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교도소 시설 열쇠 무단 복사...수용자 오가는 직원 휴게실서 방치”
보안 뚫린 교정시설 실태…청주여자교도소 일부 직원, 내부 지침 위반 드러나 단속 나선 교도소 측 “개인 소지 열쇠 반납하라”
청주여자교도소 일부 직원이 내부 시설을 오갈 때 사용하는 열쇠를 무단 복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교정시설(교도소·구치소) 직원들은 관련 지침에 따라 열쇠를 사용한 이후 반납해야 한다. 이와 관련한 과정도 기록해야 한다. 그러나 국가중요시설인 청주여자교도소에서 무단 복사된 열쇠가 직원들의 개인 열쇠처럼 사용되는 등 보안지침 위반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심지어 직원 사무실을 청소하는 ‘보안청소 수용자’들이 오가는 직원 휴게실에도 열쇠가 방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소 직원 4명이 열쇠 무단 복사한 정황
시사저널 취재 결과, 청주여자교도소 일부 직원들은 2023년 내부 시설을 여닫는 열쇠를 무단 복사해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본지가 파악한 바로만 최소 4명이다. 열쇠를 포함한 자물쇠, 무기 등 교정장비 관리와 관련한 규정은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수용관리 및 계호업무 등에 관한 지침’ ‘교정시설 방호 및 교정장비 관리지침’ 등이다. 이 가운데 비공개되고 있는 ‘교정시설 방호 및 교정관리지침(법무부훈령 제1143호)’ 등에 따르면, 직원들은 열쇠 관리책임자의 허가를 받아 열쇠를 사용해야 한다. 열쇠가 오가는 수불(受拂), 사용·반납 등의 사항을 교정장비사용감독부(열쇠 출납)에도 기록해야 한다.
전국 교정시설(8월29일 기준 55곳)은 일반인 출입이 통제되는 국가보안시설이다. 과거 교도관집무규칙(법무부령 제291호)상 열쇠를 포함한 자물쇠 등은 무기와 함께 보안장비로 분류된다. 물론 모든 교정시설에 전자경비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전자출입키가 주로 사용된다. 다만 현재도 통용문 등 수용동과 연결되는 문이나 샤워실 같은 일부 시설을 오갈 땐 열쇠가 필요하다. 이런 열쇠는 구역별로 분류·관리되고 있는데, 교정시설마다 열쇠를 필요로 하는 곳은 다르다고 한다. 열쇠의 관리 실태도 교정시설마다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
무단 복사된 열쇠가 교정시설 관리용과 다른 점은 뚜렷한 편이다. 우선 교정시설의 열쇠는 같은 구역의 열쇠들이 한곳에 담겨 보관·관리된다. 어느 구역의 열쇠인지도 표시돼 있다. “담당자에게 정식으로 빌린 보안 열쇠는 공장이면 ‘공장’이라는 식으로 어느 열쇠인지 용도가 구분돼 있고, 같은 용도의 열쇠들은 같은 꾸러미에 있다”는 것이다.
반면 청주여자교도소 일부 직원이 사용한 열쇠에는 숫자가 표기된 스티커가 붙어있다. 직원들이 개인 사물함 번호를 열쇠에 표시해둔 것이다. 쉽게 말해 ‘00번 사물함’을 쓰는 직원이 자신이 복사한 열쇠에 ‘00번’으로 기재했다는 이야기다. 교정시설이 관리하는 열쇠엔 숫자가 기재돼 있지 않은 점과 다른 부분이다. 이는 자신의 근무지와 관련한 열쇠를 매일 반납해야 하는 불편함을 덜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런 행위가 대형 사건으로 비화하지 않더라도 내부 지침 위반을 넘어 포괄적으로 적용 가능한 국가공무원법상 신의성실 의무 위반으로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무부 측 “확인된 사실 없다”
이번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적은 현재까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직원 A씨는 신발장 위에, B씨는 자신의 사물함에 열쇠를 꽂아둔 채 방치하는 등 안일한 보안 인식은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직원 휴게실에 보안 열쇠를 두고 다닌 사례도 있다. 이곳은 직원 사무실을 청소하는 ‘보안청소 수용자’들이 오가는 곳이다. 지난해 10월경에는 수갑 열쇠가 분실된 사건도 있었던 것으로도 파악된다.
이런 행태는 청주여자교도소만의 일은 아닌 듯하다. 부실한 보안관리 탓에 실제 문제가 발생한 적도 있었다. 2019년 다른 구치소 수용자가 수갑 열쇠를 습득한 것이다. 그는 수갑 열쇠를 이용해 출정 버스 내에서 수갑을 풀었다. 이후 속옷에 수갑을 숨겨 구치소 내 거실로 반입하려다 적발됐다.
최근에야 청주여자교도소도 문제를 인지한 모습이다. 2022년경 열쇠를 늦게 반납한 직원이 주의를 받기도 했다. 열쇠를 무단 복사한 경우가 적발되지는 않았지만, 청주여자교도소도 이를 인지한 정황은 드러난다. 청주여자교도소 측이 6월12일 내부망을 통해 “근무자는 구내·외 열쇠를 임의로 복사해 사용하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고 당부한 것이 단적인 예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통용문 열쇠의 경우 분실하면 교정 사고 위험이 크기 때문에 임의 소지자는 무기서무(무기 등 교정장비 관리업무를 하는 자)에게 반납해 달라. 업무 특성상 부득이하게 통용문 등 담당업무 열쇠를 사용해야 하는 부서 및 근무자는 무기서무에게 등록 후 사용하기 바란다. 업무 담당자가 변경될 경우엔 반드시 무기서무에게 반납한 후 재배부받아 사용하라.”
청주여자교도소는 하루 후에도 공지를 띄웠다. 직원들에게 개인 소지 열쇠를 반납하라는 것이 핵심이다. “앞으로 인사 이동 등 담당근무자 변동이 생길 경우 근무자 간 열쇠 인수인계를 금해 달라. 반드시 교정장비서무를 통해 열쇠가 오갈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도 했다.
법무부 측은 이 문제와 관련해 “확인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청주여자교도소의 경우 상용열쇠를 철저하게 관리하기 위해 디지털도어락이 설치돼 있는 함에 보관하고 있으며, 열쇠 관련 점검은 교정 사고 방지를 위해 내부 규정에 따라 수시로 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