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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이 강원도 지역 영향력 조사를 실시한 결과 김진선 도지사가 압도적으로 수위를 차지하는 등 한나라당 소속 의원·단체장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지자체 10주년 연속 기획/ 누가 지역을 움직이는가’의 여섯 번째 순서로 강원도편을 기획하면서 과연 이광재 의원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나 나올지 궁금했다. 참여정부가 시작되고부터 크고 작은 스캔들에는 어김없이 ‘이광재’ 라는 이름이 따라다녔고, 불과 2년 반 만에 이의원이 조사 대상에 포함된 특검법안이 두 차례나 통과되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의원은 청와대 요직을 거쳐 국회의원과 강원도당 위원장에 당선되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  조사 결과 이의원의 영향력은 아직 찻잔 속의 태풍으로 나타났다. 한나라당 소속 단체장과 국회의원들의 기세를 단기필마로 뚫기에는 역부족인 셈이다. 하지만 지역민들의 저변에는 ‘변화’에 대한 열망도 만만치 않아, ‘파워(열린우리당) 대 연륜(한나라당)’을 앞세운 내년 지자체 선거에서 여야간 대결이 흥미진진할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으로 보수색이 강한 강원도는 지난 대선 때 변화할 조짐을 보였다. 개혁 성향인 노무현 후보에 대한 지지도가 41%나 나온 것이다. 15대 대선에서 김대중 후보가 23% 지지를 얻었던 데 비하면 괄목할 만한 변화였다. 하지만 이런 흐름은 오래가지 않았다. 지난해 총선에서는 대통령 탄핵 후폭풍이 거세게 몰아쳤음에도 불구하고 도내 8개 선거구 가운데 한나라당이 6개 지역구에서 당선자를 냈고, 최근 들어 실시되고 있는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한나라당 우위가 지속되고 있다. <강원일보>가 9월1~2일 도내 성인 남녀 9백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ARS 전화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당 지지도가 한나라당 39.8%, 열린우리당 23.6%, 민주노동당 10.2%, 민주당 2.4% 순이었다.

이런 한나라당 우세 흐름은 이번 <시사저널> 영향력 조사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우선 전체 영향력 순위에서는 한나라당 소속인 김진선 강원도지사를 비롯해 최연희(동해·삼척), 이계진(원주), 허 천(춘천) 의원, 그리고 역시 한나라당 소속인 류종수 춘천시장, 심기섭 강릉시장, 김기열 원주시장 등 7명이 10위권 안에 이름을 올렸다. 열린우리당에서는 이광재 의원(태백·영월·평창·정선)만이 고군분투하는 모양새다. ‘강원을 움직이는 가장 영향력 있는 세력’으로 가면 한나라당 우세는 더욱 도드라진다. 한나라당이 28.8%를 얻어 1위에 오른 반면, 집권 여당인 열린우리당(12.4%)은 4위에 그친 것이다. ‘영향력 있는 세력’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대목은 다른 지역에 비해 공무원 사회의 영향력이 상당히 높다는 점이다. 2위를 차지한 ‘강원도’와 3위에 오른 ‘공무원 집단’을 합하면 1위인 한나라당을 능가한다. 이에 대해 이 지역의 한 언론인은 “소규모 농어촌 도시의 특성상 여전히 공무원 집단의 입김이 막강하고, 그에 비해 이익집단은 다양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풀이했다.

“김진선·이광재 붙으면 빅매치 될 것”

김진선 지사가 87.2%라는 압도적 지지로 영향력 1위를 차지한 것은 한나라당 소속이면서 막강 공무원 사회를 진두지휘하고 있다는 점이 상승작용을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김지사는 종합순위뿐 아니라 ‘영향력 있는  정치인’ 분야와 ‘차기 도지사감’ 분야에서도 1위에 올라 3관왕을 차지했다. 강원도 동해 출신인 김지사는 1974년 행시 15기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후 영월군수, 강릉시장, 강원도 기획관리실장, 행정부지사 등을 지낸 강원도통이다. 1998년 민선 2기 도지사로 선출된 이래 8년째 도지사를 역임하고 있어, 강원도에서 그를 모르면 그야말로 간첩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김지사의 도정 활동에 대해서는 ‘무난하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앞서 언급한 <강원일보> 여론조사에서는 도민의 74.8%가 김지사의 도정 수행 능력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3선 도전을 앞두고 있는 그는 지난 9월26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공식으로 재출마할 뜻을 밝혔다. 한때 일각에서는 ‘동향 출신인 한나라당 최연희 의원과 역할을 맞바꿀 가능성도 있다’는 소문이 나돌았지만, 사실이 아닌 셈이다. 강원도 출신으로는 최다선(3선) 의원이자 국회 법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연희 의원은 국회 고위직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최의원은 이번 조사에서 영향력 3위에 올랐다.

