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퍼런스G 2019] 세상을 바꾸는 기업, 기업을 바꾸는 팬덤

시사저널 주최 ‘컨퍼런스G 2019’ ‘팬덤의 힘’ 확인한 생생한 현장

2019-05-31     오종탁·공성윤·조문희 기자

방탄소년단(BTS)은 팬덤 혁명에 의해 탄생했다. 전기차 테슬라(Tesla)의 팬은 오늘도 광고 영상을 스스로 올린다. 팬덤이 있으면 살고 팬덤이 없으면 죽는, 팬덤이 곧 힘인 시대다. 자발적으로 형성된 강력한 팬덤이 가장 큰 권력이 됐다.

시사저널이 주최한 ‘컨퍼런스G 2019’가 5월30일 서울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세상을 바꾸는 기업, 기업을 바꾸는 팬덤(The Fandom Revolution)’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시사저널은 2013년부터 6년 동안 개최해 온 ‘굿 컴퍼니 컨퍼런스(Good Company Conference)’를 올해부터 ‘Conference G’로 확대 개편했다.

올해 주제에 맞게 행사는 ‘파격’의 연속이었다. 우선 옷차림부터 달랐다. 이번 행사의 드레스 코드는 ‘청바지’였다. 청바지에 티셔츠 등 가벼운 차림으로 행사에 참석한 이들은 연사들의 강연에 호응을 아끼지 않았다. 또 으레 유명 인사의 축사로 시작되는 여타 컨퍼런스와 달리, 컨퍼런스G에선 뮤지컬 선율이 먼저 울려 퍼졌다. 13년 전통의 뮤지컬 극단 희원극단은 영화 OST인 《페임(Fame)》과 《토요일밤의 열기(Saturday night fever)》를 부르며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렸다. 

이어 세계적으로 유명한 한국 모델인 아이린이 무대에 올랐다. 아이린은 150만 명의 팔로워를 지닌 글로벌 크리에이터이자 만능 모델테이너이다. 그는 “팬덤은 숨과 같다고 생각한다”며 “팬덤이 없으면 회사가 존재할 수 없는 반면, 팬덤이 있으면 든든한 바위 위에 버티고 있는 것과 같다. 팬은 내 에너지이고, 나는 팬덤 덕분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시사저널 주최로 5월30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컨퍼런스G 2019’는 ‘The Fandom Revolution’을 주제로 진행됐다. ⓒ 시사저널 이종현·임준선·최준필·고성준
기조연설에 나선 아이만 타라비쉬 미국 조지워싱턴대 경영대학 교수를 비롯해 찬탈 카펜티어 UNCTAD 뉴욕사무소 소장, 마티아스 홀웩 영국 옥스퍼드대 사이드 경영대학원 교수 등 강연자들이 환담을 나누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임준선·최준필·고성준

우리 회사는 ‘킹덤’인가 ‘팬덤’인가

권대우 시사저널 사장은 개회사에서 “글로벌 기업 생태계가 하루가 멀다 하고 재편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이럴 때 한국 기업이 어떻게 해야 계속 발전하면서 생존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밝혔다. 권 사장은 팬덤의 힘으로 위기를 이겨낸 기업들의 사례를 소개하며 “기업과 종업원, 고객 간의 공감 역량을 어떻게 높이는지 컨퍼런스G에서 그 해답을 찾아가길 바란다”고 초대의 말을 전했다.

이번 행사의 모더레이터인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는 “본인의 회사가 ‘킹덤’인가 ‘팬덤’인가 생각해 보라”고 질문을 던진 후 “킹덤은 명령하는 회사고, 팬덤은 들어주는 회사”라며 “기업에서 성과를 높이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공감’이다. 공감에 투자해 보라”고 강조했다. 

기조연설에 나선 아이만 타라비쉬(Ayman EI Tarabishy) 미국 조지워싱턴대 경영대학 교수는 “기업은 직원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함께 더 나은 세계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며 “이것이 팬덤의 과정이자 방식”이라고 조언했다. 

마티아스 홀웩(Matthias Holweg) 영국 옥스퍼드대 사이드 경영대학원 교수는 강연에서 “사람은 인공지능(AI)이 따라 할 수 없는 창의성으로 다른 사람을 놀라게 하고 공감대를 형성한다”며 “이러한 능력이 기업 경영에 큰 도움을 주는 팬덤으로 발전한다”고 강조했다.

(위)모더레이터인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가 이번 행사의 드레스 코드인 청바지 차림으로 컨퍼런스를 진행하고 있다. (아래)컨퍼런스 참석자들이 행사장인 서울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 앞에 마련된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임준선·최준필·고성준

사람들이 좋아하고 모여드는 곳에 답이 있다

오후 행사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강동석 감사관의 강연으로 시작됐다. 강 감사관은 단독 요트 세계 일주를 한 탐험가이자 세계적인 회계법인인 딜로이트에서 근무한 공인회계사다. 강 감사관은 “과거 요트로 세계를 일주하고 오니 여러 회사, 단체 등의 많은 분들이 내 역량을 높게 평가해 줬다”며 “요트 세계 일주 경험이 나의 팬덤이 된 것”이라고 밝혔다.

찬탈 카펜티어(Chantal Line Carpentier) UNCTAD 뉴욕사무소 소장은 “지속 가능한 개발 목표가 팬덤을 만든다”고 강조했다. 카펜티어 소장은 “기존 기업 발전 모델은 너무 많은 자원을 소진해야 하는 데다 지속 가능성도 떨어진다”며 “기업들이 혁신을 통해 지속 가능한 개발 목표를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산업한류혁명》의 저자인 박광기 패러다임미래연구소 소장은 ‘경쟁 우위’ 혁신에서 ‘운용’ 혁신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소장은 “우리 기업들의 주력 산업이 성숙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기술을 축적하거나 피 튀기는 경쟁을 이어가는 데 집중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장승국 비츠로셀 대표이사는 화재로 공장과 설비를 모두 잃은 회사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방법으로 팬덤을 택했고 밝혔다. 장 대표는 “죽었다 살아나는 과정을 거치며 아무리 힘들어도 뚫고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며 “그 자양분이 회복 과정에서 얻은 팬덤”이라고 설명했다.

박현우 이노레드 대표이사는 “광고의 위상이 예전보다 떨어지고, 심지어 사람들이 기피하는 데까지 이른 것은 팬덤을 형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 후 “사람들이 좋아하고 모이는 곳에 답이 있다. 소비자들에게 더 들어갔더니 비로소 자연스러운 광고가 나왔다. 브랜드에 대한 팬이 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