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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여 시민·사회 단체, 에이펙 반대…“경제 효과도 미미” 주장

 
“혹시 작년 에이펙(APEC) 정상회담이 어느 도시에서 열렸는지 아느냐?" 9월27일 취재진을 만난 민주노동당 부산시당 이창우 사무처장은 대뜸 이 질문부터 던졌다. 기자가 답변을 주저하자 그는 ”칠레의 산티아고였다“라고 말을 이었다. ”겨우 1년 전 일이지만 개최 국가를 아는 사람은 적고, 도시 이름은 더더욱 기억하지 못한다. 아펙을 유치하면 부산의 이름이 세계인에게 각인될 거라고 선전하는 것은 과장되어 있다.”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에이펙 정상회담에 국민들과 부산 시민들은 대체로 지지를 보낸다. 각종 설문조사 결과 부산시민 60% 이상이 에이펙 대회를 지지하고 있다. 하지만 모두 똑같은 생각인 것은 아니다. 현재 전국 50여개 시민·사회 단체가 ‘아펙 반대 국민행동‘(antiapec.org)을 꾸리고 있으며, 부산 지역 34개 단체는 ’부산 아펙 반대 시민행동‘(antiapec.net)을 조직하고 있다(이 단체들은 영어식 발음인 에이펙 대신 아펙이라고 한다.).

‘아펙 반대 국민행동’에 참가하는 단체마다 반대 이유나 강조점은 조금씩 다르다. 민주노총은 에이펙이 신자유주의 회담장이라는 점을 내세운다. 에이펙이 금융·노동 구조 조정 확대를 요구하고 있고, 이로 인해 비정규직이 확대되는 등 사회 양극화를 부추긴다는 것이다.

“에이펙 반대 시위에 10만명 운집할 것”

반면 민족 진영에서는 부시 방한에 주목한다. 9월26일 저녁 부산 서면 태화백화점 앞에서는 에이펙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회원들이 유인물을 배포하며 거리 선전을 하고 있었다. ‘범민련 남측본부 부산경남연합’ 회원인 이들은 매주 월요일마다 거리 선전을 하고 있다. 유인물에는 ‘이라크를 불법 침공하고 세계를 전쟁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부시 방한을 반대한다’는 주장이 쓰여 있었다. 2003년 방콕 에이펙 회의가 이라크 전쟁 파병 논의에 이용되는 등 에이펙이 부시의 대아시아 전략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것이다. 원래 에이펙 반대 시민단체들의 구호는 ‘전쟁과 빈곤을 확대하는 아펙 반대’였지만, 요즘은 ‘부시 반대’ 네 글자가 추가되었다.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는 에이펙이 교토의정서를 무력화하는 도구로 전락했다고 비판한다. 2005년 4월4일 호주 캔버라, 4월11일 한국 서울에서 에이펙 회원국 관료·기업인 들이 모여 기후 협약 관련 회의를 열었는데, 주로 미국의 입장에 맞추어 교토 의정서에 따르지 말자는 주장이 대세를 이루었다. 전농 등 농민단체는 에이펙이 곡물 메이저 회사들이 놀이터라고 비판한다. 비관세 조처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수출보조금을 철폐하자는 에이펙의 입장이 메이저 곡물회사의 이해를 대변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부산 지역 단체들은 당국의 예산 낭비와 전시 행정을 비판한다. 민주노동당 부산시당 이창우 사무처장은 “역대 에이펙 개최 도시들이 대부분 경제 발전 효과를 보지 못했다. 부산 에이펙 회담으로 인한 경제 파급 효과는 부산시 총생산의 1%도 되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2002년 아시안게임 때도 혈세를 쏟아 부었지만 시민 살림이 더 나아졌느냐? 에이펙에 수천억원을 쏟아 붓는 것보다 시민들의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곳에 예산을 쓰는 것이 옳다”라고 덧붙였다. 부산 시민 중에는 테러를 걱정하는 시각도 있었다. 부산 연제구에 사는 김도윤씨(34)는 “에이펙 기간에는 지하철을 되도록 안 탈 것이다. 아무리 경찰이 애를 써도 (테러를) 막기는 힘든 거 아니냐”라고 말했다. 아펙반대국민행동은 지난 7월 ‘최선의 아펙 테러대책은 자이툰 부대 철군’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에이펙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은 11월17~18일 부산 도심에서 대규모 군중 집회를 열 계획이다. 민주노총·전농 등이 가세하면 10만 명이 운집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부산지방경찰청 관계자도 반대 시위 10만명에 대비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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