 
김진선 지사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민 인물이 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이다. 호가 ‘실세’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노대통령의 ‘오른팔’이자 참여정부의 핵심 실세로 불리는 이의원은 올 3월 강원도당 위원장으로 선출된 후 본격적으로 내년 지자체 선거를 위한 강원도 표밭갈이에 나섰다. 

이번 조사 결과로만 보면 이광재 의원이 김지사의 장벽을 뛰어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전체 영향력에서 2위를 차지하기는 했지만 그 차이가 상당하고, 차기 도지사감을 묻는 질문에서는 격차가 10배 가까이나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듯 이의원 자신도 ‘도지사 출마’에 대해서는 상당한 부담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인터뷰 기사 참조). 하지만 이 지역 여론주도층 사이에서는 이의원이 실제 출마할 경우 볼만한 빅매치가 벌어지리라고 전망한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지역민들 사이에 지역 발전에 대한 열망이 강하다는 점이다. 이 지역 사정에 밝은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역대 강원도 출향 인사 가운데 최고위직에 오른 사람들을 꼽으라면 대개 최규하 전 대통령, 최각규 전 부총리, 최종영 전 대법원장, 한승수 전 장관 정도일 것이다. 그런데 이들은 대부분 강원도색을 탈피하는 행보를 했다. 이에 비해 이광재 의원은 강원도 사람임을 앞세우고 실제로 강원도를 위해 뛰고 있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 강원도에 무엇인가가 유치되었다 하면 사실 여부를 떠나 이광재 이름 석자가 거론되는 실상이다. 강원도가 워낙 낙후했다는 소외감 때문인지, 도민들 사이에 ‘실세 있을 때 확실히 활용해보자’ 그런 기대감도 크다”라고 이 지역 분위기를 전했다. 이른바 ‘실세 활용론’ 때문에 실제 이의원이 출마했을 경우 만만치 않은 접전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두 번째는 영서 결집론이다. 강원도에 가면 영동·영서간 갈등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금방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지역 정가에서는 이를 심화한 장본인이 김지사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영동 출신인 김지사가 인사나 재정 지원에서 치우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영서 출신들이 벼르고 있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광재 의원은 영서의 중심인 원주에서 중·고등학교를 나왔고, 원주에 기업 도시를 유치하는 데도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영서 출신 후보가 한 명으로 단일화한다면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한 언론인은 “영향력 있는 정치인 분야에서는 김지사와 이의원 사이의 격차가 10%대로 줄었는데, 이런 잠재력이 반영된 것 아닌가 싶다”라고 풀이했다. 이의원측도 자신이 출마하고 안 하고를 떠나  김지사와의 일전을 위한 대비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이의원은 가장 먼저 열린우리당 강원도당 사무실을 김지사의 안방 격인 도청 바로 앞으로 이전했다. ‘한번 해보자’는 도전을 상징한다는 것이 주변의 해석이다. 사무 1처장에는 이 지역 선거의 귀재로 꼽히는 최상집 전 청와대 행정관을 데려다 앉혔다. 1994년 명주-양양 보선에서 무명인 최욱철 후보의 선거 기획을 맡아 YS 정권의 실세 김명윤 의원을 무너뜨리는 이변을 연출한 것으로 유명한 최씨는, 지난 대선 때 이의원과 손잡고 노무현 후보의 강원도 캠프를 담당했다가 청와대로 차출되었는데, 이번에 컴백한 것이다.

차기 대통령감, 고 건·이명박·박근혜 접전

이의원은 또 김지사에 대한 견제구를 본격적으로 날리기 시작했다. 도내 각 지역을 다니며 기회 있을 때마다 “한나라당이 이끌어 온 10여년 간의 강원도 성적표가 어떠냐. 이뤄진 것이 과연 무엇이냐”라며 김지사를 비롯한 한나라당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의원측이 무엇보다 심혈을 기울이는 쪽은 거물급 후보 영입이다. 이를 위해 이의원은 강원도 출신 중량감 있는 인사들을 찾아다니며 ‘고향 봉사론’을 펴고 있다. 장·차관을 했던 인사들이 시장·군수를 맡는다는 것이 격에 안 맞을 수도 있지만, 고향 발전을 위해 봉사하는 심정으로 출마해 달라는 요지다. 최종찬 전 건교부장관과 최종수 전 산림청장, 권오규 전 청와대 수석(이상 강릉), 조명수 청와대 비서관(춘천), 오강현 전 가스공사 사장(양양), 이억수 석유공사 사장과 강무현 해양수산부 차관(이상 원주) 등이 이의원의 사정권에 들어 있고, 그중에는 이미 반승낙을 한 사람도 있다고 한다. 춘천고를 나온 MBC 엄기영 앵커도 도지사 후보로 물망에 올라 있다. 도지사+춘천·원주·강릉 빅3 도시의 후보가 바람을 일으킬 경우 강원도 전체 선거의 판도가 달라지리라는 것이 여권의 노림수다.

