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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부 비만율, 흡연량에 비례…암·당뇨·심장병 위험 커져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금연 얘기를 하게 되었다. 애연가로 유명했던 그 친구도 금연을 시도했는데, 이후 군것질 양이 늘면서 체중이 불어나 결국 몇달 만에 담배를 다시 피우게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이제 겨우 예전 체중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살찔까 무서워서라도 금연은 못하겠더라고 투덜대는 친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내 시선은 그 친구의 불룩한 배를 향했다.

 담배를 피우면 살이 찌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살을 빼려고 담배를 피운다는 여성이 있을 정도이다. 하지만 그 사람들이 모르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흡연이 복부 비만을 야기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흡연=다이어트’는 허무맹랑

 비만 정도를 측정하기 위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척도는 체질량지수(BMI)이다. 자기 몸무게(kg)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눈 체질량지수는, 질병을 예측하는 데 체중보다 정확하다고 평가받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성별에 관계없이 체질량지수 20~22를 권장한다. 그 범위에 있는 사람들이 사망률과 유병률이 낮기 때문이다. 하지만 체질량지수는 신체 각 부위의 비만도를 나타내지는 못한다. 그에 비해 허리둘레÷엉덩이둘레 비율(WHR)은 복부 비만 상태를 알 수 있는 유용한 지표다. 남성은 WHR가 1 이상일 때, 여성은 0.9 이상일 때 중심성비만으로 분류한다.

 그런데 최근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연구팀이 흡연자들이 비흡연자에 비해 WHR가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중장년층 남녀 2만1천8백28명을 대상으로 흡연 여부와 WHR의 연관성을 조사했다. 그 결과 담배를 많이 피우는 사람일수록 WHR가 높았고, 흡연 경력이 전혀 없는 비흡연자의 WHR가 가장 낮았다. 흥미롭게도 흡연자들의 체질량지수는 비흡연자보다 오히려 낮았다. 흡연자들은 몸 전체가 뚱뚱해 보이지 않더라도 복부 비만도는 높다는 뜻이다.  

 복부 비만은 여러 가지 성인병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복부에 지방이 많아 체형이 사과형인 사람들은 심장병·당뇨병·암에 걸릴 위험이 높다. 최근에는 중풍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스웨덴의 대표적 의학 및 생물 분야 연구 기관인 카롤린스카 연구소는 허리둘레가 39인치 이상인 사람 중 50%가 인슐린 저항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인슐린 저항성은 당뇨병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이다. 심장병과 중풍은 남성의 경우 허리둘레 37인치를 넘으면 발생 위험이 급격히 높아진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단순히 허리둘레 살을 빼는 것만으로도 생명을 연장할 수 있다고 말한다.

 흡연이 어떻게 뱃살을 키우는지 그 과정은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전문가들은 흡연이 인체의 대사 과정에 영향을 미쳐 지방이 복부 쪽으로 몰리게 한다고 추측한다. 금연을 하자마자 당장 복부비만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흡연 기간이 길수록 뱃살이 빠지는 데 걸리는 시간도 더 길다. 끽연가들이 그나마 믿고 있는 흡연의 다이어트 효과도 사실은 지방이 아니라 근육의 양이 줄어 체중이 감소했을 가능성이 크다. 체질량지수만 믿고 안심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제 끽연가들은 폐암 등 질병 외에도 뱃살이라는 걱정거리가 하나 더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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