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승원 “‘자기 관리’는 건강하게 일하기 위한 루틴, 강박 없다”

디즈니+ 영화 《폭군》서 열연…폭발적인 총기 액션 선보여

2024-08-25     하은정 우먼센스 대중문화 전문기자

차승원은 예나 지금이나 변화가 없다. 언제나 완벽한 피지컬과 날렵한 턱선, 그리고 스크린 속에서의 시리어스한 모습은 ‘현실감 없는 중년’의 대명사다. 그의 진짜 매력은 또 있다. 인터뷰 자리에서 만나면 ‘차줌마’ 그 자체라는 사실. 이웃집 언니와 수다를 떠는 느낌이랄까. 유연하며, 솔직하고 유쾌하다. 스스로도 “영화 홍보차 만나는 자리지만 사는 얘기도 자연스럽게 하며 수다를 떠는 거죠”라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그는 영화 전문기자들이 선호하는 ‘인터뷰이’ 중 한 명이다.

그가 이번에 내놓은 신작은, 디즈니+에서 공개되는 영화 《폭군》이다. ‘폭군 프로그램’의 마지막 샘플이 배달 사고로 사라진 후, 각기 다른 목적으로 그것을 차지하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이 서로 쫓고 쫓기는 추격 액션 스릴러다. 《신세계》를 연출한 ‘K누아르’의 장인 박훈정 감독의 작품이다. 박훈정 감독과 차승원은 《폭군》으로 《낙원의 밤》 이후 두 번째로 호흡을 맞췄다.

극 중 차승원은 은퇴한 전직 요원이자 ‘폭군 프로그램’에 관련된 걸림돌을 제거하려는 청소부 ‘임상’ 역을 맡았다. 평소에는 공손한 말투와 깔끔한 헤어스타일, 영락없는 평범한 공무원처럼 보이지만 업무를 수행할 때는 걸리적거리는 것은 모조리 쓸어버리는 무자비한 해결사로 돌변하는 인물이다. 특히 근접 거리에서 강력한 위력을 자랑하는 산탄총을 자유자재로 휘두르며 폭발적인 총기 액션을 선보인다.

차승원은 자신의 캐릭터에 대해 “일상적이면서 비일상적이고, 수줍음이 있고 소극적이지만 다분히 폭력적이며, 노쇠한데 민첩한 인물”이라고 야누스적인 매력의 ‘임상’ 캐릭터를 소개했다.

차승원은 그간 누아르와 코미디, 드라마, 사극, 액션까지 장르 불문 믿고 보는 배우이자 예능까지 접수한 올라운더다. 특히 시골 분교로 부임한 속물 교사 ‘김봉두’ 역을 맡아 웃음과 감동을 선사한 영화 《선생 김봉두》부터 안하무인 톱스타 ‘독고진’으로 유행어를 만들어내며 열풍을 일으킨 드라마 《최고의 사랑》, 마약 조직의 보스 ‘브라이언’으로 빌런 캐릭터를 맡았던 《독전》 시리즈에 이어 전무후무한 캐릭터 ‘마 이사’로 수많은 성대모사와 패러디를 양산한 《낙원의 밤》까지 매 작품 개성 있고 임팩트 강한 캐릭터를 선보였다. 《폭군》을 통해 인생 캐릭터 갱신을 예고한 차승원을 만나 작품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근황에 대해 들었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영화 《폭군》이 디즈니+를 통해 공개됐다.

“시장 상황에 맞춰 디즈니+에서 공개됐다. 극장은 아니지만 어찌 보면 기회가 많아진 것일 수도 있다. 물론 시사회 때문에 극장에서 무대 인사를 한 적이 있는데, 극장이라는 공간이 주는 나름의 맛이 좋긴 하더라.”

‘임상’이라는 캐릭터는 실소가 나오게 하는 캐릭터다.

“모든 인물의 텐션이 높고, 시리어스하다. 그런 인물들 사이에서 쉼표 같은 역할이다. 어떤 차별점을 둘까 고민을 많이 했다. 뭐랄까, 웃겨서 웃는 게 아니라 역발상으로 웃음이 나게끔 하고 싶었다. 그래서인지 찍을 때 감독님에게 사이코패스 같다는 얘기를  했다. 여러 가지 의견이 있었겠지만 종잡을 없는 인물처럼 보이고 싶었다. 그 밸런스를 조절했다. 애드리브도 중간중간 많았다.”

극 중 경마장에서 요구르트에 빨대 5개를 꼽고 먹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감독님의 주문이었다. 개인적으로도 기억에 남는 장면이다. 극 중 임상은 요구르트를 먹으면서 한 사람만 주시한다. 이 먹는 행위가 약간 중의적일 수도 있는데, 내가 바라보고 있는 사람을 마치 먹는 듯한 무서운 행위 같은 것이었다. 인상적인 장면이다.”

예능에서 보여준 모습 때문인지 극 중 위트 있는 장면들이 참 자연스럽더라.