 
이런 여권의 움직임에 대해 한나라당은 ‘대세는 이미 결정됐다’며 애써 느긋한 표정이다. 이광재 의원이 아무리 ‘실세’라고 해도 강원도에서는 여전히 ‘경험’과 ‘연륜’을 무시할 수 없으며, 또한 ‘오일게이트’와 ‘단지(斷指) 파동’ 등을 겪으며 이의원이 입은 정치적 내상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게다가 한나라당은 무엇보다 내년 자치단체장 입후보자들이 한나라당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 ‘한나라당 대세론’을 반증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연초까지만 해도 열린우리당에 줄을 대려는 인사가 더 많았지만, 노대통령과 여당 지지도가 하락하면서 최근 들어 한나라당 입당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지역 정가의 중론이다.

하지만 한나라당도 내심 여권의 추격을 경계하는 눈치다. 이에 따라 단체장 후보 공천에서부터 현역 프리미엄을 배제하고, 내부 경선이나 전략 공천을 통해 최대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을 마련 중이다. 재출마를 준비하는 한나라당 소속 현역 단체장들로서는 긴장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한편, 차기 대통령감으로는 고 건-이명박-박근혜  빅3이 오차 범위 내에서 접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당 주자인 김근태·정동영 장관은 뚝 떨어진 4, 5위를 기록해 이 역시 보수 성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열린우리당 대선 후보로는 여전히 정동영 통일부장관의 우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한나라당 후보로는 박근혜·이명박 2파전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조사 결과로 보면 강원도에서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에 한참 밀리는 것 같다.
전국적인 당 지지도 추이 때문이다. 하지만 참여정부 들어 강원도에 많은 변화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저변에는 ‘우리도 뭔가 해볼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기대 심리가 점점 더 확산되고 있다. 강원도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국정원장(고영구)이 나왔는가 하면, 전·현직 합참의장(김종환·이상희), 건교부장관(최종찬), 청와대 수석(권오규) 등 고위직을 속속 배출했다. 동서 고속도로와 춘천-양양 제2 고속도로, 원주-강릉 철도 개설 등을 위한 예산 수조원이 참여정부 1~2년 사이에 확보되었다. 도내 각 지역을 다니다 보면 열린우리당에 대한 기대가 적지 않다는 걸 느낀다.

차기 도지사 선거에 출마할 뜻이 있는가?
강원대 어느 교수가 나의 출마 가능성에 대해 ‘강원도 처지에서야 좋겠지만, 본인은 가시밭길 아닌가!’라고 했다더라.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지역구 의원을 계속하는 게 편하다. 임기도 많이 남아 있고, 서울보다 7.5배나 넓은 지역구에 이름도 알릴 만큼 알려 놓았다. 하지만 누가 후보가 되든 내년 선거에서 우리 당 후보가 이길 수 있도록 지지 기반을 닦는 일은 열심히 할 생각이다. ‘차출될까 두렵다’라고 써달라(웃음).

김진선 지사에 대해 비판의 강도를 높이는 것이 견제구로 보인다.
김지사에 대해서는 ‘무난하다’는 평과 ‘그동안 한 게 뭐가 있느냐’는 평이 엇갈린다. 그런데 무난하다는 것 역시 어찌 보면 특장이 없다는 것 아닌가! 게다가 공무원 사이에서는 김지사가 지나치게 영동 출신, 특히 자기 고향인 동해 사람들만 챙긴다며 인사 불만이 팽배하다. 강원도의 발전을 위해서는 이제는 ‘말로만’이 아닌 ‘실적’이 필요하다는 이 지역의 열망을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의원의 ‘실적’은 무엇인가?
‘겨울 올림픽을 둘러싼 무주·평창간 논란을 매듭짓겠다’ ‘폐광지역 특별법을 10년 연장하겠다’ ‘영월에 실버시티를 유치하겠다’ 등 총선 때 내건 지역구 공약은 1년 만에 다 지켰다. 여기에 원주 기업 도시 유치나 수조원대 예산 확보 같은 도내 현안에도 적잖은 역할을 했다고 본다.

오일게이트로 타격을 입은 것 아닌가?
오일게이트는 전형적인 사기 사건이다. 10월16일 특검 발표에서 무혐의가 밝혀지면, 모든 것이 정리될 것이다.

내년 지자체 선거의 쟁점은 무엇이 되리라고 보는가?
첫째 평창 겨울 올림픽 유치를 과연 누가 성사시킬 수 있을까, 둘째 수조원의 정부 예산 투입이 과연 이어질 수 있을까, 셋째 영동·영서간 갈등 문제를 누가 풀 수 있을까에 대한 도민들의 전략적 판단이 결국 승부를 가르는 변수가 되리라고 본다. 이와 함께 우리 당은 도민에게 군림하지 않고 봉사하는 자치단체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선거에 임할 생각이다. 상징적으로 도지사·시장·군수의 관사를 없애고, 기초의회 건물을 주민복지센터로 바꾸는 등의 획기적인 공약을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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