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메시지를 흘렸다…‘김 여사-한동훈 문자’ 미스터리
김건희 ‘명품백 사과 검토 부탁’ 문자…한동훈 ‘읽씹’ 논란 한동훈 측 “재구성했다는 내용은 사실과 달라” 반박 ‘여사 전대 개입설’도…천하람 “문자 공개, 김 여사일 것”
‘문자 1통’이 여당 전당대회 판을 흔드는 모습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후보가 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을 당시 김건희 여사가 보낸 문자를 무시했다는 의혹이 번지면서다. 친윤(親윤석열)계가 이를 고리로 ‘윤-한(윤석열-한동훈) 갈등설’을 재차 점화시킨 가운데 정치권 일각에선 전당대회를 앞두고 문자가 공개된 게 공교롭다는 해석도 나온다. ‘어대한’(어차피 당대표는 한동훈) 기류를 흔들기 위한 ‘배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韓이 여사 무시? 당권 경쟁자들 “사과하라” 맹폭
김 여사의 문자 논란이 발발한 시발점은 지난 4일 방송된 CBS 라디오다. 당시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김규완 CBS 논설실장은 명품백 문제가 불거졌던 지난 1월 김 여사가 한 후보에게 보냈던 문자의 내용을 입수했다며, 핵심 내용만 발췌해 재구성했다는 문자를 공개했다.
김 실장 주장에 따르면, 김 여사는 한 후보에게 “최근 저의 문제로 물의를 일으켜 부담을 드려 송구하다. 몇 번이나 국민들께 사과하려고 했지만, 대통령 후보 시절 사과했다가 오히려 지지율이 떨어진 기억이 있어 망설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에서 필요하다면 대국민 사과를 포함해 어떤 처분도 받아들이겠다. 사과하라면 하고 더 한 것도 요청하시면 따르겠다. 한 위원장님 뜻대로 따르겠으니 검토해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김 실장은 “한 후보가 이 문자를 ‘읽씹’(읽고 씹음) 했다”고 주장했다. 김 여사가 대국민 사과 의사를 직접 밝혔음에도, 이에 대한 어떠한 응답도 주지 않았다는 게 김 실장의 전언이다. 이후 모욕감을 느낀 김 여사와 한 후보의 관계가 크게 틀어졌고, 윤석열 대통령 역시 격노했다는 것이다.
논란이 일자 한 후보는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밝혔다. 요약하면 △김 여사로부터 문자를 받은 것은 사실이나 △받은 문자 내용이 공개된 문자와 차이가 있고 △자신은 오히려 김 여사 관련 논란에 사과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줄곧 견지해왔다는 것이다.
한 후보는 이날 오세훈 서울시장과 조찬 회동을 한 뒤 기자들과 만나 “(문자) 내용이 조금 다르다”며 “제가 쓰거나 보낸 문자가 아닌데 문자 내용을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이어 “집권당의 비상대책위원장과 영부인이 사적인 방식으로, 공적이고 정무적인 논의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총선 기간 대통령실과 공적인 통로를 통해서 소통했고, 당시 국민 걱정을 덜기 위해서 어떤 방식으로든 사과가 필요하다는 의견 여러 차례 전달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한 후보의 해명에도 경쟁자인 원희룡·나경원·윤상현 후보는 일제히 한 후보를 비판하고 나섰다. 한 후보가 ‘당정 엇박자’를 유발해 총선 패배에도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취지다. 원 후보는 한 후보의 해명을 접한 뒤 “공적·사적 따지기 전에 인간적으로 예의가 아니다”라고 지적했고, 윤 후보는 “결국에는 신뢰가 없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나 후보는 “한 후보 판단력이 미숙했다.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 돌파구를 찾았어야 했다”며 당원과 후보자 전원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대 앞 문자 논란 배후 있다? 의혹 확산
여권에선 이번 ‘문자 논란’의 손익계산이 분주하게 이뤄지고 있다. ‘당심’이 중요한 전당대회에서 한 후보에게 불리한 이슈가 될 것이란 분석과,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침체된 상황에서 전당대회의 큰 변수가 되지는 못할 것이란 시각이 공존한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 일각에는 여사 문자가 공개된 시점이 공교롭다는 시선도 있다. 김 여사가 문자를 보낸 시점은 지난 1월로 총선을 약 세 달여 앞둔 시점이다. 이 문자가 반년 가까이 지나 여당 전당대회 레이스 중 한 언론인을 통해 갑자기 공개된 것이다. 이에 여권 일각에선 친윤계가 ‘어대한’ 판을 뒤집기 위해 의도적으로 문자 내용을 유출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한 후보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왜 지금 시점에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지 의아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친윤계가 이번 문자와 관련해 작전에 들어갔다는 얘기도 있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저는 당의 화합을 이끌어야 하고, 그런 대표가 되기 위해 나왔다”며 “분란을 일으킬만한 추측이나 가정은 하지 않으려 한다”고 답했다.
한 후보 측은 이번 논란의 여파를 예의주시하면서도 자세한 내막은 공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전당대회 앞 ‘내분’의 여지가 있다는 것인데, 친윤계 공세가 가속화될 시 ‘여사 문자’의 경위, 전후 맥락 등을 직접 설명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한동훈 캠프 측 한 관계자는 “(문자 논란과 관련한) 입장은 한 후보가 밝힌 그대로”라면서도 “악의적인 ‘네거티브’가 계속되면 방어권 차원의 판단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김 여사가 ‘누군가’에게 당시 상황을 직접 공유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문자를 나눈 당사자는 한 후보와 김 여사인데, 한 후보 측의 반응을 고려하면 사실상 김 여사 측이 문자 내용을 유출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문자메시지 원본은) 두 사람에게만 있을 것 아닌가. 그런데 그 어떤 기준에서 봐도 한 후보가 굳이 먼저 공개할 일은 아닌 것 같다”며 “지금 용산과의 관계에 있어서 아주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건희 여사가 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번 전당대회 개입은 표면적으로 정무수석 같은 분이 나와서 했다”며 “이번에는 저는 이렇게 규정하고 싶다. 김건희 여사의 전당대회 개입”이라고 말했다.
‘문자 논란’ 파장이 계속되는 가운데, 한 후보와 김 여사의 갈등설도 회자되는 모습이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지난달 28일 시사저널TV 《시사끝짱》에 출연해 “윤-한 갈등보다 김-한(김건희-한동훈) 갈등이 바깥에서 드러나는 것보다 심한 것 같다”며 “윤 대통령 측에서는 한 전 위원장의 전당대회 출마를 막으려 애쓸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