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단점 많음. 장점 드리블.” 이영표(28)는 주저하지 않고 드리블을 잘한다고 말한다. 어린 시절 이영표는 마라도나를 동경했다. 이
아이는 중학교 운동장 끄트머리에서 혼자 마라도나의 헛다리질을 반복하고 또 반복했다. 나폴리팀(마라도나가 뛰던 이탈리아 프로팀)의 유니폼과 비슷한
옷을 입고서. “어렸을 때 혼자서 연습을 많이 했는데 70~80%는 드리블 연습이었다. 반복적인 훈련으로 드리블 하나만큼은 자신감이
붙었다.”
이영표의 전매 특허가 된 헛다리질은 지난 챔피언스 리그 4강전에서 브라질의 전설적인 수비수 카푸(AC 밀란)로부터
인정을 받았다. 당대 최고 리그인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진출도 가능케 했다. 공격력이 뛰어난 수비수를 원하던 토튼햄 핫스퍼 구단(1882년
창단·연고지 런던 북부)은 지난 1일 이영표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이영표의 소속팀은 1백23년 역사의 리그 5위권 명문
팀이다. 게리 리네커·폴 개스코인·위르겐 클린스만 등 특급 스타들이 즐비했다. 일본의 ‘축구 영웅’ 나카타 히데토시(볼튼)와 이나모토
준이치(웨스트 브롬위치)도 프리미어 리그 팀에서 뛰고 있다. 하지만 박지성과 이영표가 뛰고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토튼햄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구단이다.
토튼햄은 박지성이 뛰고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보다 한 단계 낮은 팀이다. 하지만 이영표에게는 박지성보다
유리한 점이 많다. 무엇보다 주전 경쟁에서 자유롭다. 토튼햄은 주전이었던 스웨덴 국가 대표 출신 에릭 에드만(27)을 프랑스로 보내, 이영표는
사실상 주전 자리에 낙점되었다. 박지성은 후보 선수일 뿐이다.
빅 리그에서 가장 전투적이고 행동 반경이 넓다고 평가받는
에드가 다비즈와 왼쪽 라인을 이룬다는 것도 행운이다. 토튼햄의 팀닥터는 어머니가 한국인이어서 한국어로 간단한 의사 소통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아인트호벤 시절 크리스천 그룹의 단짝인 아르엔 로벤(첼시)도 런던에 있다. 기독교 신자인 이영표는 동료 선수는 물론 취재 기자에게까지 선교
활동을 할 정도로 독실하다. 아인트호벤 시절 별명이 ‘전도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