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아귀 힘 센 사람이 건강하다

[유재욱의 생활건강] 악력① 팔뚝 근육량이 많을수록 면역·혈액순환 모두 건강

2019-05-28     유재욱 유재욱재활의학과의원 원장

서양에서는 악수할 때 손에 힘을 주지 않으면 ‘dead fish handshake(죽은 물고기와 악수하는 듯하다)’라고 해서 자존감이 부족한 사람이라 여기고 그 사람을 신뢰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서양 사람은 힘차게 맞잡은 손에서 신뢰가 싹튼다고 생각한다. 

손아귀 힘이 센 사람이 정력도 강하다는 발표가 나왔다.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연구팀이 성인 5000여 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악력이 센 남성이 약한 남성에 비해 결혼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베가드 스커베크 교수는 “여성은 힘과 정력이 강한 결혼 파트너를 선호할 가능성이 크며, 이는 늙어서 돌봐줄 필요가 없는 더 건강한 남성을 좋아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혼 여부만으로 정력을 대변하기는 어렵다고 볼지 모르겠지만, 좀 더 직접적인 연구 결과가 전남대 의대에서 나왔다. 악력이 강한 남성이 실제로 발기부전을 호소할 확률이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손아귀 힘은 남녀 모두 30대에 최고치(평균 남성 44.4kg, 여성 25.9kg)를 기록하고 나이가 들수록 점점 떨어진다. 악력이 떨어질수록 여러 가지 건강지표도 감소해, 악력과 건강지표 사이의 여러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가 많이 발표됐다.  

악력이 높을수록 심혈관질환(뇌졸중, 심근경색증) 위험도는 낮아지고(삼성서울병원) 뇌 기능은 좋아진다. 맨체스터대 연구에 의하면, 악력이 강한 사람은 문제 해결과 추론 능력이 더 뛰어나고, 기억력이 더 좋고, 반응시간도 더 빨랐다. 악력이 약할수록 고혈압 위험은 커지고(세브란스병원), 운동능력이 떨어져 삶의 질이 낮아진다(서울아산병원).  

악력이 남성 26kg, 여성 18kg 미만으로 떨어지면 근감소증 확률이 높아지는데, 근감소증은 2017년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사코페이아라는 질병으로 등록할 만큼 고령화 시대에 중요한 문제다. 근육이 없어지면 면역력이 약해지고 대사에 문제가 생기며 낙상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낙상을 경험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악력이 15% 정도 약했다(분당서울대병원)는 보고도 있다. 

ⓒ 시사저널 우태윤

팔뚝은 혈액을 펌프질하는 ‘제3의 심장’

악력을 좌우하는 근육은 팔뚝에 있다. 그래서 굵은 핏줄과 섬세하게 갈라진 팔뚝 근육에 많은 여성이 매력을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팔뚝 근육은 ‘제3의 심장’이라고 부른다. 주먹을 폈다 쥐었다 할 때 팔뚝 근육은 강하게 수축하면서 팔에 정체된 정맥 혈액을 심장으로 펌프질해 올린다. 이것은 걸을 때 하체의 혈액을 심장으로 펌프질하는 종아리 근육과 같다고 보면 된다. 종아리 근육을 흔히 ‘제2의 심장’이라 부른다. 팔다리의 말초혈액 순환이 잘될수록 심장의 부담은 덜어지고 건강을 유지하기에 유리하다. 

뇌의 운동기능을 담당하는 대뇌피질을 보면, 몸의 각 부위 운동을 담당하는 뇌 부위가 정해져 있다. 뇌운동지도(brain homunculus)를 보면, 몸통이나 다리보다 손 부위가 유난히 큰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손이 상당히 섬세한 운동을 하며, 손을 많이 움직일 때 뇌가 많은 자극을 받는다. 손이나 손가락을 많이 움직이는 악기연주 등을 많이 했을 때 뇌 기능이 활발해지는 이유다. 

이런 결과들을 보고 그저 손아귀 힘이 세면 정력이 좋다고 단순하게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오히려 악력이 그 사람의 전반적인 근력 수준을 판단할 수 있는 지표라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 근육량이 많을수록 면역도 강하고, 대사도 활발하고, 혈액순환도 좋아 활력적으로 살 수 있는 것은 자명하다. 악력은 손쉽게 측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악력으로 그 사람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체크하는 데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