“저는 어떤 장르의 어떤 인물이든지 어떤 식의 위트는 반드시 있어야 된다고 본다. 그게 캐릭터를 풍성하게 만든다. 하하호호 웃음을 유발하는 위트도 있지만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더라도, 혹은 웃음기를 완전히 빼더라도 그 안에서 나름의 위트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번에도 그 이중적인 얼굴과 몸놀림에 신경을 썼다. 밸런스를 맞추려고 노력했다.”

그 위트 때문인지 빈틈없는 외모인데도 인간미 넘치는 캐릭터가 어울린다.

“진입장벽을 낮추는 거다. 허들이 높은 캐릭터는 시청자들이 보기에 연기를 잘해도 공감이 안 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저는 99년도에 출연했던 MBC 드라마 《장미와 콩나물》이라는 작품에 나온 제 모습을 좋아한다. 아주 일상적인 캐릭터였다. 물론 양식화된 캐릭터도 좋지만 기본적으로 제가 좋아하는 캐릭터는 일상적인 캐릭터다. 그래서 《우리들의 블루스》를 찍을 때도 흐뭇했다. 배우로서 연기를 하며 포만감이 느껴졌다.”

데뷔 이후 지금껏 흐트러짐 없는 비주얼이다. 자기 관리의 비결도 궁금하다.

“저와의 약속이다. 주변에서들 간혹 묻기도 한다. “왜 이렇게 관리해?” 하고 말이다. 저는 운동이나 식단에 대한 강박이 없다. 단지 이 일을 건강하게 하기 위한 루틴이다. 1일 1식을 한 지가 2년 정도 됐다. 당연히 작품 때문이다. 그렇지 않은 작품을 만날 때는 저도 넋 놓고 풀어지기도 한다.”

1일 1식으로 뭘 먹는지도 궁금하다.

“일단 비타민을 엄청 먹는다. 그리고 될 수 있는 한 육류를 많이 먹는다. 대신 흰쌀밥은 거의 먹지 않고, 라면은 한 달에 2번 정도 먹는다. 나름대로 잘 먹고 있는데도 살이 빠지는 이유는 이번 여름의 더위였다. 아무것도 안 해도 아침부터 땀이 나더라. 그리고 밥은 남이 해주는 밥이 제일 맛있지 않나. 촬영장에서 밥도 잘 먹는 편인데도 백미를 거의 먹지 않으니 특별히 체중이 불거나 하지 않더라.”

운동 루틴도 궁금하다.

“운동은 1989년도부터 했다. 요새는 서킷 트레이닝(일반적인 운동 방법과 달리 여러 종류의 운동을 섞어 휴식 없이 계속 돌아가면서 수행하는 운동 이론)을 1시간가량 한다. 예전에는 무게를 많이 들었는데, 요즘에는 다양하게 하고 있다. 그리고 되도록 밤 11시 전에 자려고 한다. 어제는 오늘 인터뷰 일정이 있으니 밤 10시쯤 잤다. 그러곤 아침 7시에 일어나 강아지를 케어하는 것도 내 루틴이다.”

이렇게 관리 잘된 중년이라면 절절한 로맨스 작품도 한번 욕심내볼 만하지 않나.

“더 늙기 전에 한번 도전해 보겠다. 사실 언젠가부터 절절한 로맨스 장르가 드물다. 징그럽지 않은 수준에서 한번 해보겠다. 징그럽다는 의미는, 보는 사람들이 ‘아, 안 보고 싶다’ 하면 징그러운 거다. 하하. 나만 좋아서 하기보다는 보시는 분들이 공감하는 로맨스라면 해보고 싶다. 물론 여기에도 위트가 있어야 한다.”

예능 《삼시세끼》에 대한 얘기도 빼놓을 수 없다. 시즌6가 4년 만에 돌아온다.

“이번에 가서 또 느낀 게 (유)해진씨랑 저는 촬영장인 시골에서 하루만 지내도 1년 살았던 사람의 포스가 나온다. 정말 희한하다. 처음 만나는 공간과 구조물인데도 앉아있는 모습을 보면 동네 주민 그 자체다. 아마도 그동안 해왔던 이른바 ‘짬밥(연륜)’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또 서로 오래돼서인지 상대의 루틴을 암묵적으로 존중해 주는 것도 재미있다.

해진씨는 일어나자마자 러닝을 한다. 저는 씻는다. 그런 루틴들이 암묵적으로 약속돼 있는 것처럼 존중해 주고 그 시간에 서로 찾지도 않는다. 그러곤 다시 만나서 방송을 위해 각자가 해야 할 일들을 한다. 말하지 않아도 호흡이 된다. 그래서 간혹은 앞에 제작진이 20명가량 있지만 카메라가 있다는 게 느껴지지 않을 때도 있다. 마치 ‘트루먼쇼’ 같은 느낌이랄까. 희한하다.”

최근에 영화·드라마 등 제작 시장이 좋지 않다. 배우로서 느끼는 책임감도 있을 것 같다.

“먼저 해야 할 일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부터 든다. 관계자들과도 그런 얘기들을 종종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정신 바짝 차리고 일을 해야 되는 거 아닌가 싶다. 작품이나 캐릭터에 대해 한번 더 두들겨 보고, 의심해 보고, 필터링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다. 자기검열부터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