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월부터 시행 예정…입안은 미적미적
만약 재희가 혼인 신고를 한 뒤 아이를 친양자로 입양하려고 한다면? 당장은 불가능하다. 친양자 제도가 새로 도입된 개정 민법이
오는 2008년 1월이 되어야 시행되기 때문이다.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했음에도, 그 시행은 호적을 대체하는 새로운 양식이 만들어질 때까지
미루어진 상태이다.
정부는 그동안 기존 호적을 대체하는 새로운 신분기록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하지만 준비
작업은 더디기만 하다. 올해 초 관계자들은 ‘적어도 2년 6개월은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며 올해 6월까지는 단일 안을 만들어 이번 정기 국회 때
통과시킨다는 계획이었지만 아직 정부안조차 확정되지 않은 상태이다.
현재 가시적인 입법 노력은 민노당 노회찬
의원이 대표 발의한 ‘출생 혼인 사망에 관한 법률안’이 유일하다. 법무부는 대법원안을 토대로 단일안을 만들어 법안을 발의하기로 했다. 대법원안은
이미 8월 초에 법무부로 넘겨진 상태이다.
새로운 제도는
대법원안에 따라 ‘가족부’가 아닌 ‘1인1적’으로 가닥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제 핵심 쟁점은 ‘양성 평등’에서 ‘정보 보호’로
옮아갔다.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대법원은, 정보 보호를 위해 원안에 변화를 꾀했다. 애초에는
1인1적으로 기록을 묶으면서 신분등록원부의 존재를 상정했었다. 하지만 아무리 발급 조건을 까다롭게 해도 일단 ‘원부’라는 것이 존재할 경우,
회사나 기관이 원부를 제출하라고 요구했을 때 개인이 거부하기 힘들다는 지적을 반영해 입장을 바꾸었다.
권순형 대법원
법정심의관은 “원부는 데이터뱅크 안에만 존재하고, 그대로 출력되는 일이 없도록 구체적인 발부 양식을 법조항에 명기했다”라고 밝혔다. 이른바
‘전부 증명’(등본 해당)을 없애고, 출생증명서·혼인증명서 등 다섯 가지 양식의 ‘일부 증명’(초본 해당)만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각
증명서에 기재하는 사항도 아예 법문에 규정했다.
민노당안은 정보 보호에 더 철저하다. 목적별
편제를 주장하는 민노당안의 핵심은, 아예 하나의 데이터 뱅크에 관련 기록을 집적하지 말라는 것이다.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위해 증명서별
기재 사항도 대폭 줄여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정부안이 발표되지 않음에 따라, 새로운 신분등록 방식에 대한
논의는 제자리걸음이다. 법무부는 어차피 국회로 넘어가면 논의가 활발해질 것이라며 공을 국회로 넘기는 눈치이다.
속사정도 있다. 신분 등록 사무를 누가 감독할 것인가를 놓고 신경전이 한창이다. 호적 사무를 관장해온 대법원은 그대로 하고 싶은 눈치이고,
법무부는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중앙 정부 업무로 이관된 만큼 법무부가 감독권을 가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두 기관 모두 이 문제를 공론화하는
것은 부담스러워한다. 법무부 관계자는 ‘일반 국민에게 큰 관심거리가 아니지 않느냐’는 말로 이 문제가 부각되는 것을 꺼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