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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특성화/원주시, 의료기기 산업 새 메카로 ‘우뚝’…“세계적 건강 도시 만든다”

 
퀴즈 하나, 원주 하면 떠오르는 복장은? 1군 사령부와 미군 기지를 연상해 군복을 떠올렸다면 오답이다. 10년 전만 해도 원주의 상징은 군복이 맞았다. 지금은 연구와 개발을 의미하는 흰 가운이 원주의 상징이다.

군사 도시였던 원주가 의료기기 산업 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 지역 전문가들이 특성화 사업을 가장 잘하는 자치단체로 원주시(31.6%)를 꼽은 것은 무에서 유를 창조한 저력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원주시가 군사 도시라는 꼬리표를 떼고 첨단 도시로 도약하기 시작한 것은 1997년. 그 해 원주시는 연세대학교 원주캠퍼스 의료공학연구소와 손잡고, 의료기기 산업을 특화 산업으로 키운다는 야심찬 청사진을 세웠다. 그때까지 원주시에 의료기기 산업체는 한 곳도 없었다.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그 해 산업자원부가 주관한 테크노파크 사업자 공모에서 원주시는 탈락했다. 이럴 경우 대개 자치단체는 포기하고 주저앉기 마련이다.

그러나 원주시는 달랐다. 중앙 정부의 지원을 못 받으면 혼자서라도 추진하자며 일어섰다. 번듯한 건물 대신 보건소 창고를 개조해 ‘원주 의료기기 창업 보육센터’를 만들었다. 이곳이 원주를 첨단 도시로 성장시킨 인큐베이터가 되었다.

그 후 원주의 변화는 눈부셨다. 의료기기 업체들이 원주로 이전했다. 지금은 관련 업체만 66개로 늘었다. 올해 매출액이 1천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7년 만에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이다. 

의료기기 업체들이 속속 ‘웰컴 투 원주’ 행렬에 동참한 것은 산·학·연·관이 하나가 되어 만든 총력 지원 시스템 덕이다. 원주 흥업면 첨단의료기기테크노타워를 비롯해 태장동 의료기기산업기술단지, 문막 동화농공단지 등에 산업체와 연구소 등이 결집하면서 상승 효과를 내고 있다. 

‘한류 중심’ 춘천·‘해피 700’ 평창 공동 2위

중앙 정부의 지원도 잇따랐다. 처음에 홀대했던 산업자원부는 ‘첨단 의료기기 기술 혁신센터’로 선정해 지원했고, 중소기업청은 ‘벤처 기업 촉진지구’로 지정했다. 지난 7월에는 원주시가 ‘지식기반형 기업 도시’ 후보지로 뽑혔다. 원주시는 지정면 일대 100만평을 개발해 첨단 의료단지·첨단 연구단지·첨단 바이오산업단지·문화콘텐츠산업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원주시가 뜨면서 일반 제조업체들까지 ‘웰컴 투 원주’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수도권에서 멀지 않은 데다, 수도권에서는 심한 각종 규제 대신 오히려 원주에서는 지원 혜택이 많다. 게다가 영동고속도로와 중앙고속도로가 교차하는 교통의 요지이다. 그런 이점 때문에 올해 상반기에만 33개 기업이 원주로 이전했고, 연말에는 70여 개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원주의 성장은 다른 자치단체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었다. 무엇보다 중앙 정부만을 바라보지 않고 독자적으로 추진한 노하우를 배우고 싶어한다. 만일 1997년 중앙 정부가 외면했을 때 주저앉았다면 오늘의 원주는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어렵더라도 독자 생존의 길을 걷자고 내렸던 결단이 빛을 발한 것이다.

이런 도박에 가까운 결정을 내린 이가 바로 현재 김기열 원주시장이다. 어쩌면 그의 삶 자체가 무에서 유를 창조한 원주시의 의료산업 성장 과정과 많이 닮았다. 원주 토박이인 그는 9급 면서기로 공직 생활을 시작해 시장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지난 9월27일 시장실을 찾았을 때 김시장은 말을 못했다. 1주일 전 성대 결절 수술을 받은 탓이다. 수치에 밝고 일처리가 꼼꼼한 김시장은 업무를 지시할 때면 말이 많아진다. 결국 성대가 손상되는 줄도 모른 채 시정에 전념했다. 김시장은 쉰 목소리로 “원주를 세계적인 건강 도시로 만들겠다”라고 말했다.

 
원주시에 이어 강원지역 전문가들은 춘천시(10.6%)와 평창군(10.6%)을 특성화 모범 자치단체로 꼽았다. 강원도 내에서 원주시와 혁신 도시 유치를 놓고 경합하고 있는 춘천시는 한류의 본고장이다. 지금도 시내 곳곳에 욘사마(배용준)와 지우히메(최지우) 사진이 걸려 있고, 일본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전문가들이 ‘특성화 모범 자치단체’로 춘천을 꼽은 데는 한류뿐 아니라 바이오 산업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1998년 춘천시는 ‘생물산업 육성 시범 도시’로 선정되면서 국내에서 처음으로 바이오벤처기업지원센터를 건립했다. 현재 33개 바이오 벤처 기업을 지원 육성하고 있고, 연간 4백50억원(2004년 기준) 상당의 매출액을 올렸다.

춘천시와 나란히 특성화 모범 자치단체로 뽑힌 평창군은 겨울 올림픽 유치전으로 국내외에서 이름값을 높였다. 겨울 올림픽 유치전에 나서기 전만 해도 평창은 물 맑고 공기 좋은 고산 지역으로만 알려졌다.

평창군은 역발상으로 이를 상품화했다. ‘해피 700 평창’ 브랜드가 그것이다. 해발 700m 고지대에서는 멜라토닌 호르몬 분비량이 많아지고 혈액 순환도 활발해 사람이 살기에 쾌적하다는 점에 착안했다. ‘해피 700 평창’을 브랜드로 삼아 평창군은 건강·장수 사업을 벌이고 있다. 해피 700 평창은 지난해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행정자치부가 선정한 자치단체 혁신 우수 사례로 뽑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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