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법안] “차악 대신 최선 뽑으려면”…‘원내 8당’ 참여한 첫 정치개혁 법안은?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 ‘지자체장 결선투표제’ 법안 발의…선거비 간소화 포함 “국민들의 정치 결정권 세심하게 보장해야…프랑스 ‘마크롱 돌풍’의 출발점 될 것”
“당연히 상대 후보가 50% 과반수 표를 얻었다면 다수결 원칙에 따라 우리 도민들을 대표할 수 있다고 인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처럼 두 후보가 단 ‘0.15%’ 포인트 격차밖에 나지 않은데다, 당선 후보도 50%를 넘기지 못한 경우는 유권자 입장에서 상실감이 너무 큽니다. 후보 단일화만 있었다면, 아니면 단 둘이서 붙는 결선 투표가 있었다면 결과가 어떻게 바뀌었을지 계속 상상하게 만드네요.” (52세 경기도 주민 전아무개씨)
지난 2022년 치러진 8대 지방선거에서 아침까지 결과를 예측할 수 없었던 초박빙 광역지방자치단체장 선거는 단연 ‘경기도지사’ 자리를 두고서였다. 당시 선거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49.06%의 득표율로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당시 후보)를 단 0.15% 포인트 차로 이기며 패색이 짙었던 더불어민주당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하지만 김은혜 당시 후보를 선택한 일부 유권자들은 50%에 달하는 표가 ‘사표(死票)’가 됐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처럼 현행 선거제도는 단순다수대표제로 후보자 중에 단 1표라도 더 많이 득표한 자가 선출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1995년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이래 광역자치단체장 당선자 중에 절반 이하 득표자는 총 24명에 달한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선 이처럼 총투표수의 절반 이하로 당선자가 결정될 시에 사표가 과다하게 발생하고 민주적 대표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돼왔다.
해당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대안이 바로 결선투표제다. 절대다수대표제의 일종인 결선투표제는 총투표수의 과반을 득표한 자만 선출되도록 하고, 만약 어느 누구도 과반을 득표하지 못하면 1‧2위 득표자를 두고 재투표를 실시해 당선자를 최종 결정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제도적 장치를 통해 사표가 줄어들면서 국민들의 자기 결정권도 선거 결과에 더욱 세심하게 반영될 수 있는 셈이다.
천하람, 정치개혁 1호법안 발의…22대 국회 첫 초당적 성과물
국회에서도 지방선거에의 결선투표제 도입을 위한 움직임에 나섰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정치개혁 시리즈 첫 번째 공약인 ‘광역·기초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결선투표제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결선투표제 도입을 통해 사표 발생을 최소화하고 양극화 정치를 완화하겠다는 취지에서다. 해당 법안에는 여야 원내 8당 의원 11명이 초당적으로 공동발의에 참여했다. 이는 22대 국회에 발의된 3000여건의 법안 중 원내 정당 모두가 참여한 유일한 법안이다.
해당 법안은 본선거에서 50% 이상 과반 득표에 성공한 후보가 없을 경우 본선거일로부터 7일 후에 결선투표를 실시하도록 규정했다. 선거를 두 번 치르기 때문에 선거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만큼,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결선투표 운동을 간소화하는 방안도 법안에 함께 담겼다. 약 6일 간의 결선투표운동기간 동안에는 선거운동 방식을 선거공보, 방송연설, 방송토론으로 국한했다.
천하람 원내대표는 23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의 결선투표제 도입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천 원내대표는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거의 모든 국가가 결선투표제를 운용하고 있고, 대부분의 우리 국민도 찬성하고 있다”며 “지자체장 선거 도입을 시작으로 추후 대통령 선거에까지 결선투표제 도입을 통해 정치개혁의 초석을 다지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아래는 천 원내대표와의 일문일답.
이번 지자체장 결선투표제 도입 법안을 발의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지난 총선에서 정치개혁을 하겠다고 국민들께 약속드렸기 때문에 원내대표로서 1호 법안을 정치개혁 법안으로 하게 됐다. 특히 결선투표제는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거의 모든 국가가 운용하고 있고, 여론조사를 보면 우리 국민 다수도 찬성하고 있다. 하지만 헌법학계 등 전문가 층에서 대통령 선거에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려면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상당수 존재했다. 그래서 법률 개정만으로 가능한 지자체장 선거에부터 먼저 결선투표제를 도입해 운용결과를 살펴보고 개헌 논의에 반영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 방안이라고 생각했다.”
국민들 입장에선 지자체장 결선투표가 도입되면 어떤 효능감을 얻게 되는가.
“결선투표제는 유권자인 국민들의 선택권을 늘리는 제도다. 어차피 과반을 득표하지 못하면 재투표를 하기 때문에 최악을 피하기 위해 차악을 선택하는 것이 아닌 자신이 생각하는 최선을 소신껏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된다. 또 전체 투표수의 과반을 득표한 자만 선출되도록 해 사표를 최소화하고 당선자의 민주적 대표성을 제고하는 만큼 국민들에게 ‘우리 모두의 대표’라는 일체감을 더 크게 느낄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지방선거에서의 성과를 노리는 개혁신당을 비롯해 제3지대 입장에선 어떤 부분들을 기대할 수 있는가.
“국민들의 소신투표가 가능해지다보니 기존에는 선택받지 못했던 제3지대 정당과 후보자들이 더 많은 표를 얻게 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결선투표제를 운용하고 있는 프랑스에서 2017년 마크롱 대통령이 30대 나이에 최연소로 당선됐던 것처럼 당장의 정치적 기반이 없더라도 비전과 능력을 갖춘 청년들이 정치에 도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결국 87년 민주화 이후 40여년 동안 지속돼온 거대양당 체제를 종식시키고 정치권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국민들이 ‘정치개혁이 왜 필요한지’ 묻는다면 어떻게 설명해겠는가.
“고(故) 노회찬 전 의원의 ‘불판론’처럼 다 타버린 불판 위에 고기를 구우면 아무리 좋은 고기라도 잿덩이가 된다. 우리 정치체제도 너무 오랫동안 가만히 놔뒀더니 새로운 사람이 들어와도 구태정치를 반복하게 된다. 이제는 정치판 자체를 새로 갈아야 한다.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건 정치개혁은 특정 정당이나 세력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고 될 일이 아니다. 여야가 초당적으로 함께 해야 성과를 도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법안 발의를 계기로 앞으로 정치개혁의 여러 의제를 발굴하고 조율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