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TV토론] 평정심 잃은 트럼프, 시종일관 여유 보인 해리스

美 정가 ‘해리스 판정승’ 평가 분위기…“구도 바꿀 결정타는 없었다” 평가도 많아 트럼프 발언하자 사회자 “사실 아냐” 제지…트럼프 “3대 1로 싸웠다” 편파성 지적

2024-09-11     이원석 기자
10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현지 주민들이 대형 스크린을 통해 방영되는 대선 후보 TV 토론을 지켜보고 있다. ⓒAP·연합

미국 대선 후보인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첫 TV토론으로 맞붙었다. 90분간의 토론에서 주로 해리스는 ‘창’, 트럼프는 ‘방패’였다. 90분간의 토론 내내 해리스는 표정과 말투 등에서 여유로운 태도를 보이며 주도했고, 트럼프는 상당 부분 방어에 시간을 할애하며 종종 흥분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TV토론은 오후 9시 ABC 뉴스 주관으로 열렸다. 토론이 시작되기 직전 해리스가 먼저 트럼프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면서 두 사람은 악수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두 사람은 경제·낙태·이민·안보 등의 주제에 대해 첨예하게 맞붙었다. 경제와 관련해 해리스는 “난 중산층 자녀로 자랐고 이 무대에서 미국의 중산층과 노동자를 실제로 도울 계획이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면서 트럼프의 경제 정책에 대해 “가장 부유한 사람들을 위한 감세”라고 공격했다. 이에 트럼프는 바이든 행정부에서 물가가 치솟았다고 지적하면서 “그들은 경제를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낙태 문제와 관련해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가 다시 선출되면 전국적인 낙태 금지법에 서명할 것”이라고 지적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완전한 거짓말”이라면서 낙태 금지 문제는 각 주가 결정할 문제라고 했다. 이민 문제와 관련해선 트럼프가 바이든 임기 동안 이민자들 수백만 명이 미국에 들어왔다면서 “그들(이민자)이 우리나라를 파괴하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는 “우리는 실패한 국가”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같이 트럼프는 토론 내내 바이든 정부의 문제들을 거론하며 부통령인 해리스에게 책임을 추궁했다.

해리스는 트럼프의 사법리스크, 재임 시절 의사당 난입 사건들을 거론하며 트럼프를 몰아세웠다. 해리스는 “트럼프는 국가안보, 선거개입, 성폭력 등 혐의로 앞으로도 법정에 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의 발언 뒤에 “여러 범죄 혐의로 법의 처벌을 받고 있는 사람이 이 같은 주장을 하는 것은 대단하다”라고 꼬집기도 했다. 트럼프는 자신에 대한 수사들에 바이든 행정부의 ‘정적 제거’ 의도가 담겼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그는 얼마 전 자신의 피습 사건과 관련해 “내가 머리에 총알을 맞은 이유는 아마 그들(해리스를 포함한 바이든 대통령 측)이 나에 대해 말한 내용 때문일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10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국립헌법센터에서 ABC 방송 주최로 진행된 첫 TV토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발언하는 모습을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바라보고 있다. ⓒAP·연합

 

트럼프는 다소 평정심을 잃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자신이 발언하는 도중 해리스 부통령이 꺼진 마이크에 대고 무언가 말하자 “내가 지금 얘기하고 있지 않느냐”고 언성을 높이기도 했고, 발언 시간이 끝나 사회자가 발언을 끊자 “놔둬라”라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트럼프는 토론 도중 몇 차례 사회자들로부터 지적을 받기도 했다. 트럼프가 낙태 문제와 관련해 발언하던 중 “해리스가 출생 후 사형 집행을 지지한다”고 표현하자 사회자는 “미국에는 출생 후 아기를 죽이는 것을 합법화하는 주가 없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이민 문제와 관련해 “불법 이민자들이 개와 고양이를 잡아먹고 있다”고 주장했고, 사회자는 근거가 없다며 제지했다.

해리스는 발언하는 트럼프를 바라보며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고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 종종 웃음을 띠기도 했다. 해리스는 이날 토론 내내 트럼프를 응시했으나 트럼프는 거의 해리스를 쳐다보지 않은 채 발언을 할 때도 정면을 향했다. 이날 토론에서 트럼프가 해리스보다 약 5분16초가량 더 발언한 것으로 분석됐다. CNN에 따르면 트럼프는 약 42분52초, 해리스는 약 37분36초 동안 발언했다. 

토론 직후 외신과 미국 정가에선 해리스의 ‘판정승’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해리스가 내내 몰아세웠고, 트럼프는 방어에 급급했다는 것이다. 다만 뉴욕타임스(NYT)는 “11월의 초박빙 선거의 역학 구도를 근본적으로 바꿀 만한 결정타는 없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트럼프는 토론 직후 “3대 1의 토론이었다는 점에서 내 인생 최고의 토론회였다고 생각한다”며 사회자의 개입 등 편파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해리스 측은 10월에 2차 토론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트럼프 측에서 거부할 경우 이번 토론이 처음이자 마지막 토론회가 될 가능성도 있다.

한편 미국의 팝스타이자 2억8300만명의 팔로워를 가진 테일러 스위프트는 이날 TV 토론이 끝난 직후 SNS를 통해 해리스 지지 선언을 하기도 했다. 스위프트는 “나는 해리스가 권리와 대의를 위해 싸우기 때문에 그녀에게 투표할 것이고 그것들을 옹호할 전사가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