이다.
대한순환기학회 이사장 조승연 교수(연세대 의대·심장내과)는 “여성 호르몬은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린다. 그러나 폐경기가 되면 그 이점이 사라진다. 이제 폐경기 여성에 대한 대책을 세울 때가 됐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