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합천서 '미지의 왕국' 가야사 연구가 뜨거운 이유
옥전·삼가고분군 출토유물서 가야세력과 타지역세력 공존 확인
일반적으로 가야사는 전기 가야연맹의 맹주 ‘금관가야’, 후기 가야연맹의 맹주 ‘대가야’ 또는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언급된 ‘6가야설’(6개의 가야국)에 나온 연맹국가들이 전부인 것처럼 인식돼 왔다
경남 합천군의 ‘옥전고분군’과 ‘삼가고분군’으로 대표되는 두 개의 큰 고분군은 가야세력이 서로 다른 문화를 이루면서 공존했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유적이다.
‘옥전고분군’ ‘삼가고분군’ 발굴조사로 역사적 가치 증명
합천의 대표 가야유적인 ‘옥전고분군’은 체계적인 발굴조사를 통해 삼국시대 다라국(多羅國) 지배자들의 무덤으로 확인됐다. 여기서 확인된 다양한 형태의 무덤과 갑옷, 말갖춤, 화려한 장신구 등은 그 중요성으로 인해 발굴조사 도중에 사적 326호로 지정되기도 했다.
옥전 M3호분에서는 한꺼번에 중요한 유물이 다량 출토되기도 했다. 용봉문양 2점, 봉황문양 1점, 용문장식 1점 등 장식고리자루큰칼 4자루 등이 발견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여기서 출토된 유물들이 다라국의 지배자가 여느 가야국의 지배자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강력한 권력을 가지고 있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한다.
박준현 합천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옥전고분군은 가야문화연구에 가장 중심적인 위치에 있는 유적 중의 하나”며 “여기서 확인된 다양한 유물들은 고대 가야가 신라, 백제 그리고 일본과 어떠한 관계를 맺고 있었는가를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잣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가고분군 지역은 동부·서부·신라의 교역거점
합천의 또다른 대표 가야유적 ‘삼가고분군’은 경북 고령 ‘지산동고분군’와 경남 함안 ‘말이산고분군’에 비견할 만큼 그 범위가 넓다. 현재까지 발굴조사로 확인된 무덤의 구조의 특징은 3~7기의 매장 주체부를 덧대어 만든 여러 덧널식 구조라는 것. 삼가고분군이 이 지역만의 독특한 무덤 축조방식을 채택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최근 이러한 특징을 근거로 삼가고분군의 축조집단을 여러 가야국 중에서 사이기국(斯二岐國)으로 규정하는 연구도 등장했다.
‘옥전고분군’과 ‘삼가고분군’ 외에도 합천에는 봉계리, 반계제, 저포리고분군과 아직 발굴 조사되지 못한 영창리, 금양리, 문림리, 정양리 등 많은 고분 유적들이 있다. 박준현 학예연구사는 “가야를 역사 기록의 부족으로 미지의 왕국으로 남겨둘 것이 아니라 이들 유적의 적극적인 발굴조사와 연구를 통해 우리 역사의 빈자리를 채워나가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