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건강] “아크릴라마이드, 암·생식장애 유발 가능성”…감자튀김 등에 많아
영화 <슈퍼사이즈 미>의 교훈은 벌써 대중의 기억에서 사라졌는가? 이 달 중순에 나온
워싱턴 포스트 기사를 보니 미국 소비자들이 웰빙은 말뿐이고 여전히 더블치즈버거와 감자튀김을 찾고 있다고 한다. 한술 더 떠서 하디스·맥도널드
같은 대형 패스트푸드 체인은 저칼로리 건강 메뉴를 선보였다가 판매 실적이 신통치 않자 오히려 초대형 슈퍼 열량 신제품을 출시해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인 결과 놀라운 매출을 거두었단다.
이 현상을 그저 충동적이고 무절제한 소비자의 탓으로만 돌려야 할까? 만약 포장지와 메뉴판에 ‘이 식품에는 암과 생식 문제를 일으키는
화학물질이 들어 있음’이라고 씌어 있다면, 그래도 눈 한번 깜박 안하고 늘 먹던 대로 선택할 강심장 소비자는 드물지 않을까?
인용하는
김에 하나만 더 외신을 소개하자면, 지난 8월27일 로스앤젤레스 대법원에는 맥도널드·웬디스·버거킹·KFC 등 한국에서도 성업 중인 패스트푸드점과
감자칩 프링글스의 제조사인 프록터 앤드 갬블, 스낵 회사로 유명한 프리토레이 등을 피고석에 세우는 고발장이 날아들었다. 소비자단체의 맹렬한
촉구를 받아들여 캘리포니아 주 법무장관 빌 로키어가 제기한 소송이었다. 1986년에 제정된 주 법률은 소비자가 ‘발암 물질로 인정된 물질’ 또는
‘생식 독소’에 노출되기 전에 제조업자는 미리 경고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감자튀김을 비롯한 스낵에 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화학물질이 들어있음을 소비자들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세계 최대 규모의 감자튀김 제조업체들을 고발한 것이다.
식물성 전이 지방, 동물성 지방보다 해로워
문제가 된 화학물질은 아크릴라마이드(acrylamide)이다. 하수 처리 등의 산업 용도로 널리 쓰이는
아크릴라마이드는 고농도일 경우 동물에게 암이나 생식 장애 문제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2년에 스웨덴 과학자들이 고온으로 튀기거나
구운 음식 안에 고농도 아크릴라마이드가 함유되어 있음을 처음 밝혀냈다. 특히 감자 같은 녹말질 음식이 고열 조리될 때 아크릴라마이드가 많이
생성된다. 실험실에서 고농도로 동물에 주입했을 때는 발암물질로 작용했지만, 우리가 일상적인 음식을 통해 이보다 훨씬 낮은 농도로 섭취해도 암이
발생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결론이 내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학자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2004년 3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7백50가지 식품에서 아크릴라마이드가
검출되었다고 밝혔다. 단연 최고는 패스트푸드 대표 메뉴인 감자튀김이고, 슈퍼마켓에서 파는 포장된 과자와 시리얼에서도 아크릴라마이드 함량이 높게
조사되었다.
감자튀김이나 과자가 몸에 해로운 이유는 또 있다. 이런 음식은 일단 열량이 높아 많이 먹으면
비만해지기 십상이고, 비만하면 위험도가 급격히 높아지는 2형 당뇨병, 고혈압, 심장질환도 걱정거리다.
게다가 이들 음식에는 지방 중에 인체에 가장 나쁜 ‘전이 지방(trans unsaturated fat)’이
많다. 보존 기간을 늘리기 위해 식물성 지방에 수소를 첨가해 딱딱하게 굳힌 마가린과 쇼트닝이 대표적이다. 동물성 지방은 몸에 해롭고 식물성은
괜찮다는 인식이 퍼져 있지만, 식물성 지방을 원료로 한 전이 지방이 동물성 지방보다 더 해롭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전이 지방은 몸에 유익한
콜레스테롤의 수준은 낮추면서 해로운 콜레스테롤 수치는 높여, 혈관에 혈전(피떡)을 생성하고 궁극적으로 심장병 발생 위험을 높인다. 그나마 미국
맥도널드는 하버드 대학 보건대학원 연구진이 10년 넘게 전이 지방의 유해성을 경고한 결과 2002년에 프렌치프라이를 비롯한 튀김 음식에서 전이
지방 사용을 48% 줄이겠다고 천명했으나 아직 우리 나라에서는 이런 발표를 듣지 못했다.
패스트푸드를 덜 먹어야 하는 이유가 또 하나 늘었다. 요컨대 감자튀김의 아크릴라마이드가 인체 발암 물질이라는 심증이 굳어지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