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살해당한 삼촌과 방에 있던 60대 조카…‘무죄 선고’ 이유는?
재판부 “의심 뒷받침할 직접 증거 부족…제3자 개입 가능성 배제 못해”
수십 년간 본인을 돌봐준 고령의 삼촌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던 60대 남성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해당 남성이 삼촌을 살해했다고 볼만한 객관적인 증거가 부족하다는 법원의 판단이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방법원 형사14부(고권홍 부장판사)는 60대 남성 A씨의 살인 혐의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 1월31일 밤부터 2월1일 사이에 경기 수원시의 한 주택에서 함께 살던 70대 삼촌 B씨를 둔기로 폭행해 살해한 혐의를 받았다. B씨는 조현병을 앓던 A씨가 부모의 사망 후 일정한 직업 없이 지내자 약 30년간 자신 명의의 임대주택에서 함께 살며 보살펴온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사건은 지난 2월7일 B씨의 아들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수면위로 드러났다. 당시 B씨의 집을 방문한 아들이 “집안에서 휴대전화 벨소리는 들리는데 아버지가 연락을 받지 않는다”고 신고한 것이다. 출동한 경찰 및 소방은 문을 강제개방하고 안으로 진입해 베란다에서 이불에 싸인 채 방치된 B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당시 조카 A씨는 본인의 방에 있다가 현행범 체포됐다.
기소된 A씨 측은 무죄를 주장했다. 특히 A씨 측 변호인은 A씨의 지능이 7세 수준에 불과한 점, 자신이 어디 있는지 잘 모를 정도의 정신상태인 점 등을 참작해줄 것을 요청했다. A씨 본인 또한 살해 혐의를 부인했다.
재판부는 심증과는 별개로 A씨가 범행했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검찰의 증거가 범죄사실을 인정할 합리적 의심이 없을 만한 정도에 이르지 못하면 유죄가 의심되는 사정이 있더라도 피고인(A씨)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범행 도구로 특정된 십자드라이버 손잡이 표면에서 피고인의 DNA가 발견되지 않았고, 피해자의 상처 형태를 봤을 때 드라이버 날에 상처를 입은 것으로 보이지만 피해자의 DNA가 검출되지 않아 십자드라이버가 범행 도구인지 확신하기 어렵다”면서 “또 다른 범행도구로 특정된 전기포트에서도 피해자의 혈흔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제3자에 의한 범행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과거에 사업을 하면서 민사소송을 다수 진행했고, 실제 집에서도 소송 서류가 발견되는 등 피해자와 원한 관계에 있는 제3자의 존재를 설명할 수 있는 점을 감안할 때, 피해자가 사망한 원인에 제3자가 개입됐을 가능성을 단정적으로 배제할 수 없다”고 짚었다.
과거 A씨는 B씨를 삽으로 내리치거나 목을 조르려 시도하는 등 공격적인 성향을 드러낸 바 있다. 이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조현병으로 인한 공격적 성향 내지 양상에 불과하다”면서 “범행을 인정할만한 사정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피고인이 범행 직후 자신의 행적에 대해 일관성 없는 진술을 한 점, 피해자의 아들이 주거지에 찾아가 문을 두드려도 열어주지 않은 점 등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면서도 “이런 사정만으로 공소사실이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